2016년 10월 31일 월요일

릴리아나 vs 리리아나

어느 쪽이 좋나요

릴리아나 마스커레이드
리리아나 마스커레이드

ps. 율리우스 vs 유리우스?

개인적으론 최대한 정발 번역 따라가고싶어서 외래어표기법 맞춰서 쓰고있긴 한데 의견 받습니다

리제로 5장 72화

전체 목록

제5장 72 『검성VS선대검성』


 ――용검 레이드는 수수께끼가 많은 검이다.

 대대로, 『검성』을 배출해온 아스트레아 가에 전해지는 보검인 것은 확실하지만, 그 용검을 어디에서 받은 것일까 등은 전해지지 않은 것이다.
 내력불명의 보검이며, 게다가, 『검성』이외에는 빼들 수가 없다고 하는 조건. 심지어는, 그 『검성』도 필요한 때 이외에는 빠지지 않는다고 한다.

 초대 『검성』레이드 아스트레아가, 신룡 볼카니카를 무릎꿇게 한 보검.
 일찍이 용이 대거 밀어닥쳤을 때, 그것 하나하나를 베어 쓰러뜨린 전설의 검.
 또는 단순한 고철이, 적의 피를 계속 빨아들이는 것으로 힘을 늘린 마검.

 확증이 없는, 옛날 이야기 정도의 이야기로 좋다면, 그런 일화는 얼마든지 있다.
 어쨌든,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없고, 그것을 확인할 방법도 역시 없다.
 그저 하나만, 단언할 수 있는 것이 있다고 하면,

 ――용검 레이드는 어떤 보검보다도, 전설의 검보다도, 마검보다도 우수한 지상[至上]의 검.
 ――검이라고 하는 강철을 규명한 궁극의 체현이며, 그것을 넘는 강철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 희미한 흰 도신을 직접 목격하는 것은, 검사의 명예인 『반』의 이름을 받은 빌헬름조차, 생애 단 세 번째의 일이었다.

「――라인하르트」

 용조가 새겨진 칠흑의 칼집을 왼쪽에, 그리고 오른손에 용검을 꽉 쥐고서 그는 있다.
 붉은 머리를 바람으로 흔들어, 파랑의 눈동자로 똑바로 상황을 비예[睥睨]하는 것은 당대의 『검성』라인하르트 반 아스트레아 이외엔 없다.

 그 늠름하고, 용감한 모습에 빌헬름로조차 압도된다.
 『검성』을 계승해, 근위기사로서 왕국의 검을 자부하는 진짜 손자――빌헬름이 그 전장에서의 모습을 보는 것은, 사실 이것이 처음의 일이다.

 대정벌의 때에 테레시아를 잃고, 빌헬름은 아스트레아 가를 출분했다. 그 때의 아들이나 손자와의 갈등은, 15년이 지난 지금도 묻을 수 없는 채로 있다.
 까닭에 이 15년, 빌헬름은 쭉 아내를 뒤쫓아, 가족으로부터 눈을 계속 피해 왔다. 그러니까 아들의 타락도, 손자의 성장과 성과도, 무엇하나 봐 오지 않았다.

 ――그러니까 지금, 라인하르트의 모습에 압도된다.

 거기에 서 있던 것은, 『검성』이다.
 검신의 총애를 한몸에 받아, 지상 최고의 검을 뽑는 명예를 타고나, 온갖 검사가 바라는 정상에 서는 존재――『검성』이외의 누구도 아니다.

 그 모습에, 빌헬름은 기억해낸다.
 아픔은 벌써 잊고 있었다. 기억해낸 것은 좀 더 다른 감개. 훨씬 옛날, 빌헬름이 처음으로 『검성』을, 테레시아의 검무를 보았을 때의 감개다.

 그 때도 빌헬름은, 영원히 닿지 않을 거리를 느꼈다.
 그 경지에는 결코 도달할 수 없는 것이라고, 빌헬름은 자신의 검재[剣才]의 하찮음을 후회했다.
 그런데도 썩지 않고, 검을 휘둘러, 계속 거절해, 이윽고 그 경지의 말단에 손을 대었다. 메워지지 않는 거리는 없다고, 그렇게 증명할 수가 있었을 것이었다.

 ――이 얼마나, 좁고 작은, 시야였던 것인가.

 질이 다르다. 높이가 다르다. 무게가 다르다. 물건이 다르다. 이것도 저것도가 다르다.
 저것은 닿는, 닿지 않는다고 하는 차원의 존재가 아니다.
 문자 그대로, 차원이 다른 존재다.

「――――」

 테레시아가 천천히, 치켜들고 있던 장검을 내렸다. 직전까지 하인켈을 베려고 하고 있던 검은, 그 칼끝을 새롭게 나타난 적에게로 향한다.
 마음이 없는, 움직이는 망해인 테레시아 반 아스트레아는, 벌써 검사의 긍지도 전사의 법식도 이것도 저것도를 상실하고 있다.

 지금의 그녀에게 있는 것은, 비술로 그 망해를 운용하는 술사로부터의 명령.
 그것을 실행하기 위한 최선의 판단과 장해가 될 수 있는 존재의 타도 뿐이다.

 그리고 그 명령이, 가장 위협적인 상대를 우선한다면, 당연한 판단이다.

 벌써 계전 능력을 빼앗아, 실혈사를 기다릴 뿐인 패배한 노검사.
 전의를 상실해, 도망가는 담력조차 가지고 있지 않은 직함뿐인 기사단 부단장.

 그 양자 따위, 이미 테레시아에 있어서는 위협도 아무것도 아니다.
 까닭에 그녀가 그 장검을, 한때의 『검성』의 기량을, 지금의 『검성』에게 기울이는 것은 무엇하나 잘못된 판단은 아니었다.

「기다려! 테레시아! 여기를, 나를 봐라, 테레시아!」

 다리를 질질 끌어, 피의 실을 당기면서 빌헬름은 외친다.
 그 절규가 들리지 않은 것처럼, 테레시아는 이쪽을 일고조차 하지 않는다. 방금전까지의 검극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없는 것으로서 다루어진다.

 굴욕이었다. 동시에, 그것을 웃도는 슬픔이 있었다.
 하지만, 비탄에 저물고 있을 틈따위 없다. 지금의 자신에게, 그런 정체는 용서되지 않는다.
 지금, 외치지 않으면. 지금, 멈추지 않으면――.

「――――」

 임박하는 빌헬름의 마음을 무시한 채, 테레시아가 한 걸음의 도약으로 거리를 채웠다.
 눈앞의 라인하르트를 목표로, 붉은 장발을 나부끼게 하며 테레시아가 춤춘다.

 장검이 반원을 그리며, 예술적인 궤적을 낳으면서 라인하르트를 비스듬하게 양단――그러나, 깜박임조차 허락하지 않는 찰나의 틈새로, 라인하르트는 검격을 빠져나갔다.
 옆을 빠져, 등 뒤로 돌려고 하는 라인하르트를, 장검의 칼끝은 마치 의사를 가진 생물처럼 추적한다. 도상의 대기를 베어 죽여, 더욱 다가오는 참격에 대해서도 라인하르트는 안색 하나 바꾸지 않는다. 반 보, 거리를 취하는 것만으로 스치게도 하지 않았다.

「――――」

 서있는 위치의 나쁨을 깨달은 것처럼, 테레시아는 무언으로 앞으로 난다. 라인하르트에게 반신을 연 상태로 대립되는 것 따위, 자살 행위 이외의 아무것도 아니다.
 뒤돌아, 장검을 정자세로 쥔 테레시아를, 라인하르트는 곧바로 본다.

 그 라인하르트의 바로 뒤에는, 하인켈의 모습이 있었다. 아버지를 감싸듯이, 라인하르트는 할머니와 대립된다. 그것만으로, 지금의 일순간의 공방이 그 서는 위치를 얻기 위한 것이었던 것이라고 빌헬름은 깨달았다.

「그만둬……뭐냐고, 대체 뭐냐고…… 내가, 내가 뭘 했다는 거야……!」

 푸른 얼굴을 하고, 머리를 껴안고 있는 하인켈은 깨닫지 않는다.
 눈앞에서 자신의 아들이, 자신을 지키듯이 서 있는 것 따위 관계없다. 그 전의 사실이 벌써, 하인켈의 마음의 허용량을 돌파하고 있다.
 그에게 상황의 타개 따위 기대할 수 있을 리도 없다. 최초부터, 그랬다.

 그러니까, 자신이 목소리를 높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만둬라, 라인하르트! 나를 봐! 테레시아와는, 내가 싸우고 있는 도중이다! 검사와 검사의 싸움에, 다른 사람이 비집고 들어가는 것 따위 용서되지 않아!」

「――――」

 아직 싸움의 한중간이라고, 외치는 빌헬름을 라인하르트가 곁눈질한다. 그는 그 푸른 눈동자로, 지금도 피를 계속 흘리는 빌헬름의 오른쪽 다리를 보았다.

「……그 다리로는, 싸움을 계속할 수 없습니다」

「다리가 움직이지 않아서 어떻다는 거냐! 검을 잡는, 이 손은 아직 살아 있어…… 손이 죽으면 입이! 말하지 않으면 영혼이! 생명을 잃지 않는 이상 패배는 아냐!」

「생명을 잃지 않으면…… 그러면, 눈앞에 있는 그녀는 어떻습니까?」

「――읏」

 라인하르트의 질문에, 빌헬름의 목이 막혔다.
 무표정으로, 무감동의 눈동자로, 다만 오로지 무언으로, 적을 응시하는 테레시아. 그 자세를 눈의 구석에 넣은 채로, 라인하르트는 빌헬름에게 대답을 요구한다.

「술사의 뜻에 따라, 자의식 없이 움직일 뿐의 망해――죽은 자를 희롱하는 듯한 행위에, 검사의 법식을 반입하는 의미가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검사의 법식 따위……큿!」

 움직이는 망해와의 싸움에서, 그것을 요구하는 것의 어리석음.
 라인하르트의 말에, 빌헬름은 대답할 수 없다. 벌써 테레시아가 빌헬름으로부터 거리를 취해, 싸움은 끝난 것으로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패자인 빌헬름이 얼마나 외쳐도, 검사의 숙원은 완수할 수 없다.

 거기에 빌헬름 자신, 지금의 자신이 검사라는 것따위 소리 높여 외칠 수 없다.
 검을 버팀목으로 일어서, 강철이 아니고 말에, 검력은 아니고 소원에 맡기는 지금――빌헬름 반 아스트레아의 어디에, 검귀의 긍지가 남아 있는가.

 그런 것은 어디에도 없다. 텅 비었다.

「――죽은 자는 움직이지 않는다. 죽은 자에게 그 앞은 없다. 나는 그 부조리를, 허락하지 않는다」

 목소리를 잃은 빌헬름의 앞에서, 라인하르트는 그렇게 말하며 발했다.
 이미 그 눈동자는 할아버지를 보지 않고, 눈앞에 선 할머니의 망해를 일심으로 보고 있다.

 완만한 움직임으로, 용검 레이드가 정자세로 쥐어졌다.
 기이하게도 그 자세는, 장검을 겨누는 테레시아의 것과 거울처럼 같은 것이다.

「――――」

 용검의 흐린 도신이, 매우 요염하게 밝게 빛나 보인다.
 그것은 검의 갈채다. 휘둘러질 기회를 얻은 것에 감격해, 기뻐해, 한때의 자신의 주인을 상대할 수 있는 것에, 지고의 강철은 소리없는 환희를 띠고 있었다.

「――――」
「――――」

 무언으로, 두 명의 검사의, 같은 푸른 눈동자가 얽힌다.
 『검성』은 검을 쥐고 있으면서, 본래 있어야 할 표명을 실시하지 않는다.

 당연하다. 그것은 검사의 긍지와, 전사의 법식을 지불하는 가치를 상대에게 요구하기 때문에.
 그렇지 않는 상대에게, 대등을 요구하는 가치가 없는 상대에게, 그것은 행해지지 않는다.

 공기가 얼어붙어, 긴박감이 색과 중량감을 가지고 세계를 압박한다.
 전신을 답답하고, 가슴이 답답한 감각에 지배되면서, 빌헬름은 입을 열었다.

 말해야 할 말은 모르고 있는 채, 뭔가 말해야 한다는 초조감에 몰려서.
 ――짓궂게도 그것이, 두 명의 검사에게 있어서의 신호가 되었다.

「그만둬――!」

 목소리는 닿지 않는다.
 목소리조차도 방치한 채, 두 명의 검사는 격돌한다.

「――――」

 발을 디디고, 휘둘러, 테레시아의 장검은 신음소리를 올리고 대기를 찢으며, 그녀가 보일 수 있는 최고의 참격이 완벽한 각도로부터 라인하르트에게 덤벼든다.
 그것은 심지어, 빌헬름이 지금까지 본 테레시아의 검격 중에서, 가장 세련된 아름다운 일섬이었을 지도 모른다.

 테레시아에게 잠든 검력의 전부, 그것을 꺼냈던 적이 스스로는 없다는 것에, 평상시의 빌헬름이라면 질투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순간, 빌헬름의 마음에 부풀어오른 감정은 다르다.

 그리고 폭발적으로 가슴 속을 울컥거린 그것은, 확실한 말이 되어 흘러넘치기 시작했다.


「죽이지 말아줘……!」


 봉하고 있던 감정이, 억누르고 있던 격정이, 바라서는 안된다고 경고하고 있었음이 분명한 애정이, 빌헬름의 언을 자르듯이 뛰쳐나왔다.

 젊은 날의, 테레시아가.
 빌헬름의 마음을 태워, 검 이외의 세계를 알게 해 준 여자가, 생애 단 한사람, 모든 것과 바꾸어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한 여자가 거기에 있다.
 아직 한 번도, 사랑하고 있다고 전한 적이 없는 가장 사랑하는 여자가, 있는 것이다――.

「그건 나의, 테레시아란 말이다――!!」

 결코, 말해서는 안 되는 말이었다.
 망설이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경지에서, 자신의 감정을 우선하는 것 따위 용서되지 않는다.

 검사의 긍지도, 전사의 법식도, 싸움에 있어야 할 고결마저 더럽히는 행동이었다.
 그것은 그저, 남자의 목소리였다. 사랑하는 여자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될 뿐인 남자의.
 그리고, 그 결사의 호소는――,


「――할머니는, 15년 전에 내가 죽였다」


 조용한, 속삭이는 것 같은 목소리였다.
 닿을지 어떨지조차, 알 수 없는 희미한 성량.
 하지만 그것은 요행도 없이, 빌헬름의 절규에의 대답과 다름없었다.

「――――」

 테레시아의 검격이, 라인하르트에게 직격한다.
 용검은 아직, 휘둘러지는 궤도에도 들어가 있지 않다.

 맞는다. 베어진다. 누가 봐도, 그럴 것인데.

「여기에 있는 것은, 단순한 가짜다」

 ――용검 레이드가 궤적을 그렸다.

 한 번의 휘두름, 소리도 없이 용검이 휘둘러져, 흰 도신은 흐르듯이 칼집에 납입되어진다.
 날끝이 칼집에 부딪치는, 희미한 금속소리만이 들리고.


 그것만으로, 싸움은 끝났다.
 끝이었다.


――――――――――――――――――――――――
정해진 때에만 뽑을 수 있는 용검이라...
어딘가의 사이보그 닌자가 쓸 거 같네요.

리제로 5장 61화

전체 목록

제5장 61 『영역의 피해자』


 한쪽 팔에 청룡도를 쥐어, 말을 자른 남자에게 카펠라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긴 검은 땋은 머리가 어깨를 흘러 떨어져, 팔짱을 끼는 그녀는 풍만한 가슴을 강조하면서 앞으로 구부리는 자세로, 요염한 듯한 시선을 투구의 남자에게 내던졌다.
 요염하게 남자를 유혹하는 시선은, 함정이라고 알고 있어도 남자의 본능을 간질이는 마성이다.
 다만, 그런 마성도, 통용될지는 상대에 따라 다르다.

「에로한 동작 중에 좀 그렇지만, 유혹 목적이라면 나한텐 효과가 없어. 이쪽은 제대로 동정사고[思考]…… 스쳐 지나가는 누님에게 욕정이라든지 난이도 너무 높아서 웃기다고」

「자신을 깎아 내리는 농담과 적당한 견제…… 저에게 그 목적이 통용될까는 별개로, 방심할 수 없는 남자의 분위기가 들고 자빠졌네요. 농담으로 방심시켜서, 그 굵은 물건으로 무엇을 해주고 자빠질 생각입니까?」

「여자가 저질 이야기 남발하지 마. 솔직히 내성 없다고」

「――――」

 카펠라의 도발적인 시선이, 남자의 대답에 아연한 것이 된다. 그 놀라움도 곧바로 사라져, 카펠라는 마음 속으로 즐거운 듯이 목을 울렸다.

「꺄하하하핫! 그게 뭐야, 그 외모로 그 나이에 그 발언. 꿈꾸는 아가씨는 너의 가슴속에밖에 살지 않다는 거네요. 너도 보이는 방법과 거처가 다른 것 뿐으로, 꽃밭의 거주자임에 틀림없다는 겁니까. 꺄―, 더럽히자―입니다」

「들떠있는 와중에 미안하지만, 몇번이나 말하게 하지마. 나는 오늘은 의욕 없어. 언제 의욕 있을지는 물어보면 대답을 고민하지만. 오늘은 특히, 다」

 현재의 용모에 어울리지 않는 기색으로, 다리를 탁탁 치는 카펠라에게 남자――알의 태도는 몹시 무책임하고 번잡하다.
 퍼즈(pause)는 아니고, 본심으로부터 지금의 직무가 본의가 아님을 느끼고 있는 모습. 위의 두 명과는 대단히 다르네 하고, 카펠라는 더욱 더 이상한 듯한 얼굴이 되었다.

「의욕이 없다, 귀찮다, 그런데도 이 장소는 양보하지 않는다. 너의 말은 모순으로 가득하네요. 그렇다면 어째서 이런 치정 싸움에 어울려주고 자빠졌습니까?」

「스스로 말하는 거냐, 치정 싸움」

「말하는 게 당연하지 않습니까. 저로부터 보면, 어차피 이 세상으로 일어나는 것들 따위 전부 통째로 시간 때우기. 너희들은 전원, 궁극적으로는 나의 것. 나의 사랑은 관대하고, 자비 깊어서, 나에게로의 사랑 이외는 요구하지 않으니까…… 그 이외의 일은, 마음대로 하고 자빠지면 되는 거라구요」

 양손을 벌려, 카펠라는 독화와 같은 표정으로 싱긋 미소짓는다.
 그 미소를 보고 있던 알은, 갑자기 짓고 있던 청룡도의 끝을 내렸다. 그리고 목의 뼈를 울려, 「아―」라고 긴 숨을 내쉬면서,

「너는 그거로구만. 내가 알고 있는 대죄와 꽤나 달라」

「어라, 다른 쓰레기 이하의 고기들과 아는 사이였다거나 하고 자빠졌습니까? 원한 사모하는 마음의 변태 암코기? 그릇 극소한 동정 자식? 인품 천한 악식의 천한 꼬마? 그렇지 않으면 착각의 자위 정령입니까? 어느 것이라 해도 교우관계 최악이라고 생각합니다만! 부모에게 듣고 자빠지지 않았습니까? 친구는 골라 사귀라고」

「……공교롭게도, 내 친구가 부모에게 그렇게 말해지는 타입이었던 것 같아서」

「그건 참 안됐습니다. 그런 너라도, 제 웅대한 사랑은 감싼다구요? 그 투구를 벗은 본모습을 보여, 나를 안고 사랑하고 바쳐 준다면!」

 얼마나 차갑게 대해져도, 구애의 자세를 관철하는 카펠라는 궁극의 연애뇌다. 여기까지 극단적으로 상대를 돌아보지 않는 일방적인 애정 약탈 표현을, 『연애』라고 부르는 것에 어폐가 있는 것을 제외했을 때의 이야기이지만.
 물론, 그녀의 서투름이라고 하기보다 인간성을 배제한 구애에 응하는 자는 그리 없다.
 알은 내리고 있던 청룡도을 다시 겨누어, 천천히 고개를 흔들었다.

「미안해. 마음은 기쁘지만, 서로를 아직 잘 모르고, 거기에 친구에게 소문이라든지 나면 부끄러우니까 거절할게」

「주위의 눈이라든지 신경쓴다니 귀염성 있는 곳 있지 않습니까. 저 그렇게 안되는 걸까요. ――여자에게 좌지우지되는 것을 좋아하는 마조 쓰레기 숫코기의 성벽적으로는 빗나가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만」

「……아아?」

「방약무인, 사나운 눈초리. 차라리 폭력적으로 육감적인 몸매. 키는 지금의 저보다는 낮은으로, 피부는 드러상당히 내는 타입. 기분으로 자주 말하지만, 무의미하게 교만한 것이 아니고 지성과 자신에 보장받은 성격. 부하에게 맡기는 일은 많지만, 의지해 오는 것은 기쁘다. 편하지 않지만 싫지 않다, 입장도 그 여자도」

 나불나불 늘어놓으면서, 카펠라의 모습이 시각적으로 꿈틀꿈틀 바뀐다.
 풍만한 몸은 그대로 키가 줄어들어, 의상은 어깨와 등이 대담하게 노출된 드레스로. 얼굴은 눈꼬리가 쳐져 있던 것이 날카롭게 변화해, 안광이 날카로워져 자신감의 분위기가 흘러넘친다. 나타난 것은 긴 금발을 내린 아름다운 여성이다.
 이 도시에 있는 관계자, 그 누구도 아니겠지만――어딘가, 알에게 가까운 여성을 닮은 분위기는 감돌고 있다.

「――――」

「어이쿠, 금발이 아닌가? 루그니카라면 해당자는 이것이 제일 많을 터입니다만……하면, 호이호이호이, 빨강…… 음―, 주황색이다」

 알의 반응의 기미를 보면서, 카펠라의 머리카락의 색이 차례차례로 바뀐다. 검정, 갈색, 초록, 파랑을 시험하다가, 빨강 계통에 들어간 바로 그때 음미, 주황색으로 바뀌었다.
 단지 그뿐의 일로, 훨씬 그 인상이 불필요하게 가까운 여성의 그것을 띤다.

「섬뜩하구만…… 어디서 공주를 보고 자빠졌어」

「본 적도 이야기한 적도 의식한 적도 없습니다만? 다만, 너의 반응으로부터 좋아하는 얼굴과 몸을 추측한 것뿐. 저, 다하는 여자랍니다? 사랑받고 싶은 상대에게 사랑받기 위해서, 전력을 다하는 것은 당연하잖아요」

「반응이고 뭐고, 내 얼굴은……」

「목소리, 행동, 말의 사이. 목의 각도와 시선, 태도. 회화에서의 성격, 성질, 호불호」

「――――」

「일거수일투족, 놓치지 않아. 사랑받기 위해서 전령을 다하는 것이, 나의 다하는 방법. 내가 이렇게 다하고 있으니까…… 나를 봐라. 나만을 봐라. 그 밖에 눈도 주지 마. 나의 얼굴과 몸과 목소리와 태도와 행동과 전부가 전부! 너의 취향 한가운데 직구일 테니까!」

 말하면서, 카펠라――프리실라를 닮은 모습으로 바뀐 카펠라가 목소리를 거칠게 한다. 그 주장은 기분 좋을 정도로 일직선이지만, 직선이 지나쳐 대상을 꿰뚫는 험악한 구애다.
 이미 알은 고개를 젓는 일도, 말로 응하는 일도 하지 않고, 다만 전신으로부터 전의만을 발하며 카펠라에게 대답했다. 그 무언의 대답에, 카펠라는 낙담과 증오를 띄운다.

「이, 이기적인 쓰레기 숫코기…… 저의 무엇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겁니까」

「착각하지 마. 나는 널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아, 아무래도 좋아…… 미안, 거짓말이다. 역시 너, 기분 나쁘니까 싫네」

「――읏! 이 바람둥이같은 썩을 쓰레기가――!!」

 발을 동동 구르는 카펠라의 오른팔이, 어깨부터 거대한 이리의 머리 부분으로 변형된다. 사나운 신음소리를 높이는 짐승의 머리가, 우뚝선 자세의 알을 목표로 고속으로 달려들었다. 죽 줄선 칼날같은 송곳니가, 알의 상반신을 통째로 씹어 부순다――직전, 알의 몸은 절박하게 다가오는 송곳니의 틈새를 빠져나가, 옆으로 날아 그 자리를 피한다.

「그걸로 도망갔다고 생각하지 마!」

「생각 안 해! 옆! 그 다음은 뒤!」

 구르는 알의 머리 위에, 다음은 강대한 손바닥이 찍어내려진다. 다섯 손가락을 갖춘 거완은 손가락 하나가 인간의 몸체에 필적해, 잡히는 것은 큰 뱀에 사로잡히는 것과 동일하다.
 그러나, 알은 이 공격도 백스텝으로 유유히 회피. 또 크게 우회해 허리를 물어 잘게 썰려고 하는 이리의 송곳니를, 등 뒤로 돌린 청룡도로 단단히 막았다.

「오, 오오오오, 드나아!」

 짐승의 돌진력을 죽이지 못하고, 청룡도로 받아들인 채로 알의 몸은 앞으로 미끄러진다. 하지만, 중도에 영창한 흙의 벽이 마루로부터 치솟아, 짐승화한 오른팔을 바로 밑으로부터 밀어올렸다.
 턱을 짓이겨진 이리가 괴로운 울음을 흘리며, 오른팔의 질량에 휘둘려 카펠라 본체의 자세가 무너진다. 거기에, 왼팔의 맹공을 피하는 알이 사납게 달려들었다.

「드나! 이쪽에도, 드나!」

「――읏!」

 알이 남발하는 드나는 땅속성의 최하급 마법이다.
 위력도 벽으로서의 내구도도, 그 최하급 마법의 간판에 알맞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알은 이 마법을, 결사의 실전 속에서 최선의 전술로서 이용한다.

 장해를 만들고, 시야를 차지해, 발판을 낳는다――확실히, 지금 이 순간과 같이.

「타아아앗!」

 형성되는 흙의 벽이, 멀리서 뻗어오는 카펠라의 오른팔과 왼팔의 진로를 막는다. 또 카펠라 본체, 그 눈앞에도 토담이 생겨 그 정면을 덮어 가렸다.
 그리고, 그것들로 준비를 갖추었다면, 알의 몸은 공중에――토담이 지면으로부터 치솟는 위력과 속도를 이용해, 용수철같이 사출된다.

 외침에 카펠라가 머리 위를 우러러본 순간, 그 가는 목을 청룡도가 일섬, 목이 달아난다.
 프리실라를 닮은 얼굴이 공중을 날아, 상처에서 엄청난 양의 피가 분출했다. 카펠라의 피에는 정체 불명의 독같은 효과가 있어, 크루쉬가 괴로워하는 원인은 그것이다.
 당연, 성대하게 분출하는 피에는 닿아서는 안 되는 교훈이 있지만――.

「속을까보냐, 개자식!」

 그 피 사이로 가차없이 발을 디뎌, 알의 청룡도가 쑥 내밀어진다.
 칼끝은 주저하지 않고, 목을 잃은 카펠라의 등으로부터 침입, 가슴골 중앙부터 관통해, 죽였음이 분명한 상대에게 한층 더 치명상을 입게 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멈추지 않는다.

「으라아! 엘 드나!!」

 찌른 몸을 발로 차, 앞으로 날려버리며 알이 위세 좋게 영창――드나의 한 단계 상위, 엘급의 마법이 청룡도를 기점으로, 카펠라의 체내에서 발동한다.
 당연히, 카펠라의 육체는 스스로의 안쪽에서 부풀어 오르는 질량을 억제하지 않고, 폭발한다.

 퐁, 하고 농담같은 얼빠진 소리를 내며, 카펠라의 몸이 뿔뿔이 흩어졌다. 손발이 끊어지고 날아가, 핑크색의 내장과 선명한 빨강이 지하 공간에 털어놓아진다. 차가워진 공기 속에서 고기토막은 김을 내며, 그 말로는 눈을 돌리기에는 충분한 결과다.

「……어떠, 냐! 하아, 하아, 이정도 하면」

 어깨로 숨을 쉬면서, 알은 고기토막이 된 카펠라에게 목소리를 높인다.
 어떠냐고 뭐고, 여기까지 파괴되어 살아있을 수 있는 생물 따위 있을 리가 없다. 알의 외침에 대답할 수 있는 존재는 없다, 그럴 터였다.

「아―, 심하지― 않습니까아. 아무리 그래도 여기까지 할 필요는 없었을 텐데요―」

「젠장」

 분한 듯이 혀를 차며, 알은 변함없이 홀연히 악랄한 목소리에 대한다.
 그 목소리는 뿔뿔이 흩어진 고기토막으로부터는 아니고, 최초로 베어 날아간 목의 방향――즉, 카펠라의 머리 부분이 떨어진 위치에서부터다. 거기에 누운 카펠라의 머리가, 지면에 누운 채로 알의 반응을 즐기고 있다.

「목 날리고, 심장 부수어도 안된다든지, 반칙이잖아……」

「목 날아가 심장 부숴져도 괜찮은 것이 저입니다만…… 갑자기 이렇게 용서가 없는 것도 드물다구요. 저, 지금, 너의 취향 한가운데의 얼굴로 꼬시고 있었을 겁니다만, 혹시 관점 차이? 애정은 상처입히는 것으로 표현하는 타입이었다거나 하고 자빠졌습니까?」

 헛수고감을 토해내는 알의 앞에서, 카펠라의 목이 부상한다.
 목의 단면이 꿈틀거려, 거기에서부터 들어가 있을 리가 없는 검은 고기가 흘러넘치기 시작했다. 그것이 목의 토대를 만들어, 포동포동한 고기의 덩어리가 점차 손발을 형성해, 검은 표면은 살갗이 흰의 피부에 숨겨져 보이지 않게 되어, 그 전대로――아니, 금발의 동녀의 완성이다.

「……이쪽의 흩어진 고기는?」

「필요없으니 녹습니다만」

 기가 막힌 태도의 알이 눈을 돌리자, 튄 카펠라의 몸의 고기토막이 소리를 내며 녹는다. 내장이나 손발은 꾸물꾸물 검은 진흙처럼 변해, 거품을 띄우며 소멸했다.
 사라지려 할 때조차 놀리는 것 같아 무기력해진다.

「그렇다 치더라도, 주저 없고 참수하고 자빠졌네요―. 위에 있었……던 것은 가짜였다 봐서―입니다만, 저의 피를 받아 전투 불능이 된 동료가 있는게 아닙니까―? 그렇게 주륵주륵 받아 버리고―, 두렵지 않은 겁니까―?」

「허세 부리지 말라고. 무슨 조건이 있는지까지는 모르겠지만, 그저 받는 것 뿐으로 죽음이라는 것이 아닌 것은 실증이 끝난 상태다. 마구 피해서 손해봤다고」

「――? 피하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습니다만」

「네가 모르는 동안의 이야기야. 목, 심장으로도 안되면, 다음은 날린 머리를 두드려 부숴볼 수 밖에 없나. 몇 번 걸리려나」

 녹초가 된 알의 한숨은, 싸움이 시작되기 직전의 그것보다 답답하다. 카펠라의 성가심을 실감한 영향은 있겠지만, 그것은 이 대화를 거친 이상의 중후함을 그의 양어깨에 짊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여하튼, 재생을 끝마친 카펠라는 지금의 공방의 피해가 조금도 남지 않았다.
 변이·변모에 덧붙여, 불사에 필적할 정도의 재생력――죽이는 방법으로서 우수한 참수와 심장 파괴로 죽일 수 없는 것이니까, 확실히 괴물이다.
 하지만, 죽이기 어려운 것은 쓰러트릴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전신을 얼려 봉인한다든가, 대폭포 속에 처넣는다든가 하면 수단은 있어」

「상대를 죽일 수 없다고 한다면 절망하는 것이 풍물입니다만, 전혀 굴하지 않는 쓰레기가 아닙니까. 그렇지만, 위세 좋은 것은 좋습니다만, 할 수 있습니까? 너는 도망과 잔재주가 특기라고 보았습니다만, 나를 죽일 수 있는 실력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아요」

「확실히 내가 백 번 죽어도, 너를 죽일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 실제로, 이미 반 정도는 죽었지만…… 하지만, 잊고 있는거 아냐?」

 청룡도의 칼등으로 어깨를 두드리면서, 알은 투구의 쇠장식을 달각달각 울린다. 그 질문에 카펠라가 고개를 갸우뚱하자, 칼끝은 머리 위를 가리켰다.
 그것이 가리키는 것은 도시청사――가 아니고, 한층 더 밖이다.

「네가 우리의 뒤를 긁을 생각으로, 제어탑을 비우고 것은 알고 있어. 그렇다는 것은, 『색욕』의 제어탑을 노리고 있었던 놈들은 당황해서 되돌아온다. 이대로 시간 벌기에 집중하면, 자연스레 너는 막힌다는 거야」

「――――」

「말해 두지만, 나 시간 벌기라면 상당하다고? 이 방법 저 방법으로 계속 붙잡으면서, 너를 여기에 못박아 줄게. 그러니까, 도망친다면 지금이다」

 혼자서 카펠라를 상대하는 알은, 원군의 참가를 이유로 철퇴를 강요한다. 그 말에 카펠라는 의아스러운 것 같이 눈썹을 찌푸리고, 의심스러운 그녀의 반응에 알은 「응?」하게 되었다.

「뭐야, 그 반응. 이 틈이 없는 철퇴 권고에 불평이라도……」

「일부러 단신으로 적지에 돌입하는 제가, 그 너희들이 보낸 전력의 발을 묶기 위한 수를 쓰지 않았을 거라고도?」

「……응응?」

「근육 달마와 암컷 검사, 오는 길에 두고 왔다는 거예요. 저희들의 인형 중에서도, 특출나게 좋은 2가지 개체…… 그 원군은 바로 올 수 있을까요?」

「겍!」

 상정외의 전개에 알이 신음하개, 그 얼굴이 머리 위의 구멍을 올려본다. 투구 저편의 표정을 읽어낸 것처럼, 카펠라는 「덧붙여서」라고 말을 계속하며,

「너희들이 가지고 있을 대화경은 봉해 자빠졌다구요? 그러니까 당황해서 연락하려고 해도, 어디와도 연결되거나 하지 않습니다」

「어째서 그런 걸 할 수 있는 거냐!?」

「마법기는 그 뭐냐, 만든게 『마녀』들이라는 것 같아서. 그 연줄이 남아있는 마녀교에는 다양하게 비화가 널려 있는 거예요. 대화경의 파장을 어지럽히는 방법도 포함해서」

 용의주도한 짖궂은 체제에, 알이 말한 목적이 빗나간다.
 카펠라의 발언의 진위를 확인할 방법은 알에게는 없지만, 사실, 도시청사의 밖에서는 『색욕』의 성패에 향한 두 명――빌헬름과 가필은 모두 그녀의 수세와 교전중이다. 괴물과 기인의 싸움의 한중간에 돌아올 확률은 낮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즉,

「이런 곳에서 방법 없음이라는 것이라면, 슬슬 끝내버립니다만?」

「……궁지, 라고까지는 말하지 않지만」

 말씨가 나쁜 알의 대답에, 카펠라는 희미하게 미소지었다.
 그리고 깜박임의 직후에 미소가 녹는다. 다시, 동녀의 모습은 부정형의 고기의 덩어리로 변모를 이루어, 그대로 카펠라의 질량이 폭발적으로 부풀어 오른다.

 부쩍부쩍부쩍부쩍 하고, 그 모습은 사람의 형태라고 하는 제한을 벗어나 거대화.
 몸집이 작은 동녀, 요염한 여성, 늠름한 청년, 딱딱한 전사――이때까지의 그녀의 변모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기세로 육체가 비대해, 지하 공간에 포효가 울려퍼졌다.
 그리고 깜박임의 직후에 나타난 것은, 검은 체피[体皮]를 어둠에 동화시키는 흑룡이다.

「……그런가, 용으로도 변할 수 있었지」

 방의 단락이 없는 만큼, 지하 공간의 스페이스는 청사 내의 계층보다 약간 넓다. 하지만, 그런 공간에 있어도 흑룡의 거체는 간단하게는 들어가지 않는다.
 알의 군소리에 용이 금빛의 눈동자를 가늘게 하며, 카펠라는 응하듯이 입을 열었다. 거기로부터, 용서가 없는 작열의 숨결이 발해진다.

「――읏!」

 내뿜는 불길에 지하의 공기가 타, 희게 빛나는 지하를 알이 달려나간다.
 굉음에 싹 지워지는 영창이, 흙의 벽을 숨결의 범위에 만들어 낸다. 하지만, 압도적인 열량의 앞에 순간의 방어의 역할도 완수하지 못하고 소실――그러나, 알의 목적은 그것이 아니다.

「가, 그억」

 숨결을 방출하고 있던 흑룡의 턱이, 또다시 찌르는 토담의 직격을 받는다. 작열의 숨결을 토하는 입이 억지로 닫혀져 흑룡은 자신의 불길에 코와 목을 그을려 뒤로 젖혔다.
 그러나, 중단 전에 토해내진 숨결에 관해서는 효과가 계속. 범위를 피하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알의 등을, 초록의 불길이 물어뜯어――,

「젠장! 드나! 크헉!?」

 자포자기 기색의 영창에 흙의 벽이 쑥 내밀어져, 알의 옆구리를 후려갈겼다. 그 기세로 알이 날아가, 불길에 엉덩이를 태워지면서 수로에 떨어진다. 하지만, 수로의 바닥에 등을 붙인 직후, 재차의 영창으로 흙의 벽이 직립, 수면으로부터 단번에 뛰쳐나왔다.

「――시잇!」

 흠뻑 젖은 알이 물에서 뛰쳐나온다. 찰나, 날카로운 흑룡의 손톱이 수로의 물밑을 후벼팠다. 물보라가 올라, 알을 쳐낸 토담이 물속에서 찢어진다. 절박함의 회피, 그러나 알에게로의 맹공은 계속된다. 그것 전부를 알은 피하고, 피하고, 피한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좁은 틈새를 빠져나가, 보이지 않아야 할 등 뒤의 공격을 받아, 신체 능력으로 부족한 회피력을 자신에게로의 마법 공격으로 벌어, 치명상을 피한다.

「기, 이이이이잉!」

「드, 드, 드, 드, 드나아――!!」

 화가 치민 흑룡이 거체를 돌려, 후려쳐 넘기는 것 같은 꼬리의 일격이 발해졌다.
 호를 그리며 폭풍을 감는 그 타격에, 알은 다중 영창으로 동시에 5매의 토담을 정면으로 전개――일격의 위력을 한계까지 줄여, 스스로 크게 뒤로 날면서 청룡도로 받아, 뛰어 날아가 지면을 굴러 쓰러렸다.
 성대하게 굴러 충격을 가라앉히고, 알은 청룡도을 지팡이로 삼아ㅜ서려고 한다. 하지만, 데미지는 다 지울 수 없었다.
 당황해 기울인 투구의 목의 틈새로부터, 아랫턱이 성대하게 토사물을 토해냈다.

「코, 콜록…… 젠장, 이번엔 피해자 측이라…… 진심으로 못 버티겠구만……!」

「그렇지도 않다고 생각합니다만 말이죠. 너의 실력으로부터 하면, 무엇이 돕고 있는 것인지 모르는 것 같은 차원에서 바보같은 회피를 하고 있으면……」

 현상의 곤경을 한탄하는 알에게, 흑룡 카펠라는 신기한 듯한 칭찬을 보낸다.
 그녀의 눈으로 봐도, 알의 필사의 방어전에는 기묘한 위화감이 항상 따라다니고 있었다. 전부 간파해낼 리가 없는 공격, 예상할 수 없는 추격, 모두 알은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최대한으로 살려 살아 남았다. ――그 선택을 앞서 이해하고 있었던 것처럼.

 그러나, 그것들을 추궁할 틈은 서로 없었다.
 왜냐하면――,

「……이거 혹시, 너무 날뛰어 버렸을까요?」

 머리 위를 우러러본 카펠라가 그렇게 흘리는 것은, 지면에 전해지는 희미한 진동――그것과 데미지를 계속 받은 도시청사로부터 들려오는 치명적인 소리다.
 거듭되는 분쟁에 의해 토대에 심대한 데미지를 받고 있던 건물에, 그 토대가 되는 지하 부분에서의 싸움이 결정타를 찔렀다. 결과, 카펠라를 떨어뜨리기 위해서(때문에) 준비한 1층의 구멍이 순식간에 안으로 퍼져, 균열이 바닥뿐만이 아니라 건물 전체에 이르러 간다.
 그 뒤에 기다리는 것은, 아이라도 아는 결론――붕괴다.

「농담이 아냐! 영역이 풀리면 죽는다고!」

 위에서 바닥의 일부가 떨어져 내리는 것을 봐, 알은 아픔을 누르고 일어섰다. 그대로 위태로운 발걸음으로, 흐르는 수로 속으로 몸을 던져 떨어뜨린다.
 물소리가 올라, 그의 몸은 도시의 지하를 흐르는 수류를 타고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을 보류하면서, 카펠라는 흑룡의 양상인 채 무너지는 천정을 올려다보고,

「으―음, 쇠약해져 버렸네요. 너무 놀아서 지쳤고, 이제 됐나」

 지루하다는 듯이 중얼거리고, 흑룡이 하품한다.
 그 세상에도 드문 광경은 누구에게도 보여지지 않는 채, 토사 붕괴와 함께 쏟아지는 건물의 붕괴에 삼켜져, 밀려 떠내려갔다.


※※ ※ ※ ※ ※ ※ ※ ※ ※ ※ ※ ※


「――우」

 폭락의 현장에서, 희미한 신음소리가 오른다.
 목소리에는 파편과 돌을 밀치는 소리가 수반되어, 조금 큰 석재가 파편의 산을 굴러 떨어졌다. 그러자, 그 충격으로 산이 붕괴되고, 생긴 틈새로부터 흰 팔이 들여다 보인다.

 가는 팔은 뭔가를 요구하듯이, 바동바동 하고 휘저으며 파편의 산을 구석으로부터 무너뜨린다.
 그렇게 몇분 후, 폐재의 산으로부터 기어나온 것은, 너덜너덜한 모습이 된 페리스였다.

「콜록, 콜록」

 기침해, 입속에 들어온 대량의 흙먼지와 피를 토해낸다.
 자그락자그락 혀와 이빨의 틈새를 메우는 것은, 자갈과 피 중 어느 쪽일까. 너느 쪽이든 페리스에게는 별로 관계없다. 양치질을 하고 싶다고는 생각하지만,

「설마 청사가 무너진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어……하마터면, 헛되게 죽을 뻔 했잖아……!」

 더러워져버린 착의의 안감으로, 페리스는 얼굴에 묻은 피를 닦는다. 그런 더러움을 빼면, 아래로부터 들여다 보는 것은 몹시 갖추어진 사랑스러운 얼굴이다.
 5층 건물의 건물의 붕괴에 말려 들어가, 어찌할 바 없이 밀려 깔린 인간의 몇분 후 상태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는다.

「그런 건 됐어…… 맞아, 아나스타시아님!」

 머리 부분의 고양이귀를 거꾸로 세워, 페리스는 그 이름을 말하며 근처를 둘러본다.
 크루쉬의 대역을 맡아, 위험한 미끼 작전에 협력해준 아나스타시아. 예상대로 『색욕』의 습격에 대응할 수 있었지만, 얻을 수 있던 결과는 비참이라는 한마디였다. 그러나, 그럼에도 협력자는 협력자다.
 그 생사를 확인할 필요는, 율리우스에의 의리의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나와 똑같이, 어딘가에 깔려 있다면……」

 두리번두리번 바로 옆의 파편 아래 따위를 들여다 본다. 건물에 폭락의 조짐이 있던 순간, 아나스타시아는 페리스와 같은 방에 있었다.
 발 밑이 무너졌을 때, 대처하지 못하고 말려 들어간 것은 그녀도 같을 것이다. 적어도 즉사만 하지 않았다면, 페리스의 치유 마법이라면 충분히 구해낼 수가 있다.

「목소리 하나라도 내 주면 찾아내기 쉬울 텐데!」

 재해 구조 따위, 페리스의 가냘픈 팔로 실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부상자를 돕는 것은 전매 특허이지만, 거기에 이를 때까지의 담당은 페리스에게 적합하지 않다. 『색욕』으로부터 정보를 얻을 수 없었던 것도 포함해, 페리스에게 어쩔 도리가 없는 초조가 격해진다. 그러자, 그럴 때에.

「아, 페리스씨도 무사했던 거 같구모」

「――!」

 파편과 돌을 무너뜨리는 발소리가 들려, 뛰어오르듯이 되돌아 본 페리스의 시야에 사람이 보였다. 녹색으로 물들인 머리카락이 흐트러진 채, 싱긋 미소짓는 것은 찾고 있던 아나스타시아다.
 그녀는 움직이기 힘든 기모노의 옷자락을 흔들면서, 깡총깡총하는 발걸음으로 페리스에게 가까워져 온다.

「아나스타시아님, 무사하셨습니까?」

「본 대로, 데이. 거기에 그건 내가 할 말이기도 하데이. 페리스씨야말로, 잘도 그 붕괴 속에서 무사했구모」

「그것은……」

 엄밀하게는 무사하지 않았지만, 페리스는 즉답을 피했다. 이야기할 의무는 없고, 이야기해서 유쾌한 내용도 아니다. 우물거리는 페리스를 추궁하지 않고, 아나스타시아는 대신에 발 밑의 파편과 붕괴된 도시청사를 바라보며,

「모두 피난시켜 두서 정답이었데이. 이거, 조금 대사건이니께」

「대사건……」

 곤란한 것처럼 눈살을 찌푸리는 아나스타시아에, 페리스도 같이 목을 돌린다.
 대사건, 이라고 아나스타시아는 말하지만, 이것이 그런 분위기로 이야기해도 되는 상황일까. 대사건임은 틀림없지만, 그래도 진지함이 부족한 울림이다.
 애초에 이 붕괴 자체를 일으킨 원인은――,

「지하의, 알 씨와 『색욕』의 싸움이었다고 생각하지만시도……」

「――――」

「완전히 막혀버렸고, 이거 파내는 기는 꽤나 곤란할끼다. 지하의 수로를 잘 타고 갔으믄, 살아남았을 끼라고 생각하지만……」

 물론, 그 경우엔 카펠라의 생존의 가능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페리스가 봤던 한, 카펠라의 육체의 재생력은 인지를 넘고 있었다. 아나스타시아의 마법에 얼굴의 반이 날아가, 그런데도 태연하게 있던 것은 너무나도 이상하다. 페리스의 생명력의 폭주가 통용되었으므로, 부자연스러운 체질의 결과는 아닐 것이지만.

「그러고 보니, 아나스타시아님은 어디서 저런 마법을?」

「……그거, 지금, 관계 있나?」

「싸울 수 없으시다고 들어서, 조금 놀랐기에」

 전력 분산의 대화의 장소에서, 전투력은 없다고 자기 신고하고 있었던 것이 그녀다. 아나스타시아 자신에게도, 데리고 있는 인공 정령에게도 그런 힘은 없다고.
 그러나, 그렇다고 하면 카펠라의 얼굴을 불태운 그 마법은.

「――거기에 관해서는, 나도 이야기가 듣고 싶은 참인데」

「――――」

 페리스의 물음에 아나스타시아가 입을 다물자, 거기에 제삼자의 소리가 끼어들었다.
 되돌아 보는 두 명의 시선의 앞, 파편을 차며 다가오는 것은 흠뻑 젖은 모습의 알이다. 그는 목을 기울여, 투구의 틈새로부터 물을 빼내면서 돌아왔다.

「무사해서 무엇보다 다행이데이. 잘 수로에 뛰어들 수 있었나?」

「세 번은 찌부러진 감이 있지만. 뭐,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 그것보다 좀 더 중요한 이야기가 있다」

 공로자의 귀환을 아나스타시아가 마중하자, 알은 그렇게 말하며 청룡도를 뽑았다. 그 칼끝이 아나스타시아에 향하여져 그녀는 형태가 좋은 눈썹을 찌푸린다.
 서로 마주 보는 알과 아나스타시아. 페리스는 그 두 명의 중간의 위치에 있어 삼자의 서는 위치가 삼각형으로 연결되는 형태다.

「이건, 도대체 무슨 생각? 농담이라믄 웃을 수 없는디」

「나도 만담으로 만들 생각은 없어. 고양이귀의 형씨는 차치하고, 네가 살아있는 것은 납득이 안 가. 거기에……」

「숨겨둔 수가 있던 것 뿐이래이. 그야 입다물고 있었던 건 미안하다고 생각하지만, 내도 패를 다 드러낼 수는 없었던 그시고……」

「그런 대답도 있겠지만, 그것보다 문제인 것은 너의 태도야. 무너지는 건물에서 간신히 살아남아, 지인과 폐허에서 잡담…… 그런 태도에 전혀 표정과 감정이 맞지 않아. 그러한 낯짝 하고 사람과 이야기하는 녀석을 뭐라고 말하는지 알고 있냐?」

「――――」

 잇달아 캐묻는 알에, 아나스타시아의 말이 멈추었다. 그러나, 아직껏 그 표정은 애매한 미소에 고정되어 있다.
 그리고 페리스가 지켜보는 중, 알은 단락지은 말의 뒤를 말했다.

「그런 녀석을 말야, 『마녀』라고 부르는 거다」

「……이런이런, 심한 말투다」

 응한 그 소리는 달관한 듯이, 매우 감정이 메마른 것이 느껴졌다.
 싱긋 지은 미소가 벗겨진 대신에 떠오르는 것은 힘이 없는 야유하는 듯한 미소. 다만 그 야유는 다른 사람은 아니고, 자신에게 향해진 자조인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아는 한, 『마녀』는 결코 좋은 의미로 사용되지 않는 말일 것이다만」

「내가 고풍스레 인사할 생각으로 말했다고 생각하냐? 느낀 대로의 의미가 맞다고, 여우 자식」

「무슨 말이야?」

 서로 알고 있는 느낌의 두 명――어조가 바뀐 아나스타시아와 알을 노려보며, 페리스는 그 자리에 자신의 의견이 비집고 들어갈 여지를 요구한다. 그 페리스의 태도에 알은 팔이 없는 왼쪽 어깨를 움츠려, 시선만은 아나스타시아에게 고정한 채로,

「즉, 지금의 아가씨는 겉은 아가씨라도 내용이 다른거야. 그 목에 매달고 있는 성격 나쁜 여우…… 에키드나가 안에 들어가 있는 거다」

「아나의 생존을 우선한 결과, 그런 일이 된 것 뿐이야. 그 일을 나쁘게 말할 정도로, 악의 있는 행위처럼 취급되는 것은 의외로군」

 적의 강한 알의 발언에, 아나스타시아――에키드나가 곤란한 얼굴로 대답한대. 그러자 알은 투구의 저편에서 「항!」하고 코를 울렸다.

「차지하려고 하고 있었던 녀석이 잘난 듯이 말하지 말라고」

「차지한다니 오해다. 어디에 그런 기색이 있었다고 하는 거지?」

「엉망인 카라라기 사투리와, 아가씨의 행세를 했던 것이 증거잖아. 공교롭게도, 인간의 기미를 이해할 수 없는 『마녀』다움으로 바닥이 보였지만」

「이제 적당히 해! 이야기가 아무리 지나도 진행되지 않아!」

 에키드나의 말에 하나하나 알이 덤벼들어서, 페리스가 폭발한다.
 알이 어떠한 사정에 통한 것은 확실한 것 같지만, 현재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아나스타시아의 일이다. 그릇은 지금, 에키드나가 주도권을 잡고 있다고 하는 것이지만.

「우선, 아나스타시아님은 무사해? 몸만은 지키고, 내용은 어디엔가 날아갔다던다 하는 일은 되지 않았다는 거야?」

「무사해. 아나는 심신 모두 건재하게 있어주지 않으면 안 돼. 그렇지 않으면 금기까지 사용한 의미가 없으니까」

「금기……?」

「지금 상태의 일이야. 아나의 게이트는 조금 복잡해서. 스스로는 자유롭게 할 수가 없어. 나로서는 취급할 수 있지만, 부담이 크다. 그런 말이야」

 얇은 가슴에 닿아, 에키드나는 아나스타시아의 표정을 흐리게 한다.
 알은 아직껏 납득 가지 않은 모습으로 검을 쥔 채이지만, 페리스는 그 들이대어지도 있던 검과 에키드나의 사이에 비집고 들어가, 말을 계속했다.

「아나스타시아님의 행세를 해, 우리들에게 말을 걸어 온 것은?」

「협력자의 무사에 말을 걸지 않는 것도 부자연스럽겠지? 아나 본인이라고 가장한 것은, 너희들에게 우리의 약점을 보이지 않기 위해서야. 지금 밝힌 것처럼, 아나의 몸은 불안정하다. 나와의 동화는 숨겨두고 싶었다. …… 간파되었지만 말야」

「율리우스는 이 힘의 일…… 몰랐던가. 당신의 존재도 몰랐었지. 그것에 대해서는 어떤 거냐?」

「그것은 아나와 율리우스, 그리고 『철의 송곳니』의 문제다. 너희들의 질문에 내가 추측을 섞어 대답할 의무는 없다고 생각해」

 이치는 통하고 있다. 페리스가 파편의 산의 아나스타시아에게 느낀 위화감도, 내용물이 다른 에키드나와의 대응의 어긋남이었다고 생각하면 앞뒤가 맞는다.
 그녀의 마법으로 구해진 사실과, 폭락하는 건물로부터 아나스타시아의 육체를 지킨 실적――그 두 개로부터, 적어도 페리스 쪽의 의념은 개였다.

「그래도, 그쪽은 아직 검을 내릴 생각이 들지 않는 거야?」

「……칫」

 페리스가 그렇게 묻자, 알은 혀를 차고 마지못해 청룡도를 칼집에 납입했다. 그것을 지켜보고, 페리스는 재차 너덜너덜한 그의 몸을 바라본다.
 화상에 찢긴 상처, 대단히 부상을 입은 모습이다.

「자, 바로 고쳐줄 테니거 보여 줘. 우와, 이런 곳이 후벼파여져서……! 햣, 뭐야 이 베인 상처, 잘도 죽지 않고 버텼네?」

「나의 역량으로는, 치명상을 깊은 상처로 하는 정도가 한도니까. 도박에 지지 않았으면 좀 더 좋았겠지만…… 뭐, 됐어」

「――?」

 고개를 갸우뚱하는 페리스의 손바닥이, 알의 부상을 하나하나 치유시킨다.
 창백한 빛의 치유력은 과연 한마디로, 눈 깜짝할 순간에 알의 체내에 있던 무수한 상처는 쾌유, 그것을 확인한 알은 한마디 예를 말하고,

「나도 그렇지만, 아가씨들도 살아남아 있는 거야. 틀림없이 『색욕』자식도 살아있을 거다. 파편으로 덮는 정도론 그다지 안심할 수 없다고」

「그 건이지만 말이지」

 알의 경계를 부르는 목소리에, 에키드나가 손을 들었다. 올린 손바닥에는 대화경이 들려 있어, 그녀는 그 표면을 반대의 손으로 가볍게 두드리면서,

「실은 건물이 무너지기 직전까지, 대화경은 전연 말하지 않게 되어 있었다」

「그건 들었어. 『색욕』이……라기보다, 마녀교인가? 마녀교에 마법기를 교란시킬 방법이 전해지고 있는 것 같아. 그걸로 연락 수단을 방해하고 있었다든가……」

「그런 것이겠지. 다만, 그것이 대죄 주교의 조업이었다고 하면 일단 궁지는 피한 것 같다」

「……장황해」

「미안해, 버릇이다. 즉, 대화거울의 기능이 부활했다는 말이야」

 그 말에, 알과 페리스가 동시에 놀란다.
 알은 대화거울을 소지하고 있는 다른 멤버와 연락이 되는 것에. 페리스는 대화경의 사용을 방해하고 있던 요인, 그것이 배제되었다는 가능성에.

「무슨 말이야? 『색욕』은 방해를 중단했다…… 죽어버렸다는 건가?」

 그 재생력을 자랑하는 괴물이, 파편에 깔려 죽었다니 너무나 신빙성이 없다. 알이 말한 대로, 이 장소의 세 명도 살아남아 있다.
 생명력에 특화하고 있던 불사성의 괴물이, 이것으로 끝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그 이외에 생각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면――,

「방해 공작을 계속할 수 없을 만큼의 피해를 받았다. 혹은 중단한 것으로 우리의 방심을 유도해, 숨어 잠복하면서 기회를 엿보고 있다……」

「그건, 그 자식의 성격과는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

「그렇네, 나도 그렇게 생각해. 숨어 잠복하는 것보다 더욱 대담하게…… 예를 들어, 이 장소의 세 명의 누군가로 변해 있다는 것은 어떨까? 진짜는 벌써 죽어 있고, 감쪽같이 바꿔친 거지. 『색욕』이 좋아할 것 같은 방법이 아닌가」

 에키드나의 그 상상에 페리스는 섬칫했다.
 폭락 전, 크루쉬와 꼭 닮게 변한 괴물이 생각난다. 그 때는 눈앞에서 변했기 때문에, 의심의 여지 없이 가짜라고 믿을 수 있었다. 물론, 크루쉬로 변한다면 간파할 수 있는 자신이 페리스에게는 있지만, 이 두 명이라면 모른다.
 그 가능성에 섬뜩해진다. 하지만,

「성가신 얘기 하고 즐기지 말라고, 악녀. 반응이 없다면 이야기는 빠르지. 꼬리 말고 도망친 거야. 질렸으니까 돌아간다. 저건 그런 놈이다」

「그런 근거도 없이 노골적인 짓을……」

「깔리기 전, 그 괴물은 완전하게 퇴색한 낯짝을 하고 자빠졌다. 그게 이유야」

 끝까지 카펠라와 대립하고 있던 것은 알이다.
 상대가 다른 인간이면 코웃음칠 것 같은 말이지만, 상대가 대죄주교나 되면 상식으로는 잴 수 없다. 물론, 경계를 풀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그것보다, 대화경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면 공주와 연락 잡히겠지? 우선 그게 우선이다. 연결해 줘」

 대화경을 가지고 도시청사를 나선 것은, 빌헬름·가필 조와 프리실라·릴리아나 조의 두 조다. 본래, 프리실라조에 짜넣어지고 있던 알은 주의 명으로 마지못해 이 잔류조에 참가했지만, 주인의 안전을 확인하고 싶은 기분은 아플 정도로 안다.

「알고 있어. 그렇게 초조해 하지 않아도…… 응?」

 알이 다가서고, 대화경을 손에 든 에키드나가 눈썹을 찌푸렸다.
 그 반응에 페리스가 무슨 일일까 하고 관심을 가지자, 에키드나의 손안에서 대화경이 희미하게 빛나기 시작한다. ――다른 대화경으로부터의 통신이다.

 그리고 빛나는 거울의 경면에 나타나는 것은――.

2016년 10월 26일 수요일

5장 58화 이후부터 번역합니다

 왜 58화냐구요?
그냥요 ㅋㅅㅋ

리제로 5장 60화

전체 목록

제5장 60 『하나의 끝과, 하나의 싸움』


 흰 빛이 보였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몹시 마음 편안해지는 빛이.
 이렇게나 편한 기분으로, 아침을 맞이하는 것은 얼마나 오랜만의 일일까.
 잠으로부터 눈을 뜰 때는 언제라도 우울해서, 끝나지 않는 악몽 속에 있던 나날에는 안녕이란 어디에도 없어서.
 분명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그 어둠은 개이지 않것이라 믿고 있었으니까.
 그러니까, 이 빛은 이렇게도 마음에 스며드는 것일까.

「――저기, 일어나」

 누군가의 목소리가 난다.
 흰 빛의 저편으로부터, 누군가가 자신을 부르고 있다. 그 소리에 이끌리는 대로, 손을 잡아 당겨지는 대로, 어둠을 빠져나간다.
 멀리 보이고 있던 흰 빛이, 이윽고 시야를 다 가리고――.

「안녕. 잠꾸러기 씨도, 눈을 뜰 시간이야」

 눈시울을 연 저 편에서, 은발의 소녀가 수줍게 웃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그 말에 실피의 뺨을, 눈물이 타고내렸다.


※※ ※ ※ ※ ※ ※ ※ ※ ※ ※ ※ ※


 창백한 빛이 하늘에 솟아올라, 얼음의 결계가 풀린다.
 반괴된 교회를 감싸고 있던 얼음은 빛이 되어, 뿔뿔이 흩어지는 마나는 춤추는 미정령들에게 휩싸여 사라진다.

 불가시의 환상이 불가시의 환상에 삼켜지는 광경은, 몹시 서글픈 듯한 감상을 보는 자들의 마음에 새긴다.
 눈물샘이 자극되었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광경이지만, 흐느껴 우는 그녀들의 눈물의 이유는 그것 뿐만이 아닐 것이다.

 그녀들의 인생, 그 가장 빛나는 시간을 묶고 있던 악몽――그곳으로부터의 해방이다.

「그렇다 치더라도, 에밀리아땅은 굉장하구만」

 무심코 입술을 풀면서, 스바루는 멍하니 중얼거린다.
 시선의 끝에 있는 것은 에밀리아와 그 그녀에게 울며 매달리고 있는 신부――전 신부들의, 건재한 모습이다.
 드레스 모습의 여성은 그 수 빈틈없이 53명, 한 명의 결원도 나와있지 않다.

「……신부와 심장이 동화되어 있다고 들었을 때, 신부를 죽게하지 않고 구할 방법은 없는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말이야」

 신부들의 생명을 빼앗아, 『사자의 심장』의 거처를 없앤다. 그 이외의 방법으로, 그 흉인을 멈추는 방법은 없다고 스바루는 반쯤 진심으로 단념하고 있었다. 희생을 각오하고 있었다.
 그런 스바루와 달리, 에밀리아는 단념하지 않았다.

 레굴루스 상대의 결사적인 격렬한 승부의 한중간이었다고는 해도, 다른 수는 없다고 사고정지하고 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에밀리아는 생각을 그만두지 않았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패로, 무엇이 가능한지 생각해, 그것을 완수했다.
 그러니까,

「이번엔 완전히, 에밀리아땅에게 뺏겼군」

「그렇지는, 않다구」

 탈진해, 벽 옆에 축 늘어진 스바루. 그 안도의 한숨을 우연히 듣고서, 에밀리아가 돌아온다. 흰 드레스는 누더기에, 사투를 넘은 은발은 흐트러져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싸움을 끝내고 거기에 있는 에밀리아는 예뻤다.
 그런 내심의 감개에 숨을 내쉬고, 스바루는 턱을 흔든다.

「아직 그 사람들, 에밀리아땅에게 감사의 말을 아무리 전해도 부족한 얼굴 하고 있다고?」

「얼버무리지 말라구. 거기에 나, 모두에게 잘난듯이 말할 수 없는 걸. 순간의 일이었지만…… 한 번은 죽을지도 모르는 선택을 모두에게 억지로 시킨 거니까」

「그렇지만 아무도 죽지 않았어. 모두 살아 있어. ――그것이 무엇보다야」

 그 결과, 그것이 무엇보다도 최상이다.
 원하던 대답을 얻을 수 있어 스바루는 안도한다. 에밀리아는 허리에 손을 대고는, 변함없이 자기 평가가 낮은 자신을 보류한 채 스바루에게 입술을 뾰족하게 한다.

「상처투성이가 되서, 잔뜩 무리하고…… 스바루가 노력해 주지 않았으면, 지금쯤, 모두 안됐을거야. 『사자의 심장』도, 스바루가 깨달아준 덕분이고」

「결정적 수단이 부족한 것은 평소의 일……이라고 정색하는 것도 뭣하지. 그렇지만, 잘도 생각해냈네. 신부씨들을 얼음에 가둬, 가사상태로 만든다니」

「나도, 얼어 있었던 시간이 길었으니까」

 데헷, 이라는 느낌으로 에밀리아가 혀를 내민다. 귀엽다.
 하지만, 의외로, 웃으며 이야기할 내용도 아니다.
 라고는 해도, 에밀리아의 행동과 그 재치는 레굴루스 타도에 있어, 쓸데없는 희생을 낳지 않는다고 하는 최대의 효과를 발휘했다.
 53명, 고귀한 신부들의 생명은 구해진 것이다.

「분명하게 잘 할 수 있을지, 자신은 없었지만」

「그렇지만 해치웠지. 에밀리아땅, 자기 힘을 다루는걸 노력해왔으니까」

「그렇지만, 얼어 버린 채로 남아있을 가능성도 있었어. 잘 해방할 수 있어서 조금 지금 마음이 놓이고 있어」

 그리고 수줍은 웃음을 숨기면서, 그녀는 자신의 가슴에 손을 댄다.
 그 손바닥 아래, 맥박치는 자신만의 고동을 확인하듯이.

「게다가, 스바루가 레굴루스의 심장을 내 가슴으로부터 꺼내 주지 않았으면, 나도 자기 자신에게 같은 마법을 걸 수 밖에 없었어. 그 경우, 실피들이나 나도, 녹이는게 지금보다 엄―청 더 큰일이었을 거라고 생각해. 또 백년 걸려버렸을지도」

「에이―, 아무리 그래도 그것은 너무 과장스럽지」

「…………」

「과장스럽지 않았어!? 세상에, 근소한 차이의 파인 플레이였구나!」

 말없이 쓴웃음짓는 에밀리아에, 스바루는 경악한다.
 레굴루스의 도발로, 자신째 『사자의 심장』를 멈추려고 한 에밀리아. 그것을 간과하고 있었다면, 에밀리아와 이승의 이별이었다. 물론, 그렇게 되지 않게 얼음을 녹이는 방법을 찾아 헤맸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잠자는 공주 두 명이라니, 나의 역귀상이 장난 아니게 되니까 좀 봐줘」

 투덜대며, 그러나 스바루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어쨌든, 에밀리아는 무사하게 구해졌고, 신부들도 무사하게 끝났다. 레굴루스와의 싸움은, 개인과의 싸움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 대규모의 파괴를 낳았지만――최종적인 결착으로서 이 쪽이 입은 피해는 거의 없다.

 겨우, 스바루가 육체적으로 다양하게 짊어진 것과, 마녀교와의 불필요한 인연.
 그것과――.

「라인하르트, 상처 치료도 하지 않고 나갔는데 괜찮으려나」

 골똘히 생각하는 스바루에게, 문득 에밀리아가 그렇게 말했다.
 스바루는 얼굴을 들어, 팔랑팔랑 손을 흔든다.

「문제 없어. 뭔가 저녀석, 그대로 둬도 마음대로 미정령이 상처를 치료해 준다는 것 같아. 스스로 말했어」

「아, 역시. 이 근처에 많이 있었던 미정령들이, 라인하르트가 없어지니까 모두 따라가버려서…… 라인하르트, 정령사의 소질 있을지도」

「내 개성이 죽으니까 그만둬!」

 거기에 라인하르트의 경우, 그런 것 없어도 충분히 너무 강하잖아. 레굴루스에게 라인하르트를 부딪친 것은 스바루 자신이지만, 마지막 결투(모조)의 상황에서의 라인하르트의 싸우는 모습은 썰렁하다는 한마디이다.

 인간, 저렇게 가볍게 구름 위까지 점프할 수 있는 건가. 같은 인간이라고는 생각되지 않고, 그렇지만 같은 왕선 후보자의 기사인 것이다.

「에밀리아땅, 약한 나지만 버리지 말아줘」

「――? 나, 스바루 엄―청 의지하고 있는데?」

「그렇죠! 그렇네요! 앞으로도 잘 부탁해요!」

「미안, 조금 어째서 그렇게 쭉쭉 오는지 모르겠어……」

 어쨌든, 저쪽이 이쪽이 하고 비교하는 것은 그만두자. 그야말로, 타인을 평가 기준으로 삼고 안심하지 않으면 행동할 수 없는 레굴루스처럼 된다.
 본받을 점 따위 없는 남자라고만 생각하고 있었지만, 의외로 반면교사로서는 꽤 나쁘지 않은 것은 아닐까.

「……다른 모두, 괜찮을까」

「그걸 위한 라인하르트. 거기에 까놓고 말해서, 다들 나보다 강하니까」

 맡기자, 라고 말하면 타력본원으로도 들리지만, 믿고 있다는 간지러운 표현이 제일 잘 와닿는다.
 진영은 다르고, 머지않아 하나의 왕위를 두고 정면에서 서로 부딪치는 일도 있을 것이지만, 스바루는 그녀들을 그들을 믿고 있었다. 인격·능력·신념 다양하게 있지만.

 적어도, 마녀교처럼 비열하고 구할 도리 없는 녀석들에게 지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그렇게 바랄 수 있을 정도로는.

「――――」

 거기에 누군가가 패배해, 생명에 관련되는 것 같은 일이 있다면――스바루는, 『사망회귀』를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로즈월과의 계약, 그것은 차치하고 구할 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면, 반드시 구하려고 해 버린다.

 아픈 것도 괴로운 것도, 싫다.
 그렇지만 슬픈 것은 분명, 좀 더 싫은 것이다.

「스바루」

「――――」

 죽음의 가능성을 생각하는 스바루에게서 무엇을 보았는지, 들어앉는 스바루의 곁에 에밀리아가 앉았다.
 그녀는 스바루의 왼쪽 어깨에 몸을 기대면서, 숙인 그 머리를 상냥하게 어루만진다. 낯간지럽다. 하지만, 떨어지기 어렵다.

「에밀리아땅?」

「지금, 스바루와 같은 기분. 모두가 걱정이지만, 이제 힘이 텅 비어서, 도움도 안 돼. 그러니까 나도, 스바루와 함께 빌게 해줘? 모두의, 무사」

「――――」

「분명 괜찮아. 그야, 다들 우리보다 엄―청 강하고, 엄―청 똑똑하고, 엄―청 노력파니까」

 스바루를 안심시키기 위해서인가, 말을 선택하고 있는 에밀리아. 그 말 선택의 센스가 그야말로 그녀다워서, 스바루는 약간 마음이 편해졌다.

 믿자. 모두를. 보낸 라인하르트를.
 레굴루스의 격파 이후 바로, 라인하르트는 다른 동료들의 구원을 위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가 도달하는 전장엔 아무 걱정도 없다.
 아무도 빠지지 않고, 아침을 맞이하고 싶다. 그러면, 스바루의 걱정거리는 이제, 단 하나로 괜찮다――.

「――――」

 기도하듯이 하늘을 올려보는 스바루에, 에밀리아도 또 붕괴된 교회의 천정으로 밤하늘을 우러러본다. 그 에밀리아에게 보이지 않게, 스바루는 자신의 가슴을 꾹 눌러, 꽉 쥐고 있었다.

 ――레굴루스의 죽음의 실감과 함께, 또 뭔가 정체모를 검은 것이, 자신의 가슴에 미끄러져 들어와, 맥동하고 있다.

 이것은 분명, 페텔기우스 때와 같은 것이기에.

 그러니까 그것을 에밀리아에게 눈치채이지 않게, 그저 조용히.
 하늘에 기도를, 자신에게 각오를, 그저 조용히.


※※ ※ ※ ※ ※ ※ ※ ※ ※ ※ ※ ※


 ――시간은 레굴루스 격파보다도, 조금 거슬러 올라간다.

 그것은 스바루들의 제어탑 공략조의 출발과, 그것을 보류한 오토가 『예지의 책』의 회수를 위해서 청사를 나온 반각 후의 일이다.
 그것은 오토가 펠트들과 전투하는 『폭식』과 접촉했을 무렵이자, 가필이 크루간과 수로에 떨어졌을 무렵이며, 빌헬름이 테레시아의 후드를 떨어뜨렸을 무렵이고, 율리우스가 몸에 기억에 없는 원망의 말을 듣고 눈살을 찌푸렸을 무렵이며, 신부에게 무단으로 결행된 결혼식의 한중간에 교회가 반괴되었을 무렵이자, 도시 북부의 수로가 갑자기 일제히 타올랐을 무렵이며――비전투원만이 남은 도시청사의 건물을 충격이 덮친 순간이었다.

「짜잔! 저의 행차~!」

 5층 건물인 도시청사의 최상층, 그 벽을 거대한 질량이 가차없이 분쇄한다.
 격렬한 진동에 건물의 창은 금이 가, 낮에도 있던 데미지에 건물의 토대가 치명적으로 손상된다. 프리스테라의 도시 기능, 그 중추이기도 했음이 분명한 건물은 단 하루만에 붕괴 직전까지 내몰려 몰라볼 정도로 초췌한 상태에 빠져 있었다.

 다만, 그것이 붕괴 직전에 끝나든가 그렇지 않든가라고 하는 것은, 이 장소에서 지금부터 일어날 사건――그 결과 나름으로 정해진다.

「4개의 탑에 4개의 수문. 어떤 것이나 하나라도 열리는 날에는 도시의 전부가 수몰 확실…… 당연히, 모든 탑의 가능성을 잡지 않으면 안되니까, 너희 쓰레기들은 싫어도 전력을 분산시켜 총력전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페캬악 하고, 귀에 거슬리는 목소리가 도시가 놓여진 상황을 말한다.
 그러자, 그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다.

「모두! 반드시 살아 돌아와서, 이 도시를 지키자!」
「이 아름다운 거리의 풍경을, 우리의 힘으로 되찾는거야!」
「정의를 위해서 싸우는 우리가 질 리가 없어!」
「선행에는 선과, 악행에는 악과 있으라. 이 싸움, 우리의 승리다――!」

 늠름한 청년의 목소리가 난다.
 나이 어린 소녀의 용감한 목소리가 있었다.
 역전을 느끼게 하는 딱딱한 남자의 군사다운 홍이 있어, 이지적인 묘령의 여자의 목소리가 분발케 하는 것 같은 고무를 외친다.
 모두, 그 말에 부끄러워하지 않을 만큼의 의지와 각오에 보장받은 강한 말의 갖가지――하지만, 말한 입은 하나뿐.

「라―거나, 생각해 버리거나 한 것 아닙니까?」

 그리고 강한 말을 말한 것과 같은 입술이, 지금까지의 말 전부를 배반하는 것 같은 모멸과 조롱, 지워 없앨 길 없는 악의를 굳힌 목소리로 단언한다.
 그리고 그 목소리의 주인은, 자신의 작은 몸을 껴안아 마지못해 어깨를 좌우에 흔들어,

「꺄하하하핫! 싫다싫다싫다―아, 그만둬 주세요라는 거예요! 어째서 제가 그렇게 촌스럽고 땀 냄새가 날 것이 틀림없는 정의에 어울려주지 않으면 안됩니까? 너희 쓰레기들, 모두 다 머리 예쁘게 끓고있는 겁니까?」

 날카롭고, 매우 소란스러운 웃음소리가 오른다.
 숨기지 못한다, 숨길 생각이 없는 악의의 교성, 그것을 올리는 것은 아직도 어린 미성숙인 몸을 한 동녀다.

 둥근 눈동자에 얇은 입술, 목까지의 높이의 금발에 붉은 뺨을 귀여움의 극을 달리는 듯한 용모로, 그 얼굴에 동녀답지 않은 염조차 기릴 정도의 흉상을 떠올리고 있다. 몸에 걸치고 있는 것은 속옷과도 동연한 헝겊만으로, 아직 여성으로서는 커녕 인간으로서의 몸이 완성되지 않은 동녀의 과잉인 노출은, 정상적인 인간에게 동일하게 비뚤어진 혐오감을 안게 했다.

 아마 동녀――아니, 그 괴물의 목적은 그곳에 있다.
 마녀교 대죄주교, 『색욕』 담당 카펠라 에메라다 루그니카, 그 인간의 윤리와 존엄을 있는대로 능욕하는 괴물의 목적은 그곳에.

「제가 예의바르게, 탑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적당한 망상을 믿을 수 있는 정신이 이미 수수께끼! 얼마나 너희들 상냥한 매일을 보내온 것입니까, 접대냐! 싸움은 적에게 시키고 싶은 것을 시키지 않고, 적이 당하고 싶지 않은 것을 하는 것이잖냐. 꽃밭의 거주자도 적당히 하라는 거예요, 쓰레기 쓰레기 쓰레기 쓰레기 쓰레기들이」

 듣는 것을 견디기 힘든 갖은 험담의 한중간에도, 행동만은 사랑스러운 괴물 카펠라.
 뺨에 손가락을 세워 몸을 구부리는 괴물은, 도시 청사에의 침입을 완수하자 즉석에서 사람의 기색이 있는 비근한 방에 침입――거기에서 카펠라와 조우해, 지금까지의 욕소리를 계속 퍼부어지고 있는 것은 고양이귀의 기사다. 등 뒤의 침대에는 가로놓인 긴 머리카락의 여성이 있다.
 이곳은 청사의 최상층, 페리스와 크루쉬 주종에게 할당되어져 있었던 방이었다.

「네가, 대죄주교인 『색욕』……!」

 분노에 떨리는 목소리로, 카펠라를 노려보는 것은 침대를 감싸는 페리스다. 카펠라는 자신을 노려보는 페리스에게 고개를 갸웃해, 그 뒤의 침대를 들여다 보고 납득한 얼굴로 끄덕였다.

「아――네네, 원망받아 납득. 역시 피에 져버렸습니까. 안되겠지――라고는 생각하고 있었던 거예요. 생각하고 있었던 거지만, 실제로 지는 걸 보면 실망해 버리네요. 적당히 고귀한 루그니카의 피일테니까 기대하고 있었다는데」

「크루쉬님을 이런 꼴을 당하게 하고 뭐가 목적이야!? 어떻게 하면 크루쉬님을 구할 수 있어! 대답해!」

 애석해한다고 하기보다는 지루한 듯한 카펠라의 군소리에, 사랑스러운 얼굴을 분노로 붉힌 페리스가 짖는다. 그 양손에 쥐어지고 있는 것은, 페리스가 가지고 다니는 단검이다.
 아름다운 장식과 사자의 문장이 조각된 그것은, 실전용이라고 하는 것보다 관상용의 일품. 페리스 자신의 미숙한 기량과 함께, 효과적으로 휘두를 수 있듯이 보이지는 않는다.

「그거 장난감? 소중한 선물? 어느 쪽이었든, 가는 손으로 그런 것 휘두르고 있으면 위험하지 않습니까, 아가씨. …… 아니, 응?」

 혀를 내밀어 웃는 카펠라가, 거기서 말을 중단하고 눈살을 찌푸렸다.

「우와, 기분 나빠. 에? 너 대단히 부자연스러운 몸 하고 자빠졌네요. 남자 주제에 그 몸…… 어떻게 하면 그런 식으로 된다는 겁니까. 그저 여자의 모습을 할 뿐인 변태와는 근본부터 달라서, 저 썰렁입니다만?」

「――읏」

 페리스의 성별을 간파한 다음, 카펠라는 그것이 부자연스럽다고 혐오한다. 괴물은 페리스를 위에서 아래까지 바라보고, 일부러인것 같게 게워 보인다.

「그 모습, 남자의 방심에서도 부르기 위해서입니까? 그런 거라면, 인간이란 것의 하찮음을 이해하고 있지 않습니까. 남자는 바보이고, 여자는 얼간이고, 인간은 모두가 다 쓰레기들뿐…… 제 기호의 결론입니다만」

「시끄러워! 불필요한 걸…… 질문에 답해! 크루쉬님에게 무엇을 했어!!」

「아――정말, 시끄럽네에」

 어디까지나 회화가 성립하지 않는 카펠라에게, 페리스는 치욕을 견디며 다시 고함친다. 그것을 들은 카펠라는 어깨를 움츠리고, 깜박임의 직후에 동녀의 얼굴이 녹았다.

「――!?」

 숨을 삼키는 페리스의 앞에서, 동녀의 몸이 녹으면서 형태를 바꾼다.
 작은 키가 악몽처럼 성장해, 선명한 금발이 변색한다. 모든 사람의 비호욕을 일으키는 달콤한 얼굴 생김새가 늠름한 것이 되어, 속옷 동연의 착의가 남색의 드레스로 바뀌었다.

 이야기로 듣고는 있었지만, 그 변이·변모를 페리스가 직접 목격하는 것은 처음의 일이다. 접한 것의 몸을 자타 묻지 않고, 자기 좋은 대로 만들어 바꾸는 악몽의 창조자.
 그리고 그 악몽의 현현에, 페리스는 보연자실[呆然自失]이 된다.

「아, 우……」

「――뭘 놀라고 있습니까?」

 그렇게 말하며, 긴 초록의 머리카락을 매만지는 것은 페리스가 가장 사랑하는 얼굴이다.
 정면을 가로막고 선 카펠라의 모습이, 페리스의 경애 하는 주인 그 자체로 바뀐다. 그 일에 페리스의 얼굴은 창백해져, 잡는 단검이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이거봐, 조금 전까지의 위세가 없어졌다. 이 얼굴, 이 몸, 이 목소리로, 눈앞에 서자마자 그 꼴」

 본 적도 없는 크루쉬의 얼굴로 웃고, 카펠라가 천천히 앞에 나온다.
 그녀는 페리스의 바로 근처,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은 거리까지 다가가더니, 무엇을 생각했는지 떨리는 단검의 칼끝에, 자신의 가슴의 중심을 맞추었다.
 크루쉬의 큰 가슴의 한가운데에, 칼끝이 살그머니 겨누어진다.
 쑥 내밀면 박히는, 그런 위치에.

「미운 상대가 눈앞에 있다구요. 제 원수를 취해 주세요. 괴롭다, 괴로워. 숨을 쉬는 것도 괴롭워. 눈을 뜨고 있을 수 없어. 심장이 피가 아니고, 전신에 독을 흘리고 있는 것 같아. 그러니까 빨리, 원수를 갚아줘. ――그렇게, 말하고 있다구요」

「후, 후우…… 후웃……!」

「쭉 검을 밀어넣어, 마음껏 상처를 후벼파듯이 비틀어 뽑으면 됩니다. 그러면 심장이 파괴되어, 동맥이 다 끊어져 피가 멈추지 않게 된다. 죽일 수 있습니다」

 페리스의 호흡이 빨라져, 시선의 위치가 정해지지 않게 된다.
 가천금[値千金]의, 주군의 구적의 생명이 눈앞에 내며지고 있었다. 말해진 대로, 지금이라면 확실히 공격이 통과한다. 심장을 뭉갤 수 있다. 죽일 수가 있다.
 그저, 경애하는 사람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것만으로.

「찔러라, 찔러라, 찔러라, 찔러라, 찔러라, 찔러라」

「――――」

「찔러라――!」

「우, 아아아!!」

 저주처럼 명해져, 페리스의 단검이 그 가슴에 꽂힌다.
 칼날은 인체를 간단하게 꿰뚫어, 뼈의 틈새 안쪽에 있는 심장을 파괴. 예리한 칼날이 비틀려, 근육이 끊어지는 잔혹한 소리를 내며, 피의 분출과 함께 단검이 빠졌다.

「하, 하앗」

 튄 피를 받지 않게 물러나, 페리스가 난폭한 숨을 내쉰다. 그 손으로부터 단검이 소리를 내며 떨어져, 마루에 방울져 떨어지는 피에 잠겨 가는 것을 알았다.

「구, 콜록」

 그리고, 가슴을 찔린 카펠라는 무릎을 꿇고, 입으로부터 대량의 피를 흘린다.
 외관은 크루쉬인 채, 아픔과 괴로움에 얼굴을 피로 더럽혀, 물기를 띤 호박색의 눈동자를 믿을 수 없는 것을 본 것 같은 얼굴로 페리스를 올려보았다.

「아파, 아파요…… 어째서, 어째서 이런 일을……」

「네가, 찌르라고 했잖아……! 나에게, 크루쉬님을 찌르라고!」

「괴로워, 괴로워. …… 너무해, 용서할 수 없어. 그렇게 좋아한다고, 사랑한다고 한 주제에…… 서로 사랑했는데……」

「――! 바보같은 일 말하지 마! 나와 크루쉬님은 그런 관계가 아냐!」

「아, 그렇습니까? 그건 뭐, 연출상의 견해의 차이가 있었네요―」

 상쾌한 얼굴로, 카펠라가 소매로 피를 닦으면서 일어선다.
 그러는 김에 그녀가 자신의 가슴의 상처를 매만지자, 확실히 있던 상처는 일순간에 사라진다. 지금까지의 고민에 비뚤어지고 있던 표정도 어디론가 사라져, 한숨을 쉬었다.

「역시, 한다면 최초부터 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지요, 이런 거. 서로 사랑하는 주종에, 겉모습만 모방한 내가 살인을 시킨다. 그러한 곳에 사랑의 카타르시스가 있는 겁니다만…… 실패, 실패」

「이런 촌극…… 너는 뭘 하고 싶은거야. 시키고 싶은거야!」

「별로? 의미같은 건 없고, 시키고 싶은 것 따위 없어요. 남편에게 아내의 모습을 죽이게 한다니 시간 때우기같은 것이고. 기사를 여장시켜 옆에 두고 있는, 그러한 취미에 그러한 관계인 것일까 하고 생각한 것 뿐이고」

「나와 크루쉬님의 약속은, 그런 겉모습의 것이 아냐!」

「성벽이라든지 성애가 겉모습이라니, 그야말로 들뜬 의견이라고 저는 생각하거나 합니다만 말이죠―」

 목소리를 거칠게 하는 페리스에게, 목을 기울인 카펠라가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카펠라가 오른손을 들어 올리자, 그 형태가 또다시 크게 변용한다.
 손바닥이 거대한 꽃의 꽃잎처럼 되어, 성장하는 촉수가 페리스의 몸을 후려쳐 넘겨, 바람에 날아가는 그를 옭아매어, 단단히 조이면서 벽에 내던졌다.

「커, 헉……」

「본 채로 닿은 그대로, 약하고 얇은 몸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게 여자가 되고싶다는 거라면, 제가 여자로 만들어 줄까요? 제 손에 걸리면 조금조금 해서, 바아로 물건 떼고 구멍 붙여 드릴 수 있다구요?」

「나, 의 몸 같은거 어떻게 되든…… 그것보다, 크루쉬님을……!」

「어처구니없네. 자기보다 타인이 큰일이라니, 아름다운 걸 말해주고 자빠지는게 아니에요. 거기에 피에 진 몸을 어떻게 하면 되돌릴 수 있는가? 핫, 그런 방법이 있다는 거라면 제 쪽이 알고 싶을 정도예요」

 촉수가 꾸불꾸불, 페리스의 가는 손발이 울혈[鬱血]한다. 괴로운 듯이 눈을 뒤집어, 뼈가 뒤틀리는 소리가 방안에 삐걱삐걱 울린다.
 사람에서 꽃으로 변한 오른손을 대신해, 내걸고 있었던 왼손이 사마귀의 낫을 형성한다. 크루쉬의 모습인 채, 오른팔을 꽃으로, 왼팔을 벌레의 팔로 한 추악한 모습.
 그런데도 얼굴 생김새만은 변함없이, 아름다운 채인 것이 무섭다.

「꾸물꾸물한 고깃덩어리로 바꾸어 주는 것도 즐거울 것 같습니다만, 저도 한가하지 않다구요. 다른 누군가가 올라오기 전에, 너나 주인도 통째로 정리해버려 주려는거 아니겠습니까」

「――우, 쿠」

「그렇다 치더라도, 답없이 얼간이인 놈들이에요. 내가 온다고 상정하기는 커녕, 습격되어도 대응이 늦어 늦어. 도대체 언제쯤이면……」

 거기까지 말하고, 유열에 느슨해지고 있던 카펠라의 표정이 흐려진다. 그녀는 자기 자신의 발언에 의문을 품은 것처럼, 허덕이는 페리스에게 얼굴을 대었다.

「아무리 뭐라해도 너무 늦는 거 아닙니까? 제가 위로부터 들어온 거라고 해도, 올라오는데 시간이 너무 걸립니다」

「……아」

「뭘 꾸미고 자빠졌는지, 냉큼 토하는 편이 몸을 위한 일이에요. 그렇지 않으면, 소중한 소중한 주인님이 좀 더 추악한 모습으로 대변신……」

 카펠라의 왼팔의 낫이 침대에 가로놓인 크루쉬에게 향해져 잔혹한 선택이 페리스에 재촉당한다. 그 질문에, 페리스는 떨리는 입술로 목소리를 줄이기 시작해,

「――석」

「아―앙? 어떤 목숨구걸을 들려주려고……」

「이, 쓸모없는……녀석」

「하?」

 황색의 눈동자가 증오를 품고 카펠라를 노려보며, 토해 버리듯이 그렇게 말했다.
 직후, 페리스의 몸을 묶고 있던 촉수가 연기를 분출하며, 꽃잎이 아연실색하게 썩어 떨어진다. 그 스스로의 오른팔의 부식을 보고, 카펠라도 오싹한 얼굴을 했다.

「어―라라? 이것은 저의 손에 무엇을……」

「뭐, 성격 나쁜기는 그쪽의 전매특허가 아니라는 거데이」

 촉수가 썩어 떨어져, 페리스의 몸이 해방된다.
 그 일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카펠라를, 한층 더 다른 목소리가 차단했어. 가련한 음성에 독특한 인터네이션. 카펠라는 그것이 들린 침대의 쪽을 바라보고――직후, 빛이 달린다.

 실내의 온도가, 일순간만 상승했다고 착각할 정도의 흰 열선. 그 고열의 빛은 카펠라의 안면을 구워, 그 왼쪽 반을 지워 날렸다.
 고기가 구워지는 타는 악취와, 탄화한 상처의 단면을 드러내며, 카펠라는 크게 그 자리에서 뒤로 물러난다. 뱀처럼 성장한 혀가 그 상처의 표면을 핥고, 웃었다.

「동료의 얼굴이라는데 용서 없네요. …… 뭐, 그다지 효과가 없는 녀석들은 자주 있는 것입니다만, 여기까지 당한 것은 놀랄 일 아닙니까」

「동료라니 착각이고말고. 우리들은 장사 상대…… 가 아니고, 경쟁 상대인기다. 그런 상대의 얼굴 보고 공격이 무디어질 만큼, 내도 마음 편하게는 살지 않았데이」

「조건부의 협력 상대로 언젠가의 적. 그렇다면, 굳이 얼굴을 노렸다는 것은 기분 전환이라는 겁니까? 그렇다고 하면 성격 한 번 너무 비뚤어졌다고 생각하고 자빠지게 됩니다만」

「말했지 않나, 그런 공사혼동은 안 한다고. 머리를 노린 건 단순히, 거기 뭉개믄 죽지 않을까 하고 기대한 것 뿐」

 그렇게 말하며, 침대에서 내려온 인물은 기대 밖이라는 듯 한숨을 흘린다.
 크루쉬를 대신해, 침대에 가로놓여 있던 아나스타시아다.
 그녀는 초록의 염료로 물들인 물결치는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얼굴을 태워져도 건재한 카펠라에게 싱긋 미소지어 돌려주었다.

「기대했는데, 죽지 않는구나」

「웃는 얼굴로 무서운 여자 아닙니까. 주저없이 여자의 얼굴 굽는다든가, 합리적을 넘어서 이기적이어서, 실로 제 기호의 썩은 암코기!」

「너같은 것에 호감 사는 건 내도 사양이래이. 뭐냐, 내 기호는 털이 많아서 만지는 느낌이 좋은 귀여움계인게 당연하잖나」

 당당히, 아나스타시아는 괴물 카펠라와의 회화에 응하고 있다. 그녀는 침대의 옆에서 기침하는 페리스에게 다가가면, 그 팔을 당겨 일으켰다.
 아직 눈물고인 눈의 페리스에게, 아나스타시아는 「이제 충분하제?」하고 서론 하면서,

「끌어낼 수 있는 말은 없어. 적어도, 현재 상황으로선 크루쉬씨의 일은 보류데이」

「……알고 있어. 이런 위험한 도박, 어울려줬고」

「이번 일, 내그 책임도 크니까 피차일반이래이」

 왕국 최고봉의 치유술사인 페리스의 힘으로도, 지금의 크루쉬를 달랠 수 없다.
 그녀를 구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원인이고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당사자로부터 끌어내는 것 외에 없다. 그 페리스의 호소를, 아나스타시아는 거절하지 않았다.
 도시 프리스텔라에 후보자를 초대한 것은 아나스타시아다. 그리고 현재가 있다. 그것의 책임이, 아나스타시아에게 페리스의 요구를 거절하게 두지 않았다.

「이만큼 해서, 수확 없다고 말한다니 참말로 기대 밖이래이」

「그렇다면 기대에 따르지 못해서, 미안한 기분으로 가득하다는 일은 없지만 말이죠, 내가 온다는 보증은 어디에도 없었을 겁니다만?」

「나츠키 군의 방송이 있었제? 저걸 듣고, 움직일 거라고 생각한기다」

 주전력인 공략조를 보내고, 대본영이 비면 반드시 적은 움직인다. 정정당당히 마녀교가 그들을 맞아 싸울 이유는 없다. 카펠라의 발언대로다.

「나츠키군은 그 근처가, 조금 마무리가 어설프데이」

 굳이 지적하지 않았던 가능성이지만, 습격을 걸어오는 것은 대죄주교의 성격으로 버아 『분노』와 『색욕』의 어느 쪽일거라고 말하는 곳까지는 짤 수 있었다.
 까닭에 아나스타시아는 함정을 쳐, 도시청사를 덮치게 하도록 맡겼다. 진짜 크루쉬는 물론, 다른 부상자들도 벌써 피난소에 피난시켜 두었다.
 아무도 이 층에 올라오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이 건물 가운데에 사람이 있는 것은, 이 최상층과――.

「……흐음, 헤에. 머리가 도는 녀석도, 조금은 있고 자빠졌다는 겁니까. 그렇지만, 나를 얕보고 자빠지지 않았습니까? 그쪽의 고양이귀도, 그쪽의 아가씨도, 어느 쪽도 온전히 싸울 수 있는 것처럼는 안보입니다만」

「아가씨라니 부끄럽데이. 이래뵈도 내, 연장자 위치래이?」

 카펠라의 말에, 아나스타시아는 윙크해 보인다.
 그 당당한 행동에, 카펠라는 혐오와 흥미를 동시에 눈동자에 머금는다. 그러자, 반 녹아 있던 크루쉬의 얼굴이 비뚤어져, 카펠라의 모습은 다시 속옷 모습의 동녀로 되돌아왔다.
 설마 이것이 카펠라의 진정한 모습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2번째의 동녀 모습으로 카펠라는 잔혹한 얼굴을 띄워, 아나스타시아를 가리켰다.

「결정했습니다. 그 귀여운 얼굴, 그것만 남겨 목부터 아래를 고구마벌레로 만들어 주겠습니다. 그렇게 되어도 아직, 저를 깔보는 말할 수 있을까 시험해보지 않겠습니까」

「그거 무서버라…… 그러니께, 일단 작별」

「――――」

 아나스타시아의 거절에, 위협적인 태도를 취하는 카펠라는 의아스러운 얼굴을 한다.
 아나스타시아는 녹색인 채의 머리카락을 당기며, 방안을 바라보았다.

「내는 네가 오는 것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했제. ――그라모, 아무 준비도 안 하고 기다리고 있었을 리가 없잖나?」

 단언한 직후, 아나스타시아가 발끝으로 방의 마루를 가볍게 두드린다.
 날카롭게 두 번, 마치 뭔가의 신호처럼――순간, 카펠라의 발밑의 마루에 균열이 생겨, 몸의 자세를 무너뜨린 동녀의 몸이 아래층으로 낙하한다.

「이런, 뭐어」

 방의 바닥이 빠져, 전락하는 아래의 층의 마루에도 같이 구멍이 열리고 있다.
 카펠라는 그대로 한층 더 아래층으로, 총합 4층 분의 높이를 단번에 낙하해, 1층보다도 더욱 깊은 지하 공간에 떨어뜨려졌다.

 뿌직, 하고 소리를 내며 카펠라의 몸이 터진다.
 무방비하게 바닥에 내던져져, 차가운 지면 위에서 동녀의 몸이 찌부러지고 있었다.
 얼굴로부터 피를 분출해, 손발이 눌러꺾인 끔찍한 모습. 하지만, 고깃덩이가 된 몸은 곧바로 그 손다리를 우글거리게 해 동녀의 몸은 부정형의 물처럼 형태를 바꾸어, 일어섰다.

 거기에 나타난 것은, 요염한 풍취의 여성의 모습이다.
 풍만한 육체를 노출이 많은 의상으로 아까운 듯하지도 않게 드러내, 드문 흑발을 땋고 있다. 어딘지 모르게 뒤숭숭한 분위기가 있어, 마음이 초조해지는 미모다.
 페리스도 아나스타시아도, 그것이 누구를 바탕으로 한 모습인 것인지는 모른다. 애초에 4층에 남은 두 명에게는, 그녀가 변화한 그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니까, 그 모습을 취했던 것에 놀라는 자는 없었다.

「아아, 아아, 정말 정말…… 다양하게 즐겁게 해 주지 않습니까. 꺄하하하핫!」

 빈사의 모습도, 임사의 아픔도 느끼지 않는 기색으로, 카펠라가 그 목을 튀게 한다. 변이 후의 모습에는 너무나 알맞지 않는 경박한 교성, 그것이 청사의 지하 공간에 울려퍼졌다.

 어슴푸레하고, 차가운 습기찬 공기가 감도는 공간이다. 순수한 지하실이라고 하는 풍치는 아니고, 도시안에 둘러쳐진 수로――그 관리용의 시설의 일부일 것이다.
 어딘가로부터 흐르는 물의 소리와 머리 위의 구멍과는 다른 장소로부터 바람이 흘러오고 있다.

「이런 열렬한 환영을 받다니, 저도 자유자재로 크기를 바꿔버리는 가슴이 튀어 버리지 않습니까. 빨리 돌아가서 껴안아, 제 팔 안에서 저 이외는 사랑할 수 없도록 다시 예의범절을 가르쳐서……」

「돌아갈 수 없다고」

「――――」

 뺨을 붉혀, 흥분에 몸을 떨고 있던 카펠라를, 누군가가 억제했다.
 낮은, 귀찮은 듯한 남자의 목소리다.

 그 목소리에 카펠라가 얼굴을 들자, 지하의 어둠으로부터 사람의 그림자가 나온다.
 그것을 본 카펠라는 표정을 일변. 그때까지 황홀로 하고 있던 표정이, 몹시 밉살스러운 듯한 것으로 비틀려 상대를 노려본다.

「저의 미의식은, 자신의 추악함을 숨기려는 녀석에겐 용서가 없습니다만?」

「그러냐. 안심하라고. 나의 미의식도, 널 용서할 생각은 없어」

 나른한 목소리는 카펠라에게 그렇게 응해,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 같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위에서 들었을 거잖아? 너의 동향은 이쪽의 성격 나쁜 녀석들에게 간파되고 자빠진 거야. 들어…… 성격 나쁜 걸로, 우리 공주보다 위가 있을 리가 없잖아?」

 말하면서, 동시에 들리는 것은 중후한 칼집의 소리.
 품이 두꺼운 검이 칼집으로부터 뽑아져, 둔한 빛이 머리 위의 구멍으로부터 꽂히는 빛을 비춘다.

 거기에 서있는 것은 외팔의 남자다. 검은 투구를 쓴 그림자다. 진묘한 모습의 기인[奇人]이다.
 기인은 카펠라를 향해, 한쪽 팔로 뽑은 청룡도을 향했다.

「마중나와 조속히지만, 오늘의 나는 기분이 나빠. ――내가 죽기 전에, 냉큼 돌아가라고. 연체생물」

――――――――――――――――――――
드디어 드러나는 알의 능력...!
번역 난이도
아나스타시아 > 카펠라  > 레굴루스

리제로 5장 59화

전체 목록

제5장 59 『레굴루스 코르니아스』


 말도 안돼 말도 안돼 말도 안돼. 무슨 일이야, 의미를 모르겠다. 어째서 내가 이런 꼴을 당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냐.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나는 대죄주교 『탐욕』레굴루스 코르니아스다. 이 세상에서 가장 완전한! 누구보다 개인으로서 확립된! 심신 모두 요동하는 요소가 없는 존재! 그럴 터인데, 어째서 이런 꼴을 당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냐! 웃기지 마라. 농담이 아니야. 이놈도 저놈도 어째서 이런 도무지 알 수 없는 부조리를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이고 자빠진 거야 어떻게 된거 아니냐. 그 남자도 그 여자도 그 기사도 조금 내가 자비를 보여 준 정도로 기어오르고 자빠져가지곤, 내가 진심을 보였으면 최초부터 가루로 뿔뿔이 흩어지게 되어 있었을 거라고 하는데 자신들의 힘이라고도 착각하고 있는 건가? 그런 내가 보면 우스운 착각을 부끄러운 기색도 없이 할 수 있으니까 싫다는 거다 타인과 관련되는 건! 성가시고 짜증나고 화가 나고 분하고 밉살스러운 추잡한 야비한 굼뱅이놈들. 나는 쭉 쭉 여태까지 잘 해온 거다. 몇 년도 몇 십년도 백 수십년도 쭉 이렇게, 누구보다 충실히 대죄주교를 해왔다. 처음 마녀인자에 선택되어 이 권능을 손에 넣고, 돈벌이가 나쁜 주제에 장취인 부친과 궁시렁궁시렁 매일 매일 불평 불만을 늘어질 뿐인 모친과 내 몫까지 호시탐탐 눈을 번뜩거리고 있던 천한 형제들을 몰살하고, 나를 바보 취급하는 듯한 눈으로 보는 마을의 놈들도, 나를 저런 어쩔 수 없는 마을과 집에 밀어넣은 마을의 놈들도, 애초에 저런 마을이나 마을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방치하고 있던 무능하게 운영되고 있었던 나라의 놈들도 전부 가루로 만들어서, 전부 없애고 간신히 나의 나다운 삶의 방법을 깨달을 수 있었던 거야! 아무것도 필요없어. 이것도 저것도 번거로운 것들 뿐이야. 채워져 있는 거야. 가지고 있지 않았던 게 아니야. 필요없었던 거다. 강요하는 듯한 쓰레기 놈들, 나는 아무것도 필요없었던 거라고. 그런데도 뭔가 주어져야 한다면, 그건 내가 딴 곳으로부터 봐서 너희로부터 봐서 빠져 있어서 부족한 불쌍한 불쌍히 여겨지는 존재라고도 속으로 말해지고 있다는 것이 되겠지만. 필요없었던 것을 꽉 눌러 오는 놈들을 근절하고, 채워진 나에게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인간만이 이 세계에 들어가면 된다. 이놈도 저놈도 제멋대로인 말뿐만 하고 자빠지고 말이야, 개자식들. 누구에게도 나를 불쌍히 여길 권리같은 게 있을까 보냐. 누구에게도 나를 불쌍히 여겼다고 절망시킬 권리가 있을까 보냐. 누구에게도 그걸 시킨다니 참을까 보냐. 나는 아무것도 필요없고 요구하지 않았다. 돈벌이가 나쁜 주제에 장취로 이따금 선물을 사 오는 부친 같은거 엿이나 먹고 죽어라. 매일 매일 불평 불만을 늘어질 뿐이면서 노고시켜서 미안해요라는 당연한 말을 반복하는 모친 같은거 엿이나 먹고 죽어라. 내 몫까지 호시탐탐 눈을 번뜩거리고 있지만 내가 접시를 뒤엎었을 때에 자신의 몫을 나누어 주는것 같은 천한 형제들은 엿이나 먹고 죽어라. 그만둬라 개자식들, 나에게 마음대로 상냥하게 굴고 자빠지고. 상냥하게 한다는 것은 나를 낮게 보고 있다는 거잖아 깔보고 있다는 거잖아. 타인을 업신여기는 녀석은 개자식이고, 타인은 커녕 가족을 업신여기는 것 같은 녀석들은 인간 이하라고 업신여겨지는 것이 당연하겠지. 죽는 것이 당연하다. 나는 나쁘지 않아. 아무것도 나쁘지 않아. 너희들이 나쁘다. 너희들이 너희들이 나를 나를 나를 불쌍히 여겨서 외톨이가 된 거다. 자신이 세계에서 제일 어쩔 바 없는 존재라고 생각되는 감각을 맛보면 돼. 나의 옆에는 나를 불쌍히 여기지 않는 것들만이 있으면 돼. 내가 불쌍히 여겨지는 이유는 이 세상에서 전부 사라져 버리면 돼. 웃음소리가 들린다. 나를 보고 있을 것이다. 나를 보고 웃었을 것이다. 내 뭐가 이상해. 내 뭘 보고 웃었냐. 이놈도 저놈도 실실 아무런 힘도 없는 주제에 입만 능숙한 쓰레기다. 그런 쓰레기들에게 어째서 내가 이렇게 신경쓰여지지 않으면 안 되는 거냐. 내 앞에 선들 나의 방해를 한들 나를 불쌍히 여긴들 불쌍한 것은 내가 아닌 너희들이야 무력하고 무지하고 그런데도 『탐욕』스럽다! 빠진 자신을 채우기 위해서 평생 기어다니지 않으면 안 되는 너희들이 불쌍히 여겨져야 할 탐욕이다! 나는 다른 나는 그렇지 아닌 나는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은 나는 빠져 있는 너희들보다 훌륭하다. 나를 불쌍히 여기지마. 사실은 내가 부러운 주제에 부러운 주제에 동경하고 있는 주제에, 닿지 않으니까 입으로는 지고 아끼고 있을 뿐이다. 그렇겠지 하겠지 하는게 당연하겠지. 기다려, 기다려, 기다려요. 그만둬라. 나를 보지마 나의 이름을 부르지마 나의 일을 이야기하지마. 좋은 일로도 나쁜 일로도 그만둬라, 나를 주목하지마. 나를 그대로 둬줘. 개인으로 완결되어 있으면 마음은 밟히지 않고서 끝나는데 어째서 너희들은 접촉하려고 하는거야. 서로 알 수 없어. 너도 나도 다른 인간이야. 리스크를 지불한 리턴이 이득이 되다니 어떻게 생각해도 당치 않아 합리적이지 않아 잘못되어 있어. 머리가 이상해. 냉정하게 되어 보면 알겠지. 나 이외의 모든 인간이 열중하고 있을 뿐이다. 타인을 요구하는 것은 그야말로 무익하고 무위하고 무의미한 일이라고 알 것 같은 것이겠지만. 너희들이 사랑이라든가 헌신이라든가 우정이라든가 신뢰라든가와 바보의 외고집 같이 반복하는 말같은거 전부 환상이야 생식 활동 같은거 최고로 기분나쁜 행위 그 자체다. 의미를 모르겠다. 뭘 위해서 하냐. 반려든지 아이든지 가족 같은거 말로 장식해도 자신과는 다른 존재잖아 그런 것이 살고 있든 죽어 있든지 나에게 무슨 영향이 있나. 그 녀석들이 살아 있는들 내가 죽으면 나는 끝이다. 그 녀석들이 죽어 있든지 내가 살아 있다면 나는 계속되어 갈 뿐이다. 사랑이나 신뢰로 사람은 하나가 될 수 없어. 사람은 원래 하나밖에 없다. 환상을 귀하게 여기는 인간을 배려해 반려를 모으고, 타인에게 업신여겨지는 것도 어처구니없기 때문에 용모가 갖추어진 여자를 모아, 선택한 상대에게 배신당하는 만큼 얼간이인 일도 아니기 때문에 처녀만 갖추어, 그 이상의 무엇을 나에게 요구한다고 하는거냐. 제멋대로인 일을 빠뜨리지마. 나를 이만큼 침해하고서, 나에게 아직 무엇을 요구하는 거냐. 이만큼 해놓고! 이만큼 생각을 굽히게 하면서! 아직 나에게 요구를 들이대는 거냐. 어디까지 하면 나는 불쌍히 여겨지지 않고서 끝나는 거야. 세계제일 불쌍하다니! 좋아하는 상대와 이어져서 나태하다니 비속한 『탐욕』에 지배된 창녀에게 말해질 도리는 없다!


※※ ※ ※ ※ ※ ※ ※ ※ ※ ※ ※ ※


「으라――아!!」

 올라간다, 올라간다, 호풍을 감으며, 레굴루스의 몸이 밤하늘에 쳐올라간다.
 가랑이로부터 충격이 들어온 순간, 레굴루스는 『사자의 심장』를 발동해, 스스로의 심장의 고동을 멈추어 무적 상태에 들어갔다. 결과, 참격의 데미지는 무력화 되었지만――.

「크, 크윽!」

 숨을 내쉬어, 격통에 조금씩 날리는 시야 속에서 레굴루스는 신음했다.
 레굴루스가 심장까지 포함한 시간을 제지당하는 것은, 길어도 5초가 한계다. 그 사이는 아무 문제도 없고, 『사자의 심장』을 신부에게 맡기고 있었을 때와 같은 행동을 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의 정지를 요구하면 레굴루스의 육체는 정지로부터 돌아올 수 없게 된다.
 게다가 『사자의 심장』해제 후, 제지당하고 있던 심장이 단번에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의 괴로움까지는 커버할 수 없다. 아픔이나 괴로움 따위, 백 수십년 만이다.

「웃기고, 있……큿」

 피를 토하는 것 같은 증오를 흘리면서, 상승하는 레굴루스는 온전히 입도 움직일 수 없다. 바람에 날아가는 육체는 자유롭게 되지 않아, 얼마나의 위력이 담겨져 있었는지 친 기세는 쇠약해지는 것을 모르는 채, 도시 프리스텔라를 일망할 수 있는 고도에까지 달했다.

 수문도시 프리스텔라――거기에서, 신부의 공석이 메워진다고 하는 『복음』의 기술을 보았을 때는, 단지 그저 행운에 감사했던 바로 직후였는데.

「이런…… 바보같은 전개가아아아!!」

 그토록 고생해 모은 신부는 모두 잃어, 『탐욕』의 지위까지 위협되고, 입만 능숙한 망할 녀석에게 매도되어, 첫눈에 반했음이 분명한 상스러운 여자에게 불쌍히 여겨졌다.
 이 정도의 굴욕은 없다. 이만큼의 치욕은 맛본 기억이 없다. 이런 성가신 감정을 맛보고 싶지 않았으니까, 대죄주교를 해 온 것이 아닌가. 그런데도 이런 꼴을 당해진다니, 얘기가 다르다.

「이제, 이제, 이제……엣!」

 손대중 따위 생각하지 않는다. 자비를 보여 주는 것도 여기까지다. 상대가 『사자의 심장』의 권능을 간파한 것이나, 그 인간 밖의 검성이 있는 것 따위 관계없다.
 심장정지의 5초가 있으면, 레굴루스에게는 얼마든지 녀석들을 죽일 길이 있다. 절망하는 얼굴도 볼 수 없고, 단말마의 소리도 들을 수 없기에, 그러니까 굳이 하려고는 하지 않았지만.

 『사자의 심장』의 효과로 무적 상태에 있을 때, 레굴루스는 그럴 기분이 들면 이 세상의 물리 법칙의 모두를 무시하고 행동할 수가 있다. 바람을 제칠 만큼 빠르게, 상식으로는 측정할 수 없는 차원으로 찰나에, 이 세상의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압도적인 힘으로, 녀석들을 없는 것으로 하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그야말로 『탐욕』의 권능으로 스스로 상공에 올라, 거기에서 온 마을에 닿도록 모래를 흩뿌리면 그것만으로 섬멸은 충분하다. 도시에는 다른 대죄 주교도 와 있지만, 저런 무리가 죽든지 살든지 알 바는 아니다. 지금 이 순간, 자신이 이 굴욕으로부터 빠져 나가는 것 이상의 중대사 따위 있을까보냐. 우쭐거린 바보들의 얼굴을 공포로 모두 칠해 주겠다.
 이 바보같은 상승의 기세가 멈추어, 지면에 떨어졌을 때가 녀석들의 최후다. 그때까지 열심히, 겉모습만의 승리에 열광하고 있으면――.

「――으걱!?」

 원망을 계속 주장하는 레굴루스가, 등에 충격을 받아 비명을 올렸다.
 보자 레굴루스의 상승의 기세는 갑자기 멈추어, 억지로 공중에 멈추어 제지당하고 있다. 마치 하늘 위에 있던 무언가에, 발길질당한 듯한 감각으로.

「본래의 결투라면, 싸울 의사를 잃은 시점에서 나도 검을 거둘 참이지만 말야」

 그 목소리는 공중에서 엎드린 레굴루스의 등에 다리를 실어, 그저 유연히 단언한다.
 자신의 등을 발길질하고 공중에 서는 존재, 그것이 누구인 것인지 일순간에 레굴루스는 이해했다. 이해함과 동시에 섬뜩해진다. 여기가 지금, 얼마나 높은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인가.

 자신이 쳐올린 레굴루스보다 빨리, 어떻게 하면 이 높이까지 도달할 수 있는가.

「자랑이 아니지만, 점프 힘에는 자신이 있어. 구름 위를 날고 있는 비룡의 등에, 지상에서 뛰어 올라탄 적도 있지」

「괴, 물놈……!」

「그렇네. 나는 괴물을 사냥하는 괴물. ――너도, 운명을 받아들일 때다」

 라인하르트의 다리가 등으로부터 멀어진다.
 발언의 직후, 레굴루스는 투기가 오는 것을 감지했다. 지금까지의 생애, 강자와의 싸움을 몇번이고 경과하면서, 무엇하나 배워오지 않았던 레굴루스.
 그런 그였지만, 하품 섞으며 창을 섞어 온 강자들의 공격의 기점, 자각적인 기억에 남아 있지 않은 범위, 그 기억이 레굴루스를 반응시켰다.

 ――『사자의 심장』이 발동, 그것과 동시에 공격이 왔다.

「오, 아아아아아――앗!!」

 레굴루스의 등 한가운데에, 라인하르트의 찍어내리는 수도가 들어간다.
 가히 명검의 예리함조차 능가하는 참격을 받은 레굴루스는, 하지만 무적화의 효과를 질질 끈 채로 충격만을 받아, 그대로 단번에 아래로 떨어뜨려진다.

 부쩍부쩍 지면이 가까워져, 레굴루스는 안면부터 돌층계로 내던져진다. 하지만, 『사자의 심장』의 효과가 계속되어, 삼켜지듯이 몸이 지면을 후벼팠다.
 레굴루스의 몸은 일직선으로 돌층계를 관통해, 단단한 암반을 빠져 대지에 침입한다. 무저항으로 지면의 굴착 작업을 계속하면서, 갑작스레 레굴루스는 깨달았다.

 이대로 기세가 멈추지 않는 것이라면, 자신의 몸은 대지의 바닥까지 떨어져간다. 대지에 바닥이 있을지 어떨지 따위 생각한 적도 없다. 하지만, 이 세계의 대지에는 구석이 있다. 사방을 대폭포에 둘러싸인 이 세계는, 대폭포의 폭포가 떨어지는 끝이 있을 것이다.
 지금 상태로 낙하가 계속되면, 자신은 거기에 도달하는 것일까?

「그런게, 허용될리가…… 긋!?」

 문자 그대로, 바닥을 알 수 없는 공포에 레굴루스가 숨이 막혔을 때, 심장의 한계가 온다.
 5초가 경과했다. 위기 신호가 울려, 레굴루스는 자신의 판단에 헤맨다. 5초 이상, 심장을 자신의 체내에서 멈춘 일은 없다. 최대로 몇초, 10초는 무리일 것이다. 거기에 시간을 연장한다고 해도, 파며 진행되는 거리가 늘어날 뿐이다.
 그러나 지금, 이 지면에 잠입하는 상태로 능력이 해제되면 어떻게 되는가.

 ――고민할 시간은 없다. 심장을 너무 멈춰 죽는다니, 어처구니없는 것에도 정도가 있디.

「우, 우우우우, 우우우우우――!!」

 떨릴 것 같게 되는 어금니를 악물어, 레굴루스는 각오를 굳혔다.
 고동의 재개를 강하게 호소하는 심장의 소리를 들어주어, 레굴루스는 『사자의 심장』의 효력을 해제, 무적화가 풀려 육체의 강도와 물리 법칙은 원래대로 돌아와――,

「부오에――엑!?」

 전신의, 뼈가, 부서진다.
 그렇게 생각할 정도의 충격이 가차없이 레굴루스의 육체를 덮쳤다.
 당연하다. 자유낙하를 훨씬 웃도는 속도로 지면에 침입해, 그 기세가 조각도 죽지 않은 채 레굴루스의 몸은 흙 속을 계속 기어들고 있었다. 몸이 뿔뿔이 흩어지지 않고 끝난 것은, 확실히 파며 진행된 대지에 흩날릴 정도의 공간이 없었으니까와 다름없다.
 다만, 좌우에 퍼지지 않는 것뿐으로 상하는 별도이다.

「아, 아오……」

 속이 빈 듯한 목소리가 새어, 레굴루스는 완전하게 무너진 눈으로부터 피눈물을 흘린다. 충격은 레굴루스의 육체를 세로로 관통해, 그것 각각을 파괴했다.
 과장 없이 전신의 뼈에는 균열 이상의 데미지가 들어가, 배의 내용물도 꾸물꾸물하게 휘저어지고 있다. 누구에게도 더럽혀지지 않은 백발은 피와 진흙 투성이가 되어, 기능을 상실한 하복부로부터는 분뇨를 무의식중에 흘리고 있었다.

 이미 거기에 있는 것은, 사람으로서의 원형을 해친 고기의 덩어리다.
 그러나 놀랄 만한 일로, 고깃덩어리에는 아직 숨이 있었다.

「오, 아우……」

 무서울 만큼의 생에의 집착――아니, 이것은 집착은 아니고 원한이라고 불러야 한다.
 사는 것을 바란 집착은 아니다. 있는 것은 그저, 머리 위에 잔류하는 생존자에의 원망. 이렇게까지 되어서 더욱, 이것을 움직이는 것은 텅 빈 허영심.

 내가, 진심으로 하면, 너희들은――그것뿐이다.

「에오, 욱」

 하지만, 그 집념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 생애를 불쌍히 여겨지지 않는 것에 모두 소비한 존재는, 백년 이상을 걸쳐 가다듬고 악화시킨 근성을 조각도 해치지 않고, 자신의 생존에 최적인 판단을 내렸다.

 극히, 단기간에서의 『사자의 심장』의 활동을 반복해, 레굴루스는 대지를 판다. 무적화 상태에 들어가면, 육체의 손상 따위 아무 관계도 없다. 아픔을 느끼지 않는 상태라면, 손상된 몸을 움직여도 데미지는 없는 것이다. 레굴루스는 맨손으로, 흙을 판다.

 머리가 아래가 되는 형태로 메워지고 있던 몸이, 둥글게 도려낸 흙 속에서 돈다. 머리를 위로 향하면, 나머지는 천천히 파 나아가 지상으로 오를 뿐이다. 지상에 오르면 착각한 채 뜻대로 되어 우쭐대는 구더기들이, 레굴루스를 쓰러트렸다고 들떠 까불며 떠들고 있을 것이다.

 용서할 수 없다. 용서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경시되는 것은, 업신여겨지는 것은, 불쌍히 여겨지는 것은 뭐라 참기 어려운 고통이다. 자신이 살아 있는 동안의 비방 중상은 물론, 사후의 그것도 용서할 수 있을까보냐. 아아, 그렇다. 재빠르게 해 버리면 좋았을 텐데. 눈에 띄는 자도 띄지 않는 자도, 몰살해 버리면 아무도 자신의 욕 따위 말할 수 없다. 최초부터 그렇게 해 버리면 좋았을 텐데. 이제 이번에는 잘못할 리 없다. 지상에 올라가, 그 세 명을 죽이면, 뒤는 전부다.

「――――」

 이미 목소리도 올리지 않고, 레굴루스는 원망의 말만을 힘으로 지면을 계속 판다.
 지상에 올라갔을 때, 진심이 된 자신에게 목숨구걸 하는 녀석들의 모습이 기다려진다. 특히 자신을 동정해 준, 그 여자만은 마음껏 능욕해 주지 않으면 안 된다. 79번째의 아내, 그 예정이었던 여자. 원래 공석의 그 장소에 있었음이 분명한 여자는, 원래는 쇠퇴해진 숲에 있던 엘프의 여자로, 거기에는 분한 페텔기우스도――.

 ――.
 ――――.
 ――――――.

 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

 생각났다. 지금, 생각났다.
 그 여자! 그 여자다. 아니, 그 때의 꼬마다!

 79번째를 맞이하러 갔을 때, 그 주위를 졸졸 울며 아우성치고 있던 그 꼬마다! 그 때의 꼬마가, 지금의 그 여자가 된 거다!
 한눈에, 그 공석을 그 여자에게 건네주려고 생각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단순한 이야기다. 모친의 대신이니까, 그 아가씨가 앉는 것이 당연했던 것이다.

 저것은 나를 바보로 만든 79번째와, 굼뱅이인 페텔기우스를 소중하게 여기고 있던 꼬마였던 것이다. 어째서 좀 더 빨리 깨닫지 않았나. 아니, 다행히도 지금 깨달았다.
 깨닫지 않은 채 죽여 버리면, 마음의 응어리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분명히 녀석들의 허물을 자각한 지금에야말로, 죽일만한 가치가 있다. 이 굴욕에 보답할 만큼의 달성감이 있다. 오래간만에 자각한, 욕망을 채우는 의미가 있다.

 더럽혀 준다, 79번. 빼앗아 준다, 페텔기우스.
 너희가 소중히 하고 있던, 나를 불쌍하게 불쌍히 여긴, 그 여자를.

「아, 히힛」

 목의 안쪽에서 충동이 튀어, 레굴루스는 환희에 끓었다.
 이빨도 잃은, 갈기갈기의 입술로 웃는다. 사는 희망이 솟아 올랐다. 자신을 모욕한 녀석들이, 필사적으로 남긴 것을 가지고 노는 기쁨이 있다.

 기어오르고, 기어오르고, 기어오르고, 그리고――.

「――?」

 위를 향해 파 나아가던 레굴루스는, 돌연 손끝에 뭔가 닿은 것을 깨달았다. 손가락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게 된 팔을 내려, 피와 진흙의 덩어리가 된 그것을 보이지 않는 눈으로 본다. 표면이 희미하게, 피가 아닌 것으로 젖고 있었다.
 핥아본다. 씁쓸한 진흙의 맛이 났지만, 그것은 아무래도 물이었다.

 물. 물이다. 물이라고 이해한 순간, 레굴루스는 목의 갈증을 자각했다. 한 방울로는 부족하다. 목을 치유하고, 배를 채울 정도의 물을 원한다. 『사자의 심장』의 효과가 중단되어, 육체에 시간이 되돌아온 레굴루스는, 백년 가까운 공백을 거친 식사의 기회를 요구하고 있다.
 지금은 물만이라도 좋다. 극상의 맛이 거기에 있다. 그렇게 생각한 직후, 레굴루스가 바란 대로 물이 졸졸 하고 머리 위에서부터 흘러 왔다.

 흙맛이 나는 그 물에 달라붙어서 놓지 않는다. 이빨은 없어져, 혀도 끊어져, 끝 없이 피가 흘러넘치는 입안에서도 물은 확실히 맛있었다. 채워졌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흘러드는 물의 양이 단번에 늘어나, 파 나아가던 레굴루스의 몸이 최하층까지 다시 떨어진 것은 그 직후의 일이다.

「아, 우, 오아?」

 흘러든다. 흘러들어 온다. 도망갈 장소가 없는 땅 속에, 물이 끝없이 흘러든다.
 불필요한 공간이 없는 지면 아래다. 눈 깜짝할 순간에, 레굴루스의 몸은 물속에 잠겨, 자유가 듣지 않게 된다.

 ――레굴루스는 지금,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이것은 그의 머리 위, 도시 프리스텔라의 수로를 흐르고 있던 물이다.
 라인하르트의 일격에 의해, 가로를 관통해 지면에 침투된 레굴루스. 그 그의 몸이 만들어낸 땅 속으로의 길에, 그 자신이 파괴한, 침수된 수로의 물이 흘러들어온 것이다. 그것은 멈추는 일 없이 레굴루스를 덮쳐, 흉인을 수몰시킨다.
 마치 아름다운 거리의 풍경이 파괴된, 도시나 거기에 사는 사람들의 분노를 드러내듯이.

「고오, 보앗」

 물론, 지금 말 그대로 빠진 레굴루스가 그것을 깨닫는 일 따위 없다.
 땅 속에서 물고문되는 레굴루스는, 폐까지 비집고 들어가려고 하는 물의 압력에 공포해,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고 있었다. 그러나, 땅 속에는 발버둥칠 정도의 공간 따위 없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진흙 속에서 웅크려, 『사자의 심장』에 틀어박히는 뿐이다.

 『사자의 심장』를 발동하고 있는 동안엔, 호흡의 괴로움을 맛보지 않아도 된다. 파괴된 육체의 고통도 또한 같다.
 하지만, 『사자의 심장』는 5초 이상은 계속되지 않는다. 심장의 한계를 느끼면, 죽음에의 공포가 레굴루스를 다시 물고문의 지옥으로 되돌린다.

 교대로 오는 죽음으로의 권유.
 어느쪽도 선택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어느쪽이나 뿌리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레굴루스에는 그리 할 방책이 없다. 있는 것은 이 부조리에의 원망의 말 뿐이다.

 제한 시간은 없어져 간다.
 『사자의 심장』는 몇 번이라도 반복할 수 있지만, 호흡은 그렇게는 되지 않는다. 그리고 『사자의 심장』를 다시 걸려면, 몇 초의 간격이 필요하다.

 심정지.
 익사.
 심정지.
 익사.
 심정지――.
 익사――.

 무한하게 계속될까하고 생각될 정도로, 끝없이 강요되는 아픔과 괴로움.
 레굴루스는 입을 열었다. 연 입에 물이, 진흙이, 흘러들어 온다. 거기에 폐나 내장을 범해지면서, 레굴루스는 외쳤다. 소리가 되지 않는 목소리로 계속 외쳤다.

 대답은 없다. 아무도, 그의 옆에는 없다.
 계속 그런데도 외쳤다. 이 절규로, 온 세상의 인간이 죽으면 좋겠다는 원한을 담아.

 자신이 죽은 후에, 조소당하는 것은 사양이다.
 그 여자에게, 모친이나 페텔기우스의 원수를 갚았다고 까불며 떠들어지는 것도 미안이다.
 그 여자가 레굴루스의 죽음을 기뻐하며, 날고 뛰며 감격한다고 생각한 것 뿐으로 구역질이 나온다.
 인생의 목표, 사는 양식, 그것을 달성했다는 듯이 행동하는 것이 당연하다.
 레굴루스의 죽음을 통해 자신의 인생은 움직이기 시작한다, 빛나기 시작한다, 그런 횡설수설을 말할 것임에 틀림없다.
 착각, 어긋남, 매우 당치 않는 기쁨으로, 그 여자가 채워진다니 견딜 수 없다.
 자신의 죽음이, 그 아가씨의 마음에 크나큰 영향을――.


※※ ※ ※ ※ ※ ※ ※ ※ ※ ※ ※ ※


 돌층계를 부수어, 땅 속에 가라앉은 레굴루스 코르니아스.
 그 흉인이 스스로의 몸으로 만들어낸 무덤에, 수문도시의 물이 대량으로 흘러들어 간다. 그 흉인이 어디까지 가라앉았는가는 모른다. 하지만, 권능의 한계를 생각하면, 세계의 반대 측까지 관통했다――라고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십중팔구, 땅 속의 어디선가 효과가 끊어져, 기세 그대로 무너진다. 만일 무너지지 않았다고 해도, 흘러드는 물은 결코 흉인을 놓칠 리 없다.
 강력한 권능에 빠진 흉인은, 자신이 파괴한 도시의 답례에 빠져 끝난다.

「……에밀리아땅, 개운하지 않은 얼굴 하고있네」

 가만히, 레굴루스가 가라앉은 구멍을 계속 응시하는 에밀리아. 그 옆 얼굴에 희미한 슬픔이 있는 것이 보여, 스바루는 그렇게 말을 걸었다.
 그 흉인에 대해서, 동정해야 할 점은 조각도 없다. 그 점은 에밀리아도 동감하고 있었을 것으로, 땅 속의 말로에 마음 아파하는 일 따위 없을 것이지만――.

「에밀리아땅이 상냥한 것은 좋은 점이지만, 이 녀석에게까지 그걸 나누는 건 잘못되어 있다고 생각해. 어쩔 수 없는 녀석이라는 것은, 역시 있어」

「……걱정해줘서 고마워. 그렇지만, 달라. 그게 아니라」

「응?」

 위로의 말을 건 스바루에, 에밀리아는 느슨느슨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그녀는 잠깐 침묵하고, 긴 속눈썹에 가장자리를 장식된 눈을 기울이면서,

「레굴루스, 말인데…… 나, 처음 보았을 때부터 어디선가 만난 적이 있었던 듯한 느낌이 들어서」

「첫대면이 아니었다는 거야? 그렇다면, 언제」

「그게 말이지, 생각나지 않는거야」

 스바루의 질문에, 에밀리아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것은 기이하게도, 땅 속에 가라앉는 레굴루스가 절규한 것과 같은 타이밍이었다.

 닿지 않는 절규로, 에밀리아에게 죽음을 환영받고 싶지 않다고 바란 흉인.
 모친의 죽음과 은인의 광기, 그 양쪽 모두에 관련된 자신의 존재. 소녀에게 있어 잊기 어려울 인생의 원수, 그런 자신의 죽음으로 채우고 싶지 않다.

 그런 흉인의, 지상까지 닿지 않는 최후의 소원은.


「――레굴루스는, 나와 어디서 만났었을까」


 레굴루스 코르니아스가, 에밀리아에게 남긴 영향 따위 아무것도 없다.
 그런 짓궂은 형태로, 제대로 실현되었다.

――――――――――――――――――――
의식의 흐름 기법을 사용하는 레굴루스

리제로 5장 58화

전체 목록

제5장 58 『――믿고 있어』


「크큭」

 가슴에 손을 대어, 에밀리아가 단언한 직후다.
 울린 것은 견디지 못하는 웃음소리. 그것은 처음은 한숨을 뱉는 것 같은 희미한 것이었지만, 점차 참지 않고, 자꾸자꾸 커져, 이윽고 홍소[哄笑]로 바뀐다.

「하하하! 앗핫하! 크큭, 아하하하하하!」

 등을 돌려, 레굴루스는 통쾌한 농담이라도 들은 것처럼 폭소한다. 백발에 손을 뻗어 쥐어뜯어, 흉인은 누구에게도 공유할 수 없는 웃음의 충동에 몸부림쳤다.
 그 보란 듯한 태도에, 스바루는 에밀리아의 추측이 올바름을 깨달았다.

「너 이자식, 뭐가 그렇게 이상하냐!?」

「이상한 게 당연하잖아!? 너희들 쪽이야말로, 진정한 의미로 궁지인 상황에 단념하고 웃어도 괜찮을 정도 아니야? 저기 말이야, 알고 있어? 스스로 자신들의, 목숨이란 목을 매달고 있다는 걸 말이다!」

「긋……」

 목이 막혔다.
 레굴루스의 반론은 이 순간만은, 말대답하는 여지가 없을 정도로 완벽한 정론이다.

 스바루는 에밀리아를 되돌아보며, 그녀의 추측의 시비[是非]를 묻는다.
 그러나, 쫓아오는 스바루의 시선에 에밀리아는 고개를 흔들었다.

「틀림없어. 미정령들에게 확인시켰고, 나도 스스로 느껴져. 자신의 안에, 자신이 아닌 다른 불필요한 것이 있는 걸. 엄―청, 기분 나빠」

 에밀리아의 단언, 그리고 그것은 절망적인 사실의 제시이기도 하다.
 『사자의 심장』의 효과가 에밀리아에게 옮겨갔다. 그것은 즉, 효력을 끊기 위해서는 에밀리아의 심장의 고동을 멈추는 것 외에는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어떻게 에밀리아의 심장을……『작은 왕』의 효과를, 내가 착각하고 있었다는 건가? 저녀석의 심장은, 누구라도 좋아하는 상대에게……」

 만약 그런 능력이라고 하면, 레굴루스의 권능에 빈틈 따위 없다. 레굴루스에게 있어 생판 남이라도 심장이 맡겨진다면, 인간이 살아 있는 한 레굴루스를 죽이는 방법은 없다는 것이 된다.
 아니, 혹시 심장을 가지는 생물이라면 모두 대체할 수 있다고 한다면――.

「철면피」

「패배자들이 짖는 게 기분이 좋구만. 하하하, 뭐라고 말해 보라고. 너희들이 그렇게 좋을 대로, 억지를 말하는 것은 패배자의 권리다. 그것을 우월감을 맛보면서 듣는 것은 승리자인 나의 권리…… 아아, 나쁘지 않아! 나쁘지 않구나!」

「나는 자신의 부인에 적당하지 않다고, 당신은 그렇게 말했을 텐데」

「시끄럽구만. 구질구질 잘난듯이 권리만 주장하고. 그것보다, 나의 아내들을 죽여준 책임은 어떻게 져줄 거야? 나의 이상의 신부들…… 그만큼 모으는데 몇년 걸렸다고 생각하고 있어? 좋은 나이에 아내나 연인이 한 명도 없다니, 나를 바보같은 과부로 만들 생각이냐? 새로운 아내가 발견될 때까지, 연결고리가 될 의무가 너에게는 있어!」

 말하기 힘들 정도로 경멸하는 에밀리아에게, 어처구니없는 도리를 내세우는 레굴루스.
 흉인이 믿는 폭론의 도리는, 에밀리아의 심장에 눌러 앉는 자신을 긍정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면, 에밀리아의 심장 이외에 옮겨갈 가능성은――.

「시험해볼까? 그 밖에 심장을 옮길 장소가 있을지 어떨지」

「――――」

「시험하는 방법은 간단해. 지금, 너의 눈앞에 있는 그 아이를 죽이면 된다. 그 아이의 숨통을 끊으면, 자연히 나의 권능이 막다른 곳인지 어떤지 알게 될거야. 굉장히 굉장히 간단하고 실로 합리적…… 아하하! 할 수 있을 리가 없겠지? 그런 짓을 하면, 애초에 이렇게 나에게 도전한 의미도 의의도 제멋대로인 자기 정당화의 도리도 없애버리는 거잖아!?」

 분하지만, 레굴루스의 발언은 올바르다.
 스바루에게 에밀리아를 희생할 용기는 없다. 자존심이라고 말해져도, 제멋대로라고 독선이라고 매도되어도 어쩔 수 없지만, 그것은 할 수 없다.

 레굴루스를 타도하기 위해서, 그의 신부들은 생명을 내던졌다.
 그 희생을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결론짓기 위한 결의는 할 수 있어도, 에밀리아나 다른 동료들의 생명까지는 걸 수 없다.

 나츠키 스바루의 선택지는 언제든지, 싫어질 정도의 자기본위다.

「자, 보라구. 그 녀석으로선 도저히 할 수 없다는데. 그러면, 대신에 네가 스스로 해내면 어때? 간단해. 네가 다른 신부들에게 한 일과 완전히 같은 것을 하면 돼. 그렇지 않으면 뭐야? 할 수 없는거야? 사람의 생명은 제멋대로 빼앗을 수 있는 주제에, 자신의 생명은 사랑스러워서 희생할 수 없는거야? 굉장해, 구역질이 나오네요?」

「――스바루」

「기다려, 안돼. 정말로, 그것만은 안돼」

 레굴루스의 도발에, 에밀리아가 어딘가 결의한 목소리로 스바루를 부른다. 그 음성의 엄청난 비정함에, 무서워진 스바루는 에밀리아를 멈추었다.
 도발에 넘어간 것도, 자포자기가 된 것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에밀리아는 이길 수단이 없다면, 최악의 경우 그것을 선택할 각오가 있다.
 그리고 스바루에게는, 그것을 선택하게 하지 않을 의사밖에 없다. 그러면 진다.
 에밀리아의 이름을 불러, 손을 멈추게 해도 아무것도 말할 수 없다.

「저기 말이야, 그러면 슬슬 끝내도 괜찮을까? 너같은 추잡한 여자를 데리고 돌아다니는 것은 취미가 아니지만, 일단 타협해 줄게. 다음 신부가 발견될 때까지의 임시라는 걸로 말야. 그쪽의 그는 죽이지겠만. 나의 권리를 이만큼 침해하고서…… 아아, 그래. 그렇게 말하면, 웃을 수 있겠네?」

 이를 가는 스바루의 앞에서, 레굴루스가 즐거운 듯이 입술을 비뚤어지게 했다.
 에밀리아의 주위에 마나가 소용돌이쳐, 그녀의 결단이 결행되려 한다. 그런 한중간, 레굴루스는 신경쓰는 기색도 없이, 비웃었다.

「너, 그거지? 결혼식 전에 큰 소리로 도시 안에 여러가지 말하고 있었던 녀석이지? 대죄주교를 한 명 죽였다든가…… 웃기지 않아? 저런 안되먹은 놈을 죽인 정도로, 나에게 이길 수 있다든가 착각한 거라면 참 안되셨어. 그 녀석은 대죄주교가 되기 전에도, 되고 나서도, 무엇하나 만족스럽게 할 수 없는 굼벵이였으니까」

 바보 같은 웃음을 짓는 레굴루스. 그의 말이 가리키는 것은, 스바루에게 매우 꺼림칙한 광인[狂人] 페텔기우스 로마네콩티가 틀림없다.
 페텔기우스는 항변의 여지가 없는 최악의 광신자다. 그 광인에 대해서 호감 따위 품을 리도 없고, 철천지원수, 죽어 마땅한 괴물이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가족임이 분명할 대죄주교에게 페텔기우스가 조소당하는 것은, 스바루의 마음에 몹시 원시적인 불쾌감을 가져온다.
 레굴루스 타도의 가능성, 거기에 에밀리아의 생사가 관련되는 극한 상태가 되면 더욱더 그러하다.
 애초에, 페텔기우스는――.

「――아」

 증오해야 할 광인, 그 피투성이의 광소가 뇌리에 떠올라, 울렸을 때, 스바루는 얼굴을 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가슴을 쥐어뜯듯이 잡아, 숨을 삼킨다.
 설마, 그런 일이, 가능한 것인가.

「할 수 있는, 건가……?」

 모른다.
 엄밀히 말하면, 스바루의 뇌리를 지나친 가능성은 누구에게 보장된 것도 아닌, 탁상의 공론――아니, 스바루의 망상의 산물에 가깝다. 스바루만의 감개다.
 그러나, 그러니까. 그렇기에, 가능성을 추측할 수 있는 것은 스바루뿐.

 발상은 직전, 근거는 직감, 성공할지는 신조차도 알지 못한다――하지만,

「에밀리아」

「――――」

 극한까지 높아지는 마나의 영향을 피부에 느끼면서, 스바루는 그녀를 불렀다.
 에밀리아는 무언으로, 비장함조차 비쳐지는 결의를 품고 있다. 그러나, 그 눈동자의 안쪽에 감정이 지나갔다. 그것은, 자신을 보는 스바루에의 기대와 신뢰다.
 그 감정에 지지되듯이, 스바루는 묻는다.

「에밀리아」

「응」

「――나를 믿고, 전부 맡겨 줄래?」

「응」

 쥐어짜는 질문에, 대답은 간결하고 주저가 없다.
 에밀리아는 자신의 가슴에 손을 대어, 돌아오자마나 뺨을 움직여, 미소지었다.

「스바루라면 해 줄거라고, 나도 믿고 있어」

 아, 젠장, 정말 얼마나 비겁한 것인가.

 좋아하는 여자아이에게, 이 정도로 전폭의 신뢰를 맡겨져, 실패 따위 할 수 있을까.
 매달리든 악물든, 성공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스바루는 깊숙히 숨을 들이마시고, 토했다.
 그리고, 입다물고 보고 있는 레굴루스를 곁눈질한다. 레굴루스는 스바루들의 대화를 방해하지도 않고, 팔짱을 끼고 유연히 기다리고 있었다.

「여유롭구나?」

「여유로운데?」

 질 요소 따위 조금도 없다.
 레굴루스는 능력의 모든 것을 밝히고, 완전하게 이쪽을 농락하고 있다. 실제로, 레굴루스의 『사자의 심장』의 권능은 완벽하다. 구조를 해명하고서도 이만큼 손이 미치지 않는 장소에 승리가 놓여질 거라고는 상정하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눈앞의 승리를 확신하고 있기 때문에야말로, 스바루들이 무슨 발버둥질을 하는지 여유로운 태도로 볼 수 있다.
 무엇이 일어나는지도 알지 못하고. 그리고 그것은, 스바루도 같은 것이다.

「――――」

 베아트리스가 여기에 있으면, 혹시 좀 더 다른 방법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똑똑한 그 소녀가 옆에 있어 준다면, 좀 더 승산이 높은 헌책을 준비해 주었을 것인가.
 가슴의 안쪽에, 자신의 반신인 소녀와의 연결은 있다. 분명, 전부 정리된 후에 성대하게 꾸중들을 것이고, 꾸짖어주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니까 지금은 혼자서, 혼자였던 때의 일을 생각해 내어, 이 가슴에 남아있는 기억――결코 기쁜 것은 아닌, 공포와 통고의 풍경을 상기시킨다.

「스바루」

「――――」

「해 버려」

 에밀리아가 불러, 거기에 결단의 지지를 받았다.
 스바루는 자신의 앞가슴을 난폭하게 잡아, 자신 안에 있는 자신의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거무칙칙하게 소용돌이치는 힘에 의식을 집중해, 해방한다――.

 지금 이 순간, 부르는 법은 고쳐 두자.
 무엇이 일어나는지, 광인을 매도한 흉인에게도 알 수 있도록, 지금만은.
 이 힘은, 꺼림칙한 광인에게서 이은 것이다.

「와라……보이지 않는 손!!」


※※ ※ ※ ※ ※ ※ ※ ※ ※ ※ ※ ※


 ――인비지블 프로비덴스. 혹은 『보이지 않는 손』.

 자신의 안에서 소용돌이치는 이 힘을, 스바루는 마녀인자에 기인하는 마녀의 힘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꿈의 세계에서 에키드나에게 들은, 페텔기우스를 죽인 것으로 광인에게서 인계된 마녀인자――어떤 디메리트가 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스바루에게 불가시의 마수[魔手]를 준 힘은 틀림없이 거기서부터 오고 있다.

 까닭에 스바루는 여태까지, 자신의 힘의 기원을 마녀인자 이외에 요구한 일은 없다.

 그 광인과 같은 성질의 능력이 되어 있는 것은, 계승한 『나태』의 마녀 인자가 그러한 형질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것이 당연하다.
 자신의 안에 페텔기우스가 헐떡이고 있을 가능성 따위, 고려조차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면 이 감각은 무엇인 것인가.

 소용돌이치고, 색칠하며, 스바루의 안쪽에서 소리가 되지 않는 목소리의 갈채가 오른다.
 불러일으켜진 것에의 갈채. 다시 힘을 얻은 것에의 갈채. 요구되어 완수할 수 있는 것에의 갈채. 그리고, 그것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불가해한 환희.

 힘이 해방되는 것에 따르는, 이 다행감과 감격, 그리고 감사의 생각.
 이 불가해한 감정의 거센 파도는, 결코 스바루만의 문제로는 정리되지 않는다――.


「하아!?」

 소리 높이 외친 스바루의 목소리에, 레굴루스가 경련이 일어난 목소리로 경악한다.

 보이고 있을 리가 없다. 이것은, 볼 수 없는 마수다.
 불가시하게 절살[絶殺]을 가능케 하는 독수[毒手]――레굴루스가 굼벵이라고 매도하고, 하찮다고 조롱한 안되먹은 것의, 한층 더 안되먹은 힘과 다름없다.

 수는 하나, 사정은 극단, 가능성은 미지수.
 이 상황을 타개하는 열쇠로서는, 인력 부족도 심하다.

「――――」

 제1단계인, 마수의 발동은 돌파했다. 이제부터 미지수인 제2단계와 최종 단계인 제3단계로 발을 디딘다.
 스바루는 자신의 의도에 따라 손끝을 움직이는, 그림자로 짠 것 같은 마수에 희망을 담는다.

「에밀리아!」

 한번 더, 그녀의 각오의 시비를 물었다. 자신에게로의 지지, 그것을 요구한다.
 그 목소리에 에밀리아는 눈시울을 닫고, 그리고 깨달은 것처럼 끄덕였다.

「뭐야. ――거기에 있던 거구나, 쥬스」

 납득과 친애, 에밀리아는 그것을 눈동자에 머금고 팔을 벌렸다.
 스바루의 의도를 이해하고, 무엇이 일어나는지를 간파한 것처럼, 자신의 심장에의 최단 거리를 개시한다. 스바루는 거기에 주저하지 않고, 마수를 꿰뚫었다.

「――――」

 보이지 않는 마수가 에밀리아의 가슴의 중앙에 미끄러져 들어간다. 손끝이 흰 피부를 빠져나갔을 때, 에밀리아는 뭔가를 느낀 것처럼 희미하게 어깨를 튀게 했다.
 하지만, 손은 멈추지 않는다. 흉골을 빠져나가, 폐의 사이를 지나, 그리고 고동의 근원에 달한다.

 ――마수가, 에밀리아의 심장에 도달했다.

 제2단계는 성립했다.
 금기에 접했을 때, 마녀의 마수는 스바루의 몸을 빠져나가 심장을 쥐어짠다. 그 작용의 응용이다. 보이지 않는 손과 마녀의 마수가, 동질의 것인가는 도박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여기까지의 도박은 통했다. 문제는 최후, 아무 근거도 없는 힘.

 그저 에밀리아의 심장을 잡을 뿐이라면, 이 순간에라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것에는 아무 의미도 없다. 그런 것을 위한 힘은 아니다.
 그럼, 무엇을 위한 힘인 것인가. ――지금, 이 순간, 구하기 위한 힘이다.

「――――」

 가능한 것인가, 콤마의 세계에서 스바루는 숨을 삼킨다.
 보이지 않는 손은, 사람을 구하는 것이 가능한 손인 것인가. 페텔기우스 로마네콩티라고 하는 광인 아래에서, 도대체 얼마나의 생명이 이 힘에 빼앗겨 왔는가.
 힘은 사용법 나름이라고 해도, 용도가 한정된 힘은 때때로 있다. 보이지 않는 손도 역시, 파괴를 위한 힘에 다름없는 것이 아닐까.

 이 힘이,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서 만들어진 힘이라고는 도저히――.

「스바루」

 찰나의 주저와 망설임, 들릴 리가 없는 에밀리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괜찮아. ――나, 두 명을, 믿고 있으니까」

 누구와, 누구인 것일까.
 스바루와, 스바루가 모르는 또 한 명에게, 에밀리아의 신뢰가 향해진다.
 그렇지만 몹시 시원스럽게 믿을 수 있었다.

 ――이 손은 분명, 에밀리아를 상처입히지 않을 것이라고.


「우오오! 움직여라, 나의 제 3의 손!!」

 자신의 안에 있는 힘에의, 믿지 못할 의념이 개인다.
 이 힘의 원점이 어디에 있는가는 이미 관계없다. 이 힘이 지금, 스바루의 수중에 있고, 스바루에 에밀리아를 손상시킬 의사가 없고, 그리고 혹시 힘 그 자체에도 뭔가가 있다면.

 에밀리아의 가슴 속에서, 그림자로 짜여진 마수가 손가락을 닫는다.
 고동을 새기는 에밀리아의 심장에 손끝이 걸려, 표면을 달콤하게 세게 긁히는 즛한 감각에 에밀리아가 작게 허덕였다. 고통보다, 간지러움이 앞서는 것 같은 접촉.
 뺨을 붉히는 에밀리아의 가슴 속에서, 손을 닫은 마수는 확실히 잡았다.

 에밀리아를 살리는 박동과는 다른, 너무나 『작은 사자의 심장』을――.

「잡았, 다――!」

 끌어내는, 그런 여유는 없다.
 에밀리아의 안쪽에서 뻔뻔스럽게도 맥동을 계속하는 심장을, 스바루의 마수는 쥔다.

 에밀리아의 심장에는 상처 하나 입히지 않고, 사랑을 구가하며 기생하고 있던 해악기관을.
 존재하지 않는 제 3의 손에, 스바루는 확실한 감촉을 얻는다. 그리고,

「브학!」

 이전에 없던 집중력과, 본래 자신의 것이 아닌 힘을 사용한 패널티.
 내장이 뒤틀리는 것같은 아픔과 자신이 더럽혀져 가는 듯한 상실감이 달려나가, 스바루는 그 자리에 무릎을 붙였다. 성대하게 기침하자, 토혈이 있다.

「스바루!」

 물에 잠기는 지면에 무릎꿇어, 입 끝으로부터 피를 흘리는 스바루에게 에밀리아가 손을 뻗는다. 그 뻗어온 손을 잡아, 스바루는 자신의 뺨에 대었다.

「아……」

「살아 있는, 거지?」

「……응, 괜찮아. 제대로 내 심장, 내 안에서 움직이고 있어」

 피가 흐르는 손의 감촉을 확인하는 스바루에, 에밀리아도 빈 쪽의 손으로 자신의 박동을 확인한다. 그것은 확실히,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을 축복하는 고동을 새기고 있다.
 그리고 그런 두 명의 모습을, 레굴루스만이 이해를 넘은 얼굴로 보고 있었다.

「하? 뭐야, 뭐한 거야? 자기들만 서로 알아 버리고, 주위는 버려졌습니다만? 무슨 삼류 연극?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너희들은……」

「……너, 깨닫지 못한 거냐?」

「하아? 무슨 말을 하기 시작한 거야. 깨닫지 못했고 뭐고, 무엇 하나 바뀐 곳따위……」

「발 밑, 젖고 있다고」

「――?」

 발작에 몸을 바치려고 한 레굴루스에게, 스바루는 가리켜 가르쳐 준다. 의아스러운 듯이 자신의 발밑을 본 레굴루스는 잠깐 침묵하고, 눈을 크게 열었다.
 자신의 흰 턱시도――그 흰 구두와 옷자락이, 발을 담근 물에 흠뻑 젖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너희들――이냐앗!?」

 너무 늦은 변화를 알아차려, 레굴루스가 송곳니를 드러내며 팔을 치켜들었다. 하지만, 거기에 희고 긴 다리가 발돋움해, 그 뺨을 호쾌하게 차 날린다.
 레굴루스는 무방비하게 그 발차기에 직격되어, 괴로운 울음을 올리며 침수의 지면에 내던져졌다. 반신이 한층 더 물에 젖어, 발차기를 받은 얼굴에 자국이 남아있다.

「거, 부엑…… 이, 이런……윽」

 믿을 수 없다고라도 말하고 싶은 듯이, 레굴루스가 어안이 벙벙하게 얼굴을 든다. 그 레굴루스를 내려다 보며, 아름다울 정도의 발차기를 발한 에밀리아는 목을 기울였다.

「됐다. 겨우 맞는다」

「너, 너어――!」

 에밀리아의 짧은 달성감의 목소리에, 레굴루스는 얼굴을 붉게 하며 격앙했다. 일어설 기세로 물을 건져올려, 레굴루스의 손이 물의 산탄을 에밀리아에게 내던진다.
 하지만, 발차기를 먹은 아픔이 이겼는지 몸의 자세는 무너져, 물의 탄환은 예상이 어긋나게 날아, 오히려 텅 비어 있게 된 몸에,

「아이스 브랜드 아트!」

「쿨럭!」

 에밀리아의 손안에서 형성된 빙퇴가, 레굴루스의 한가운데를 구멍뚫었다.
 뼈까지 삐걱거릴 것 같은 풀 스윙을 받아, 흉인의 몸은 물속을 구른다. 기침하고, 물에 몇번이나 주먹을 지르며, 레굴루스는 충혈된 눈으로 스바루들을 노려본다.

「어째서! 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 너희는, 너희 따위가, 어떻게 무엇을 어떻게 해서, 『탐욕』의 권능을! 나의 권리를!?」

「그렇게 보고 있었는데도 대답을 모른다면, 너에게 설명해도 전부 쓸데없어. 뭐, 그거야. 단순한 이야기」

 마구 아우성치는 레굴루스를 불쌍히 여기면서, 스바루는 내장의 절규를 견디며, 비웃는다.
 페텔기우스에게도 뒤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흉악한 미소로.

「너, 이겼다고 트롤링하고 있는 동안 역습된 거야」

「――읏!」

 말의 의미는 몰라도, 조롱의 의사만은 분명히 전해졌다.
 레굴루스는 소리가 되지 않는 목소리로 절규하며, 에밀리아를 무시하고 스바루에게 공격을 내던지려고 휘두른다. 그러나, 거기에 에밀리아가 앞섰다.

「최초의, 신부씨들의 공격――불발이었던 것 같으니까, 제대로 맞아 줘」

「웃기지, 마라아――!」

 레굴루스의 머리 위에 만들어지는, 너무나도 방대한 수의 고드름.
 하나하나의 크기는 다르지만, 모두가 꽂히면 당연히 생명은 없다. 에밀리아의 레굴루스에의 혐오는 이미, 온화한 그녀에게도 용서하기 어려운 차원이다.

 뛰듯이 일어서, 레굴루스는 쏟아지는 고드름에 물보라를 내던진다. 부수어지는 고드름, 하지만 작고 세세해진 고드름도 역할을 끝낸 것은 아니다.
 차례차례로 폭풍우처럼 얼음의 탄환은 쏘아져, 레굴루스는 그것을 전신에 받으면서, 듣는 것을 견디지 못할 갖은 험담을 올리며 물속을 달린다.

 흰 얼음의 결정이 안개를 낳아, 침수된 거리의 풍경이 얼어붙는다. 스바루도 또한, 웅덩이에 무릎을 붙인 자신의 주위에 얼음의 막이 펼쳐져, 당황해 손을 웅덩이로부터 떼었을 정도다.
 스바루를 배려하고서도, 스바루의 주위에 이 피해. 당연히, 표적으로 여겨진 레굴루스의 피해는 이에 비할바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무사하다고?」

 얼음의 탄막이 그친 뒤의 얼어붙은 광경에, 레굴루스는 건재한 채 서 있다.
 무릎에 손을 붙이고 몹시 거친 숨을 내쉬며, 전신을 적시고 있으면서도, 꼬치가 되어 맞이해야할 임종만은 회피하고 있었다.

「커헉, 컥, 아, 하아……앗」

 숨도 끊어질 듯 말 듯한 모습으로, 가슴을 쥐어뜯는 레굴루스.
 그 모습을 보고, 스바루는 이해했다. 『사자의 심장』에 의한 무적화의 효과는, 심장이 자신의 안쪽에 있어도 여전히 사용 가능한 것이다. 다만,

「무적화를 위해서 자신의 시간을 멈추면, 자신의 안에 있는 심장도 멈추지 않으면 안 돼. ――완전히, 시간제한이 있는 무적화구나?」

「긋……!」

 적중을 찔렸는지, 레굴루스가 가슴의 고통을 견디면서 분노의 형상. 시간제한이 있다면, 에밀리아가 물량을 내던지면 언젠가 공격이 통한다.
 그렇게 되면 레굴루스 따위, 공격력에 대항하는 것만이 가능한 잡병이다.

「그, 그런데 말이야……! 비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거려나아!?」

 피아의 전력비를 분석하는 스바루에게, 레굴루스는 손가락을 들이대었다. 한층 더 레굴루스는 손끝을 에밀리아에게도 보내, 두 명을 교대로 노려보면서,

「두 명이서 한 사람을, 괴롭히는 것 같은 짓을 하고 마음이 상하지 않는 거냐? 그건 사람으로서 중요한 부분이 어떻게 되 버린 게 아닌 거야? 그런 자신들에게 의문이라든지 없는 거려나아. 있는 것이 당연하겠지!?」

「……너, 정말로 굉장하구나」

 『사자의 심장』의 효과로 우위에 서 있을 때, 그토록 좋을 대로 말한 것과 같은 입으로, 그 효과가 없어지자 스스로의 불리를 이유로 상대의 정당성을 요구한다.
 스바루는 기가 막히는 것을 넘어, 차라리 존경하고 싶다. 여기까지 인간적 매력이 없는 존재는, 이후에도 이전에도 절대로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즉, 넌 그거냐? 2대 1 같은거 비겁하니까, 일대일로 정정당당히 싸우자. 그거야말로 싸움의 바람직한 형태라고, 그렇게 말하는 거냐?」

「그래! 당연한 일을 당연하게 할 뿐이잖아? 내가……나를, 누구라고 생각하고! 나는 마녀교 대죄주교, 『탐욕』담당의 레굴루스 코르니아스라고!? 이 세계에서 가장, 채워진, 흔들리지 않는 존재로……」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면서, 레굴루스는 자신의 양손을 내려다 보고 있다.
 스바루는 이미 말도 없다. 그러니까 스바루를 대신해, 에밀리아가 말했다.

「말하는 것이 바로바로 바뀌고, 이야기하고 있는 내용은 텅텅. 나, 당신을, 세계제일 불쌍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읏! 웃기지 마아! 이 나를……『탐욕』을, 바보취급한걸 후회시켜 줄 테니까!」

 경멸에의 분노조차 내용에 깊이가 없고, 레굴루스는 반복해 반복하여 욕소리를 토한다.
 그 어찌할 도리도 없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스바루는 안도하고 있었다. 레굴루스는 정말로, 최고로 우위인 상태로부터 이기는 방법 이외를 모르는 것이다.

 아직 단시간이라도 『사자의 심장』을 사용할 수 있다면, 승리의 가능성 정도는 얼마든지 있다.
 그런데도 괴로운 국면을 맞은 것 뿐으로, 반면을 구석구석까지 볼 것도 없이 패배를 인정한다.

「인생을 치트키 써서 극복해 오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휘청거리는 법이지」

「하아……?」

「아무것도 아냐. 혼잣말. 그것보다, 일대일 대결 받아줘도 괜찮다고」

「――! 그래. 그렇게 나와야지. 물론, 기사가 자신의 주인님을 앞에 서게 하는 일은 하지 않겠지?」

 형편 좋은 이야기에 달려들어, 레굴루스는 한층 더 우위인 조건을 꺼내려고 한다.
 스바루와 에밀리아, 전투력이 높은 것은 비교할 것도 없다. 스바루를 먼저 죽이고, 에밀리아의 동요를 꺼내면 승산은 보일지도 모른다. 없는 머리를 짜내어, 불필요했던 고식을 발휘한 결과적으로는 합리적이다.
 다만, 속 좁은 근성으로 스바루를 이기려고 한다면, 그야말로 만 년은 빠르다.

 막힌 반면에 이길 돌파구를 찾아내는 것이, 스바루가 싸우는 방법인 것이니까.
 승부를 마주보는 방법의 시점에서, 레굴루스와 스바루는 대국이다.

「그래. 기사가 싸우는 것이 도리지」

「그렇다면」

「그러니까――또다시가 되어 버리지만, 마지막은 맡긴다」

 웅덩이에 다리를 담근 채로, 스바루는 숨을 내쉬듯이 말했어.
 그 말에 레굴루스가 「하?」라고 고개를 갸웃한다. 그러나, 스바루의 말은 그에게 향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에게 향한 것이다.

「아아, 알겠어. ――도전받은 일대일 대결, 기사로서 받지」

 응한 것은 불길이다.
 침수의 가로를, 있는 그대로 물에 파문을 새기지 않고 청년은 걸어온다. 레굴루스의 유사품의 신비와는 다른, 하늘에 사랑받은 자만이 하사받을 수 있는 가호의 힘으로.

「루그니카 왕국 근위 기사단 소속, 『검성』의 가계――라인하르트 반 아스트레아」

 스바루와 에밀리아의 앞에 나와, 이름을 대는 기사는 레굴루스에게 칼집에 들어간 채의 검을 향한다. 서로 이름을 대어, 정정당당한 일대일 대결을 신청하는 자세.
 그 『창자 사냥꾼』의 엘자조차 응할 만큼, 주지된 결투의 정의.
 그에 대해, 레굴루스는 일어서, 양손을 앞으로 쑥 내밀어,

「기, 기다려! 이런, 이런 건, 이상하잖아!?」

 신성한 결투를 더럽혀, 전사를 부정한 자를 『검성』은 용서하지 않는다.

 베어올리는 참격이 레굴루스의 가랑이로부터 들어가, 그 몸을 세로로 일섬[一閃]――레굴루스는 비명도 올리지 못한 채, 아득한 상공으로 쳐올려졌다.

「――――읏!!」

 스스로가 파괴한 물의 수도――그 전경을 내려다 볼 정도의 고공에.
 비명이라고도 욕소리라고도 할 수 없는 목소리가, 메아리쳐 나간다.

리제로 5장 73화

전체 목록

제5장 73 『테레시아 반 아스트레아』


 ――실은 첫눈에 반했다는 걸 알면, 당신은 어느 정도로 놀라 줄까요?





※※ ※ ※ ※ ※ ※ ※ ※ ※ ※ ※ ※


 테레시아 반 아스트레아에게 『검성의 가호』가 머문 것은, 그녀가 12살 때의 일이었다.

 그것은 돌연히, 아무 전조도 없이 그녀의 인생을 크게 흔드는 사건이었다.
 평상시 그대로인 일상, 그것은 갑작스레 그녀 아래에 춤추듯 내려간 것이다.

「――? 혹시, 내가 선택되었어?」

 성실한, 그런 감각으로 테레시아는 가호를 내려받았다.
 그리고 그 사실을 테레시아는, 당분간 속으로 계속 비밀로 하게 된다.



 ――아스트레아가는 대대, 『검성』을 배출해 온 검의 명가다.

 초대  『검성』 레이드 아스트레아가, 수 백년 전에 완수한 위업의 결과로서, 아스트레아가의 검은 친룡왕국 루그니카에 빠뜨릴 수 없는 존재로서 인정되어 왔다.
그 인습은 몇백년도 경과한, 테레시아의 시대에도 맥이 계승되고 있다.

 그 때문에, 아스트레아가로 태어난 자들은 모두, 『검성의 가호』의 유무에 관계없이, 검에 종사하는 생애를 걷는 것이 반쯤 정해져 있었다.
 테레시아의 아버지는 물론, 두 명의 오빠와 막내 동생도 같다. 검세나 가호의 유무와는 별도로, 철들었을 때부터 검을 즐기는 것은 아스트레아의 전통이었다.

 그런 양육이 당연한 아스트레아 가에서 태어나, 그럼 여자아이로 있던 테레시아는 어떻게 자랐는가 하고 묻자면――정말로, 검과는 무연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물론, 아스트레아 가에서 태어난 이상, 남녀 묻지 않고, 검은 들게 한다.
 테레시아도 형제들과 같이, 어려운 지도를 받으면서 검을 휘두르게 되는 나날은 있었다. 있던 것이지만, 이것이 완전히, 테레시아에는 볼만한 검의 재능이 없었다.
 라기보다도, 검과 마주보는 자세가 한 조각도 존재하지 않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많은 소녀가 그렇듯이, 테레시아는 검에 아무런 흥미가 없었다.
 능숙한가 서투른가의 문제는 아니다. 시켜지고 있을 뿐인 검술, 몸을 쏟지 않는 수련과 반항적인 태도. 그것들이 계속되면, 부모님이 그녀에게 검을 계속 휘두르게 하는 의의를 찾아낼 수 없게 되는 것도 당연한 이야기다.

 ――『검성의 가호』 는, 검신의 총애를 받을 만한 가치를 보여야만 받을 수 있다.

 대대, 아스트레아 가의 인간만이 계승할 수 있는 『검성의 가호』. 아직도 상세한 것이 밝혀지지 않은 가호에 대해, 적어도 당시에는 그렇게 생각되고 있었다.
 검과 진지하게 마주 보아, 그 검재[剣才]를 인정받아야만 가호를 내려받을 수 있다.

 여자아이에, 검에 흥미가 없고, 계속 외면하는 장녀.
 테레시아가 조속히 『검성』의 가능성을 단념해져, 자유롭고 제멋대로 구는 것이 용서되게 된 것은 필연의 흐름이었다.

 검의 연습으로부터, 반무리하게 자유를 빼앗은 테레시아였지만, 그녀에게도 그만한 변명이 있다.
 물론, 요만큼도 『검성』에 흥미가 없고, 검에 쏟아부을 의의를 찾아낼 수 없었던 것도 연습에 열중하지 않았던 원인이지만, 최대의 요인은 별도이다.

 ――테레시아에게는 태어나 가진 가호, 『사신의 가호』의 자각이 있었다.

 자신이 타인에게 입힌 상처는, 결코 치유되는 일 없이 피를 계속 흘린다.
 다른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것에, 그저 오로지 특화된 그 힘을 자각했을 때, 어린 테레시아 안에 머문 것은, 자신의 손이 낳는 결과에 대한 공포였다.

 검의 연습 따위, 그 공포를 조장시키기엔 최악의 것이다.
 비록 연습이라고, 수련이라고 해도, 테레시아의 제어할 수 없는 가호는 기회를 선택하지 않는다. 세게 긁힌 상처 정도로도, 일생 치유되지 않는 상처라면 웃어넘길 수는 없다.
 하물며 검으로 만든 상처가 되면, 사소한 사고로 생명을 빼앗을 수도 있는 것이니까.

 까닭에 검의 연습으로부터 해방되어, 몰래 테레시아는 안도하고 있었다.

 사람을 상처입히지 않고 사는 것은, 의식하며 보내려면 실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의식적으로, 능동적으로 다른 사람을 상처입히려고 하지 않아도, 뜻하지 않은 사고나 무의식적인 행동은 누구에게라도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다. 떨어뜨린 접시의 파편에 손가락 끝을 베인다고 해서, 거기에 가호의 힘이 일하지 않는다던가 하는 일을 어떻게 확인한단 말인가.

 아직 어렸던 테레시아라고 하는 소녀는, 사람과의 관계를 무의식중에 피하고 있었다.
 접하는 것이 없으면, 가까워지는 것이 없으면, 사람을 상처입힐 걱정도 없다. 자연히 그녀는 남의 눈을 피해, 꽃과 보내는 일이 많아져 갔다.
 검을 버릴 자유를 얻은 그녀는, 저택의 정원에 자신만의 화단을 만들어, 거기서 계절의 꽃들을 기르고, 찬미하는 것을 사랑하는 소녀가 되었다.

 필사의 형상으로 검을 휘둘러, 참혹할 만큼의 수련을 반복하는 형제들.
 그런 그들의 모습에 소외감이나, 미안함을 느끼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다만, 가호의 일을 전할 수도 없고, 그녀의 의논 상대는 자신이 기른 꽃들 뿐이었다.

「언젠가, 이런 나라도, 누군가와 함께 보낼 수 있게 되는 걸까……」

 고민하고, 망설이고, 그런 생각을 털어 놓을 수 있는 것도, 바람에 꽃잎을 흔드는 꽃들 뿐.
 이것 역시 많은 인간이 그렇듯이, 테레시아도 또한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것을 바라는 평범한 소녀였다.
 다만, 형제들이나 부모의 뜻을 거역해, 누군가를 상처입히고 빼앗을 수도 있는 가호를 자각한 자신에게, 누군가와 어울릴 자격이 있는지, 그리 자문자답하는 나날은 이어지지 않았다.

 ――테레시아에게 검신의 총애가 쏟아진 것은, 그런 나날의 한중간이다.

「――? 혹시, 내가 선택되었어?」

 돌연히, 그 자각이 테레시아를 덮쳤다.
 그것은 『사신의 가호』의 자각보다, 아득한 위화감으로서 그녀에게 덮쳐진다.
 당연하다. 선천적인 가호는, 그녀에게 있어 눈이 보이는 것, 귀가 들리는 것과 같이 있어 당연한 기능에 지나지 않는다.
 새롭게 가호를 내려주신다고 하는 이변은, 그야말로 갑자기 날개가 난 것 같은 것이다. 본래는 없었을 새로운 기능이, 돌연히 싹트는 것 따위 위화감 이외의 무엇으로 환영할 수 있는가.

 ――검을, 잡아서는 안 된다.

 테레시아는 새로운 가호에, 혐오감과 구토감을 느끼면서 그렇게 사고하고 있었다.
 일찍이, 무리하게 검을 휘두르고 있던 시간이 생각난다. 그 때, 자신이 얼마나 쓸데없이, 무의미하게, 무위하게, 쓸데없는 행동을 하고 있었는지 여실히 알게 되었다.
 최선의, 최적의, 최선의, 최상의 검법을 본능으로 이해할 수 있다.

 사람을 죽이는 것에 특화된 자신이, 사람을 죽이기 위한 기술을 완전히 이해했다.

「――읏」

 그것은 공포였다. 그것은 절망이었다. 그것은, 세계가 끝나는 날이었다.
 단순한 소녀의 가죽을 입고, 단순한 소녀인 척을 하며 계속되는 시간이 끝나 버려, 소녀의 모습을 한 사신이라는 것을 통감해 버렸다.

 테레시아는 내려받은 가호의 일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사신의 가호』의 일도, 『검성의 가호』의 일도, 영원히 숨겨서, 마음 속에 간직해서, 자신이 살육하기 위한 괴물이라는 것을 봉하려고 했다.

 상태가 좋지 않다고 호소해, 저택의, 자기 방에 틀어박혔다.
 자신의 화단을 손질하는 것조차 잊어, 테레시아는 자신의 껍질에 틀어박혔다. 자는 것 이외의 일은 하지 않고, 언젠가 가슴의 답답함에 얼굴을 들었을 때, 모든 게 꿈이라면 좋을 것이라는 아이같아 보이는 몽상을 그려, 껍질에 계속 틀어박혔다.
 하지만 그것은 결국, 싫은 것으로부터 눈을 돌리는 아이의 얕은 꾀에 지나지 않는다.

 ――테레시아가 『검성의 가호』를 이었다는 것은, 곧바로 밝혀졌다.


「형. ……다음의 『검성』은, 당신의 딸이다. 이 아이야」

 아스트레아 본가――테레시아의 생가이며, 『검성』의 가계의 총본산.
 그 저택에 발길을 옮겨, 침대에 웅크린 테레시아를 다음 『검성』이라고 폭로한 것은, 테레시아의 선대의 『검성』인 숙부였다.

 『검성의 가호』는 대대, 아스트레아 가에게만 계승되는 특별한 가호다.
 그 가호는 어느 날, 당돌하게 당대의 『검성』으로부터 차세대의 『검성』으로 계승된다. 그리고 계승이 끝나면, 『검성』은 역할로부터 해방되어 가호를 잃는다.
 당대의 『검성』이 가호를 잃으면, 차세대의 『검성』이 누구인 것일까, 왕국을 수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선대의 『검성』에게는, 새로운 『검성』이 누구인 것인지 한눈에 알 수 있다.

 테레시아가 틀어박힌 나날은, 그렇게 해서 끝을 고했다.


「검을 드세요, 테레시아」

 야위어, 머리카락도 피부도 너덜너덜한 상태로, 테레시아는 뜰로 데리고 나가졌다.
 맨발로, 잠옷바람인 채로, 의식은 꿈과 현실을 헤매고 있는 꼴로, 그런데도 숙부는 난폭하게 그녀를 뜰에 질질 끌고 나와, 무리하게 목검을 잡게 했다.

 가늘어진 손가락 끝으로, 테레시아는 마지못해서 몇번이나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싫어하는 그녀의 호소를 아무도 듣지 않는다. 숙부는 목검을 다시 몇번이나 쥐여, 단념한 듯이 자세를 잡는 테레시아의 등을 떠밀기 시작해, 앞을 향하게 했다.

 테레시아의 정면에는, 네 명 위인 첫째 오빠가 서 있었다.
 상냥한 듯한, 사람 좋은 얼굴을 한 첫째 오빠는, 당황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곤혹하고 있는 것이 한눈에 보였다.

 ――빈틈투성이다.

 그렇게 생각한 자신에게, 테레시아는 아연실색했다.
 경악에 마음을 충격이 관통해, 테레시아는 말이 나오지 않아, 눈을 크게 연 채로 있다.

 그런 테레시아의 모습을 무시한 채, 숙부는 낮은 소리로 첫째 오빠에게 목소리를 올린다.
 첫째 오빠에게도 목검을 쥐게 해 테레시아와 정면으로 승부하라고. 그 목검으로 여동생을 쓰러뜨려, 자신의 검재를 증명해 보이라고.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라고 첫째 오빠는 외쳤다.
 상냥한 오빠였다. 검의 수련에 열심으로, 아스트레아 가의 본연의 자세에 어떠한 의문도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여동생인 테레시아에는 상냥할 뿐인 오빠였다.
 상처입히는 것이 무서워서, 자신으로부터는 다가갈 수 없었지만, 덩치가 큰 오빠에게 안아 올려지는 것은 좋아했다. 상냥한, 상냥한, 오빠였다.

 이 겁쟁이놈, 하고 오빠를 매도하는 숙부의 목소리가 울렸다.
 선대 『검성』의 모멸에, 그 등을 동경하고 있던 첫째 오빠가 몹시 상처입은 얼굴을 했다. 첫째 오빠가, 둘째 오빠가, 남동생이, 누구를 동경해 검을 계속 휘둘렀는지 테레시아는 알고 있다.
 그런 사람에게 매도당해, 첫째 오빠는 많이 상처입었다. 이 소란에 끌려나와, 뜰의 구석에서 같은 것을 보고 있는 둘째 오빠와 남동생도, 똑같이 상처입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윽고, 첫째 오빠는 상처입은 얼굴을 한 채로, 비장한 각오를 눈동자에 머금었다.
 곧바로, 계속 거절해 온 검력의 모두를 기울여, 똑바로 목검을 쥔다.

 흔들리는 칼끝과 첫째 오빠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테레시아는 깨닫는다.
 오빠는 테레시아를 상처입히지 않도록, 자신이 잡은 목검을 부딪혀 떨어뜨리려고 하고 있다. 자세와 시선과 체내의 검기가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빠정도의 기량이 있으면, 격하의 상대에게 그렇게 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검재를 증명해, 테레시아로부터 검을 빼앗기에는 충분했다.

「――――」

 숙부의 구령이 있고, 당사자 아무도 바라지 않은 결투가 개시되었다.

 첫째 오빠가 기합을 외치며, 예민하게 쏟아지는 검기가 테레시아에게 꽂힌다.
 상대를 위축시켜, 거동을 억제할 만큼 힘이 있는 검기다. 검을 들어올리지만 않는다면, 목검을 쳐 떨어뜨리는 것 따위는 간단하다.

 이 싸움은 처음부터, 계획부터 잘못되어 있는 것이다.
 테레시아에게는 싸울 이유가 없고, 오빠에게도 테레시아를 상처입힐 이유가 없다. 양자의 이해가 일치하고 있는데, 분쟁 따위가 일어날 리가 없다.
 없는데도――,

「――거기까지」

 멀리, 튄 목검이 곧바로 칼끝으로부터 뜰로 우뚝 솟아, 소리가 나돈다.
 신묘한 숙부의 목소리에 제정신으로 돌아가니, 테레시아의 손 안에서 목검은 정면으로 뻗어 올라, 어안이 벙벙해진 오빠의 숨통에 칼끝을 내밀고 있었다.

 ――찍어내려지는 오빠의 검격을 감싸듯이, 목검을 빼앗은 것을 기억해 낸다.

 그리고는 목에 칼끝을 내밀어, 언제라도 죽일 수 있다는 힘의 차이를 나타냈다.
 첫째 오빠는 이해 밖의 사태에, 그 자리에 무릎이 붙어버린다. 그것을 지켜보며, 테레시아는 입술을 떨면서 뒤돌아, 결투를 보고 있던 둘째 오빠와 남동생을, 부모님을 보았다.

 전원이 아연실색한 채,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결과를 지켜보고 있었다.

「차세대의 『검성』은 테레시아다. 역시, 틀림없어」

 그렇게 말한, 숙부의 목소리만이 매우 허무하게 들렸다.

「아…… 아, 아……」

 테레시아는 목검을 떨어뜨리고, 자신의 손을 응시해, 그 손으로 스스로의 붉은 머리카락을 쥐어뜯었다. 피가 나올 만큼 쥐어뜯어, 짐승같이 목소리를 높여, 절규했다.

 절규하고, 반쯤 광란한 채, 피를 토할 정도로 후회하고, 후회하며.
 테레시아는, 『검성』이 되었다.


※※ ※ ※ ※ ※ ※ ※ ※ ※ ※ ※ ※


 형제들이 검에 바친 시간을, 테레시아의 검재는 가차 없이 유린했다.
 수련의 시간의 길고 적음 따위, 압도적인 검재의 앞에서는 아무 의미도 없다.

 『검성』이 된 테레시아의 눈에는, 형제들의 검의 결점이 비쳐 보인다. 그토록 시간을 소비해, 그런 결점도 보이지 않았던 걸까 하고 생각하는 자신에 아연실색해진다.
 그것과 동시에, 그만큼 분명히 테레시아와의 차이를 보게 되어도, 검에 계속 몰두하는 형제들이 몹시 불쌍했다.

 첫째 오빠에게도, 둘째 오빠에게도, 남동생에게도, 검 이외에 정열을 기울일 만한 없는 것이다.
 아스트레아 가로 태어나, 검의 명예인 명가로 자라, 검에 그 인생의 대부분을 다 바쳐 온 것이니까, 그 정상을 여동생에게, 누나에게 빼앗겨도 계속 진행될 수밖에 없다.
 절대로, 그 경지에  도달할 수 없다고, 알고 있어도.

 ――얼마나, 바보인 걸까.

 그렇게 생각해 버린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 되는데. 이제, 검 같은거 아무래도 좋은데.
 테레시아에게는 이제 용서되지 않는 것이니까, 자신이 좋아하는 세계를 살면 좋을 텐데.

「테레시아님, 준비가 갖추어졌습니다. 슬슬, 출발합시다」

 자기 방의 창으로부터 뜰을 내려다 보아, 검을 휘두르는 형제를 바라보고 있던 테레시아에게 말이 걸려온다.
 뒤돌아 보자, 거기에 있던 것은 아름다운 금발을 짧게 잘라 가지런히 정리한, 동년대의 소녀다.

 그녀는 캐롤 레멘디스――우수한 기사의 가계인 레멘디스 가의 인간이며, 탁월한 검 기술을 인정받았고, 연령이 비슷해서, 테레시아의 시종으로 임명된 인물이기도 하다.

 실제로, 그녀의 검사로서의 실력은 우수하다.
 소리 높여 비교하는 것은 하고 싶지 않지만, 그 검력은 오빠들에게도 필적할 것이다.
 고지식한 성격으로, 검술에 일변도여서, 같은 여자로서는 불안하게 되어 버리지만.

「에에, 가죠. 오늘은 성의 사람들의 지도군요」

「네. 성의 모두도, 테레시아님에게 지도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며 기대하고 있습니다. 물론, 저도 그것은 같은 기분으로 있습니다만」

「…… 캐롤은 벌써 충분히, 강하다고 생각하지만」

「터무니없습니다. 저 따위, 테레시아님의 발 밑에도 미치지 않아요」

 마치 자신을 비하하듯이, 캐롤은 자신의 실력을 그런 식으로 평가한다.
  테레시아로서는 매우 본의가 아닌 평가다. 여하튼 테레시아는 지금까지 한번도, 캐롤의 앞에서 검을 잡았던 적이 없다. 아니, 그 정도의 이야기가 아니다.

 테레시아가 마지막으로 검을 잡은 것은, 첫째 오빠와 목검으로 결투한 그 날이 마지막이다.
 그 이후 2년 이상, 테레시아는 검을 접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검성』으로서의 역할은 돌아온다.
 자신이 『검성』인 것만은 숨길 길 없는 사실. 아스트레아 가 전체에 폐를 끼칠 수도 없어, 유유낙낙하게 그 직무만큼은 따르고 있는 이유였다.

「봐야 할 것을 보면 압니다. 비록 그 모습을 본 적이 없어도, 테레시아님이 검을 잡으면, 그야말로 아무도 따라붙지 못할 힘을 발휘하실 것이라고」

 확신하는 듯한 캐롤의 말에 쓴웃음 짓는다.
 그런 그녀와 같이, 테레시아는 역할인 병사의 지도에 발길을 옮긴다. 지도라고 해도 엄청난 일은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다.

 무기를 쥐어, 평상시 그대로 연병을 실시하는 그들의 나쁜 부분을 지적하며 돌아볼 뿐이다.
 『검성의 가호』의 무서운 점은, 대체로 전투에 있어서의 본능 전부를 보충해 주는 점일 것이다. 그것은 그저 검 기술에 한정한 이야기는 아니다. 창이던 도끼던, 싸움 기술에 관련되는 것이면, 테레시아에는 그 장과 단의 모든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하나하나를 지적해 주면, 병사들의 움직임은 몰라볼 정도로 바뀐다.
 그럼에도 테레시아로부터 보면, 결점투성이인 거동임엔 틀림없지만, 그렇게 자그마한 변화라도, 재능 없는 자에게 있어 커다란 차이다.
 감사받고, 존경받는 것에, 테레시아는 불쾌함을 느끼고 있었다.

 지금 당장, 도망가 버리고 싶다.
 이런 장소로부터, 바라지 않는 힘을 바래지는 장소로부터, 멀어져 버리고 싶다.

 『검성의 가호』를 내려받았을 때와 같이, 테레시아는 처지에 절망한다.
 방에 틀어박혀, 자신의 껍질에 숨어, 운명이라고 하는 풍파가 돌아가 주는 것을 기대하려고 해 버린다.

 ――그 타력본원[他力本願]의, 책임회피의, 벌을 받은 걸지도 모른다.


 친룡왕국 루그니카에서, 대규모 아인의 연합과의 충돌이 발생.
 그것은 눈 깜짝할 사이에, 왕국내에 계속 현저하게 남아 있던 아인 멸시의 인습과 깊게 결부되어, 국내에 있던 아인들의 오랜 세월의 불만과도 얽혀 타오른다.

 왕국 최대이자 최악의 내전, 『아인 전쟁』이 발발한 것이다.


※※ ※ ※ ※ ※ ※ ※ ※ ※ ※ ※ ※


 왕국의 동부를 발단으로 한 이 내전은, 날마다 그 심각함을 늘려 갔다.
 당초는 적은 인원수의 아인 정도였기에, 시원스럽게 진압될 것이라고 생각되었지만, 왕국은 수면 아래에서 연결되는 아인들의 관계성의 깊이를 경시하고 있었다.

 게다가, 아무래도 아인들의 사이에는, 연결을 가지지 않았던 각각의 종족의 중개역을 맡은 존재가 있던 것 같고, 내전의 불길은 순식간에 각지에 퍼져 간다.
 타오르는 전란의 소용돌이는 멈추는 일 없이 왕국에 만연해, 그 소방에 일년을 소비해 어떤 성과도 오르지 않았을 때, 간신히 전대미문의 사태라는 것을 왕국은 인정했다.

「당대의 『검성』인 테레시아 반 아스트레아에 고한다. 내전의 진압에 분전하는 기사나 군사들과 동연, 경에게도 전과를 기대한다」

 이제까지는 없었던 대량의 전력을 투입해, 왕국 전체의 문제라고 받아 들인 상급 귀족들이, 『검성』이라고 하는 최강의 존재를 온존해 둘 리도 없었다.
 당연히 테레시아에게도, 내전 참전을 요구하는 의견이 초래되었다.

 ――와야 할 때가 와 버린 것이라고, 테레시아는 이전에 없던 절망을 얻었다.

 지금까지와 같이, 자기 멋대로 검을 잡지 않고 꺾어진 나날과는 다르다.
 요구되는 것은 『검성』으로서의 지식을 휘두르는 것이 아니고, 『검성』으로서의 검력을 휘두르는 것이다.

 검을, 잡지 않을 수는 없었다.
 대대 『검성』에게만 가지는 것이 허락되는 용검 레이드를, 이 때 처음으로 테레시아도 갖게 되었다.

「하지만, 그 검은 뽑아야 할 때 이외에는 빠지지 않아. 그 이외의 검을 가질 필요가 있을 거야. 자신에게 알맞는 것을 적당히 준비하면 돼」

 알고 있는 것처럼 조언 해 준 것은, 선대의 『검성』인 숙부였다.
 일찍이 용검을 허리에 차고 있던 숙부는, 그 검이 변덕스러운 것을 알고 있다. 숙부의 조언에 따라, 테레시아는 양날의 장검――시종인 캐롤도 애용하는 그것이, 자신에게 매우 잘 맞을 것이라는 것을 한눈에 간파해, 그것을 선택했다.

 ――테레시아의 첫 출진에는, 캐롤도, 그리고 숙부나 형제들도 동행했다.

 테레시아에게 있어서의 첫 출진, 화려한 무대라고 까지는 말하지 않는다.
 그렇다 하더라도, 한 눈을 팔 수는 없는 사건임엔 틀림없다. 당대의 아스트레아 가의 검을, 왕국 안에 알리는 절호의 기회다.

 테레시아 자신의 마음 본연의 자세와 무관계하게, 주위는 마음대로 분위기를 살려 간다.
 『검성』이 있으면 질 리가 없다고, 모두가 멋대로 기대를 걸고 있다.

 주위로부터 퍼부어지는, 그 무신경한 신뢰에, 테레시아는 두려워하고 있었다.
 평상시와 같이, 누구에게도 그것을 밝히지 못하고, 속에 간직한 채로, 테레시아는 다만 오로지, 첫 출진을 앞에 두고 떨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에게――,

「무섭니, 테레시아?」

 그렇다, 상냥하게 말을 걸어 준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첫째 오빠였다.
 그 상냥한 오빠의 말에, 천막 안에서 첫 출진을 기다리고 있던 테레시아는 아연하게 된다.

 의식적으로, 테레시아는 오빠와의 접촉을 피해 왔다.
 아니, 접촉을 피한 것은 굳이 첫째 오빠만이 아니다. 둘째 오빠와도, 남동생과도, 그야말로 부모님이나 숙부와도, 접촉하는 것을 피해 왔어.

 상냥하고, 정말 좋아했던 오빠와 말을 주고 받는 것은, 이걸로 거의 2년만이다.

 무슨 말을 하면 좋은 것인지 몰라, 테레시아는 계속 숙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렇게 한심한 얼굴을 한 테레시아의 옆에 앉아, 오빠는 살그머니 그녀를 껴안아, 머리를 어루만져 주었다.
 그 이전과 변함없는 오빠의 손바닥에, 테레시아는 아연실색해진다.

「네가, 나나 동생들에게 진 빚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어. 나라고 해서 너에게 그런 식으로 지고,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은 게 아닌 거야. 그렇지만……」

 거기서 말을 잘라, 오빠는 얇게 미소지어 보였다.
 그것은 테레시아가 몇번이나 올려본, 오빠의 미소 그 자체였다.

「너는 나의 소중한 여동생이야. 그 네가 싫다고, 무섭다고 생각한다면……나는 너를 지켜주지 않으면 안 돼. 나는, 너의 오라버니인 것이니까」

「오, 오빠……」

 눈물이 흘러넘쳤다. 나약한 소리라니, 흘려선 안 돼.
 그 누구도,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이 이겨버린 오빠에게만은 들려주어서는 안 돼. 그렇게 마음 먹어 왔는데, 그 오빠에게 그것이 부정되어 버렸다.

「너에게 져서, 분했고, 그만두려고 생각한 적도 있었어. 하지만, 그래도 역시, 나는 검을 좋아했던 거야. 이 집에서 태어나, 남동생들이 있고, 여동생인 네가 있어서, 감사하고 있어. 검에, 감사하고 있어」

「――――」

「그러니까 나는, 검을 휘둘러서 다행이었던 거야」

 얼마나, 바보같은 생각을 하고 있던 것일까 하고, 테레시아는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달았다.
 자신에게 진 뒤에도, 검의 단련에 임하는 오빠들을 보고 있어, 오빠들에게는 그 방면 밖에 없는 것이라고, 그 이외를 모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검을 휘두르고 있는 것이라고, 거기에 집착하고 있는 것이라고, 그렇게 확신하고, 업신여겨 왔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될텐데 하고, 자신의 척도로 마음대로 오빠를 헤아렸다.

 올려봐야 할, 존경해야 할, 정말 좋아했던 오빠를, 검재만으로 바보취급 했다.
 누가 바보인가. 자신이 훨씬 바보다. 그리고, 검신이 가장 바보다.

 어째서, 이렇게 자신을 사랑하는 인간에게, 그 총애를 따르지 않는 것인가.
 어째서, 검을 계속 외면하는, 자신과 같은 인간을 축복하는가.

 오빠나, 오빠같은 사람들에게야말로, 그 축복이 쏟아져야 했는데.

「너는, 싸울 필요 같은거 없어. ――그야 넌, 벌레도 죽일 수 없을 정도로 상냥한 아이니까」

 『사신의 가호』의 힘을 무서워해, 아무도 아무것도, 상처입히지 않게 보내 왔다.
 오빠의 이해는 조금 다른 형태이지만, 오빠는 그런 여동생의 본연의 자세를 알고 있어 준다.

 그것이 너무 기뻐서, 요 몇년간, 가장 마음이 떨렸기 때문에.
 응석부려 버렸다. 오빠에게 울며 안겨, 전부 맡겨 버렸다.


 ――그 테레시아의 첫 출진으로, 오빠는 본진을 지키다 죽었다.


 테레시아는 검을, 한번도 휘두르지 않았다. 휘두르지 못했다.

 그리고 그리고 또 수년, 테레시아는 한번도, 검 따위를 잡지 않았다.


※※ ※ ※ ※ ※ ※ ※ ※ ※ ※ ※ ※


 ――아인 전쟁이 시작된지 5년, 테레시아는 19세가 되어 있었다.

 『검성의 가호』는 변함없이, 테레시아 안에서 조용하게 숨쉬고 있다.
 그러나 정작 테레시아는, 그 힘을 휘두를 기회를 계속 피해, 악화 일로를 걷는 내전에 관련되는 일 없이, 다만 유유히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테레시아가 싸울 수 없었던 첫 출진.
 『검성』의 분전을 기대했던 전선은 완패가 되어, 그 한중간에 첫째 오빠는 전사했다. 테레시아는 오빠의 죽음에 충격을 받아, 그 뒤에도 검을 잡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런 당대의 『검성』의 불명예스러운 첫 출진의 사실은, 완전하게 공연히 덮여졌다. 『검성』의 존재는 왕국에 있어 정신적인 지주이기도 하다. 그것이 첫 출진으로 울며 아우성쳐, 오빠를 죽게 하고 껍질에 틀어박혔다는 사실을, 알릴 수는 없었다.

 까닭에 테레시아의 불명예는, 알려지지 않고 기록으로부터 말소되었다.
 그렇게 『검성』으로서의 역할을 완수하지 못하고, 틀어박힌 테레시아를 대신해, 아스트레아 가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싸움을 하려고, 둘째 오빠나 남동생도 전장에 뛰어들어, 죽었다.

 상냥하고, 어떤 소원이라도 곤란한 얼굴로 들어 주던 첫째 오빠도.
 조금 심술쟁이로, 그렇지만 화해할 때는 언제나 먼저 사과해 주던 둘째 오빠도.
 겁쟁이에 울보로, 언제나 자신의 뒤를 따라 걷고 있던 사랑스러운 남동생도.

 싸울 수 없는 테레시아 대신에 싸워, 모두 목숨을 잃었다.

「――무리만 시켰구나. 미안했다, 테레시아」

 선대 『검성』으로서, 그 존재로 전군을 고무하고 다녔던 숙부도, 전사했다.
 전전[転戦]에 뒤잇는 전전을 반복해, 부상을 누르고, 마지막에는 철퇴하는 우군의 앞을 맡아, 장렬한 전사를 이루었다는 이야기였다.

 숙부에 대해서는, 원망하는 기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숙부가 말하기 시작하지 않았다면, 테레시아가 『검성의 가호』를 계승했던 것은 누구도 몰랐을지도 모른다. 그 일이 발각되지 않았다면, 이번 내전에서 형제들이 결사의 각오를 발휘하는 일도 없어져, 목숨을 잃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면, 원망하는 기분은 있다. 있지만, 그렇지 않은 마음도 있다.
 숙부는 숙부대로, 분명 『검성』의 칭호의 무게를 누구보다 이해하고 있던 것이다. 선대 『검성』이기 때문에 당연히, 테레시아와 동일한 것을 숙부도 요구받고 있었을 것이다.
 왕국에 있어서, 테레시아에게 있어서, 『검성』의 이름이 능숙하게 기능하도록, 나름대로 잘 되길 바라며 생각해 행동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것이 잘 되지 않았으니까, 마지막에 만났을 때의 이별의 말이 있다.
 그 한마디로 테레시아는, 숙부를 원망할 수가 없게 되어 버렸다.

 그렇다면 누구를 원망하면 좋은 것인가라고 말하면, 그것은 이제, 자신밖에 없을 것이다.
 『검성』이라는 칭호를 이은 주제에, 울며 아우성칠 뿐인 약한 자신을.

「테레시아님은 언젠가 반드시 일어서실 수 있는 분입니다. 지금은 아직, 그 때가 아닌 것 뿐」

 형제나 숙부, 거듭되는 혈연의 죽음에 타격을 받는 테레시아를, 시종인 캐롤은 결코 버리려고 하지 않았다.
 첫 출진의 패퇴로 추태를 보여, 그 뒤도 아이같은 생떼와 어리광에 기회를 놓쳐, 지금도 혼자서 껍질에 틀어박힌 테레시아를, 캐롤은 믿으려고 한다.

 최근엔, 테레시아에게 내려지는 왕성으로부터의 지시조차, 대신에 맡아, 스스로를 위험에 처하게 하고 있다는 소식조차 있었다.
 다만, 캐롤이 그렇게 위험한 다리를 건너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도, 테레시아는 그 마음에 응해 줄 수가 없었다.

 사람을 죽이는 재능에, 이 정도로 풍족한 자신.
 그런 자신이, 사람을 죽이지 못하는 것에 고민하는 날이 올 거라는 것 따위 생각한 적도 없었다. 싸우는 이유라니, 어디에도 없어. 싸우는 것은, 할 수 없어.



「――――」

 캐롤의 감시가 사라지면, 테레시아는 휘청휘청 저택을 나와, 왕도를 걷기 시작한다.
 내전이 종식되는 일 없이 5년, 왕도로부터도 이전과 같은 활기는 희미해져, 어딘지 모르게 음침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밝은 화제가 없으면, 사람들의 표정에도 밝은 조짐은 방문하지 않는다. 자연히 사람이 많은 장소를 피해, 테레시아는 혼자가 되기를 요구한다.

 최근, 테레시아가 기꺼이 발길을 옮기는 것은, 왕도의 구석에 있는 미정리된 구획이다.
 내전의 시작과 동시에, 개발 도중에 내던져진 구획이었다. 간신히 길이라고 할 수 있는 길이나, 폐허와도 같은 건물의 틈새를 빠져, 안쪽에 있는 장소로 향한다.

 희미하게 열린, 광장이라고도 할 수 없는 공간이 테레시아는 마음에 드는 것이었다.
 특히 마음이 끌린 것은 아니다. 다만 멍하니, 그 몹시 황폐해진 안에 존재하는 공허한 공간이, 자신의 마음의 모습과 일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침착해질 뿐이다.

 아침의, 짓궂은 정도로 청량한 공기 속에서, 테레시아는 광장의 안쪽에 향한다.
 어디에 연결된 것도 아닌 돌층계에 앉아, 저 너머를 들여다 보면, 거기에는 일면, 노란 꽃이 흐드러지게 핀 꽃밭이 있었다.

 쏟아지는 햇볕과 꽃의 성장에 불필요할 정도로 적합한 흙.
 아무도 오지 않는 비밀의 장소에 맘대로, 테레시아는 거기에 꽃의 씨앗을 뿌렸다. 저택에서, 완전히 시들어 버린 꽃밭을 손질할 기력은 없었다.
 다만, 변덕으로 뿌린 꽃의 씨앗의 결과를 지켜보는, 그 정도의 기분은 있었기에.

「물도 주지 않았는데…… 이렇게 자라다니」

 꽃들은, 강하다.
 테레시아가 자신의 약함을 계속 응시하는 동안에도, 꽃들은 하늘만을 목표로 해, 그 꽃잎을 넓혀, 아름답게 만개한다.
 이전에는 그 아름다움에 동경해, 지금은 그 강함에 동경을 안는다.

 울컥거려 오는 것이 있어, 울 것 같게 되었다.
 무심코 뜨거워지는 눈시울에 손을 대어, 눈물을 흘리는 것을 견디려고 필사적으로 된다.


 ――험악한 기색이 가까워져 온 것은, 그런 때였다.


「어머나, 미안해」

 테레시아의 아침의 성역에, 멋없게 끼어들어 온 것은 위험한 기색의 인물이다.
 하마터면 눈물을 보여질 뻔했다고, 테레시아는 고의로, 강한 척 하듯이 그런 식으로 말을 만들었다. 그리고, 광장에 선 상대를 본다.

 보고, 어안이 벙벙해졌다.
 약간 짧은 듯한 갈색 머리, 잘 다듬어져 있음에도 험악한 눈초리. 날씬한, 단련해진 호리호리한 몸매의 몸과 그 전신으로부터 흘러넘치고 있는 피부를 화끈거리게 하는 듯한 귀기[鬼気].
 결코 우호적이지 않은 그 태도에, 놀라는 점이 있었던 것은 사실.
 하지만, 이 때, 테레시아를 놀라게 한 것은 그렇게 사소한 것은 아니다.

 ――테레시아에게는 그 청년이, 한 자루의 검으로 보였다.

 열을 가지고, 단련된 날카로운 강철이, 자신을 노려보고 있다.
 그런 착각에, 테레시아의 고동은 희미하게 흐트러졌다. 자신의 가슴에 손을 대어,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하고, 테레시아는 의문으로 생각한다.

 다만, 그 고동의 혼란을 청년에게 눈치채이고 싶지 않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니까 그것을 숨기기 위해서, 테레시아는 말을 만든다.

「이런 아침 일찍 여기에 오는 사람이 있구나. 이런 곳에서――」

「――――」

 대단한 인사였다.

 우호적으로 말을 거는 테레시아에게, 청년은 눈을 좁히면서, 날카롭게 다듬어진 검기를 내던져 온 것이다. 위협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현저하고, 가다듬어 붐비어진 검기.
 아마도 테레시아를 꺼림칙하다고 생각해, 치우려는 의사의 표현이다.

 바로 그때, 재미없게 되었다.
 그쪽이 그 기분으로 온다면, 테레시아 쪽도 사양은 하지 않는다. 자신만만한 그 검기, 통하지 않았다고 쑥 들어가게 해 준다.

「……무슨 일 있어? 무서운 얼굴을 하곤」

 테레시아의 말에, 청년은 허탕을 친 것 같은 얼굴을 했다.
 그 뒤로, 그는 테레시아가 검기에 관해서도, 원래 싸움에 관해서 문외한인 아마추어라고 판단한 것 같다. 실제로, 그것은 잘못되어있지 않다.

 테레시아에게는 실전의 경험도, 검을 계속 휘둘러 온 실적도 없다.
 싸우면 누구보다 강할 터인, 아마추어와도 동연한 여자아이인 것이니까.

「여자가, 이런 아침 댓바람부터 이런 곳에서 뭐 하고 있냐」

 난폭한, 버릇없는 말로 청년은 응했다.
 처음으로 들은 청년의 목소리는, 기분이 안좋은 것은 있었지만, 알아듣기 쉬운 목소리여서.

 ――또 희미하게, 고동이 흐트러진 것을 느꼈다.


※※ ※ ※ ※ ※ ※ ※ ※ ※ ※ ※ ※


 그 뒤에도, 테레시아와 청년의 만남은 가끔 반복되었다.

 아무래도 청년은, 정해진 휴일에 그 광장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는 것 같다.
 그는 테레시아의 존재를 방해로 생각하고는 있는 것 같지만, 그런데도 무리하게 내쫓으려고는 하지 않았다. 가까워지는 편이 귀찮다고, 그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 노란 꽃밭을 보기 위해서, 테레시아는 광장으로 발길을 옮긴다.
 청년이 먼저 와 있는 일도 있으면, 테레시아가 먼저 도착하는 일도 있다. 테레시아가 단차에 앉아, 꽃밭을 바라보는 옆에서, 청년은 갖추어진 훌륭한 검을 휘둘러, 열심히 검의 수련에 몰두하는 것이, 그 장소에서 두 명이 보낼 때의 약속이 되었다.

「――――」

 곁눈질로 슬쩍 청년의 검무를 바라본다.
 무심코, 감개의 한숨이 샐 것 같게 되었다. 다른 사람의 검술을 보고, 테레시아가 이런 식으로 느끼는 것은 매우 드물다――아니, 처음인 일일지도 모른다.

 처음엔, 검을 잡는 청년의 모습에 혐오감을 느꼈다.
 그것은 청년이 나쁘다고 하는 것보다, 테레시아의 마음가짐의 문제다. 『검성』으로서의 역할로부터 도망쳐, 도망친 끝에서도 검을 쥐는 누군가와 얼굴을 맞댄다.
 모처럼 얻은, 기분 좋은 피난처에서부터도 내쫓아 버려진다. 그런 한심한 불안은, 청년의 검무를 처음 본 날로부터 사라졌다.

 청년이 휘두르는 검은, 겉치레로도 세련된 것은 아니다.
 『검성의 가호』를 가진 테레시아로부터 보면, 알기 쉬운 결점은 얼마든지 있다. 타인의 검의 결점, 그 너무나도 많은 양에 싫증을 내는 것도 테레시아의 나쁜 버릇인 것이지만, 청년의 검에는 결점을 느끼면서도, 그것을 보충하고도 남을 정도의 정열이 있었다.

 테레시아의 형제도, 검에 모든 것을 바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 오빠나 남동생들의 검에조차, 테레시아는 싫은 감정을 안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도, 청년의 검에 동일한 것을 느끼지 않는 것은 어째서인 것인가.
 그 대답은 분명, 기가 막힐 정도로 단순하다.

「바보 같아……」

 ――청년의 검에는, 불순물이 일절 없다.

 검에 모든 걸 쏟아, 바친다.
 말로 말하면 간단한 이야기로, 형제들도 그렇게 하고 있었다고 여태까지 테레시아는 생각하고 있었지만, 터무니 없었다.

 정말로, 검밖에 없는, 그런 청년의 정열이 여기에 있다.
 그에게는 검 밖에 없다. 검 밖에, 사랑하지 않는다. 검 밖에 사랑할 수 없는, 날카로운 강철이다.

「…… 바보, 같아」

 곁눈질로 청년의 검무를 지켜보면서, 테레시아는 자신의 뺨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테레시아는 『검성』이다. 검신의 총애를 한몸에 받아, 검의 정상에 세워진 존재.

 그가 일심불란히 목표로 하는 앞에, 자신의 존재가 있는 것이다.
 그것은 착각이 틀림없지만, 그에게 필요로 되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검성』인 테레시아에게는, 검의 일은 보면 모두 알 수 있다.
 어떤 보검도, 마검도, 고철도, 심지어는 용검조차도, 본질이 보인다. 자유자재로 다룰 수가 있다. 테레시아의 손안에서, 알몸이 되지 않는 강철은 없다.

 그 청년 뿐이다.
 테레시아가 자유롭게 다룰 수 없는, 날카로운 강철은 그 청년 뿐이었다.

 검인데도, 『검성』인 자신에게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까 반드시, 자신은 이렇게도, 그가 신경이 쓰이고 있는 것임에 틀림없다.



「빌헬름 트리아스다」

 청년――빌헬름과 이름을 교환한 것은, 만나고 나서 3개월 후의 일이다.

 그때까지 몇번이나 얼굴을 맞대고 있었는데, 한번도 두 명은 이름을 요구하지 않았다.
 사실은 몇번이나, 테레시아는 기회를 기다리고 있던 것이지만, 빌헬름이 그 소원을 전혀 깨닫지 않았다. 겨우 이름의 교환을 할 수 있었던 것도, 화가 치민 테레시아가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이름을 칭하고, 빌헬름에게도 자칭하도록 재촉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꽃녀라고 속으로 부르고 있었다」

 정말 실례인 녀석이다, 이 남자.
 배려는 조각도 없고, 자신의 일만 보고 남과는 상관하려고 하지 않고, 조금 이야기해서 만족하면 마음대로 돌아가 버리고, 테레시아의 마음은 마구 휘둘리고 있을 뿐이다.

「꽃은, 좋아하니?」

「아니, 싫어한다」

 소중한, 테레시아의 꽃밭을 보여주었을 때조차 이 대답이다.
 상대를 기쁘게 하거나 비위를 맞추기 위한 발언 따위를 일절 할 수 없는 것이 틀림없다.
 그 일에 분노를 느끼면서도, 『그렇지만, 그러니까, 이런 검같은 사람이 되는 거고……』라고 생각해 움츠려 버리는 부분은, 어쩔 수 없다.

 생각 했던 대로 되지 않는 검의 존재에, 『검성』도 굉장한 게 아니구나 하고, 그렇게 구원받고 있는 것 같은 자신이 있는 것에, 이 때의 테레시아는 깨닫지 못했었다.


「――어째서, 검을 휘두르는 거야?」

 이름을 교환한 이래, 띄엄띄엄 주고 받는 말의 종류가 증가했다.
 꽃의 이야기와 세상만사 이야기를 하고 헤어진다. 그런 평소의 교환에 위화를 찔러넣은 것은, 반드시 그 날의 불쾌함이 원인이었을 것이다.

 아인 전쟁의 전황이 또다시 기울어, 고전하고 있는 것은 테레시아도 듣고 있었다.
 왕국의 각지에 잠복해, 파괴 공작을 실시하는 아인의 핵심이 특히 만만치 않은 것 같고, 그 중에는 초상의 힘을 조종하는 『마녀』의 존재까지 확인되고 있다거나 하는 이야기도 들린다.

 문득, 불안해진 것이다.
 빌헬름이 왕국의 병사인 것은, 벌써 그의 입으로부터 들어 알고 있다. 그렇지 않다고 해도 탁월한 검사다. 게다가 그는 몹시, 피에 굶은 눈을 하고 있다.
 내전에 흔들리는 왕국, 그 병사는 확실히 적역[適役]――이라고는 해도, 그도 결코 무적의 존재 따위는 아니다. 언젠가, 그가 이 아침의 광장에 찾아오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
 그 불안이, 테레시아에게 그런 질문을 시켰다.

 검무를 끝내, 땀투성이의 빌헬름은 테레시아의 눈을 곧바로 본다. 그리고 그는 잠깐 생각하고 나서, 무슨 바보같은 일을 이라고라도 말하고 싶은 듯이 어깨를 움츠려,

「나에게는, 이것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 날카로운 강철다운 대답을 했다.
 그것은 확실히, 테레시아에게 있어 바란 그대로의 대답이었을 터인데.

 불안과 외로움에 가슴을 쥐어뜯어지는 감각을, 테레시아는 자각하고 있었다.


「꽃은, 좋아졌어?」

「아니, 싫어한다」

「어째서 검을 휘두르는 거야?」

「나에게는, 그것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느덧, 그 교환만은 빠뜨리지 않고 반복되는 약속이 되었다.
 테레시아는 반복되는 그 질문에, 어떤 대답을 요구하고 있는지 스스로도 모르고 있다. 대답이 변함없는 것에 안도해도 좋은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변함없이 강철로 계속 있는 그에게 변화를 기대해야 하는지, 아무것도 모른다.

 모르는 것을 모르는 채, 무책임하게 그대로 두는 것이 테레시아다.
 『검성』의 칭호를 맡은 채로, 형제들을 사지에 내보내, 캐롤에게 역할을 떠넘겨, 이렇게 무위한 시간을 계속 보내고 있듯이.

 그러니까 변화는 언제든지, 테레시아를 방치한 채로 방문한다.


※※ ※ ※ ※ ※ ※ ※ ※ ※ ※ ※ ※


 광장에 먼저 도착하는 것은, 대개 테레시아 쪽이었다.
 이전에는 부정기[不定期]였던 빌헬름의 내방도, 지금은 완전히 파악해, 만났을 때의 말이나 주고 받는 회화의 내용도 준비는 만단이다.

 그의 존재에 응석부리고 있는 것을, 테레시아도 슬슬 자각하고 있었다.
 빌헬름과 말을 주고 받는 것으로, 검에 모두를 바치는 그를 응시하는 것으로, 테레시아는 자신의 『검성』의 중량감을, 일시적으로라도 잊을 수가 있다.
 『검성』이기 때문에 그에게 끌려, 『검성』 따위 시시하다고 그에게 듣고 있는 것 같아 구원받는다.

 자신이 『검성』으로 있고 싶은 것인지, 있고 싶지 않은 것인지, 그것조차도 불확실하다.
 대답의 나오지 않는 미온수에, 계속 끝없이 잠기는 죄악감.
 그것조차도, 그의 존재는 잊게 해 주어서.

「――빌헬름」

 변함 없이, 알기 쉬울 정도인 기색의 접근에, 테레시아는 뒤돌아 보았다.
 광장의 입구에, 검의 청년이 서 있다.

 무심코 미소가 피어나, 테레시아는 그에게 미소지었다.

「――――」

 감정의 결궤[決壞]가 돌연히 찾아온 것은, 그 때였다.

 눈을 크게 열고, 입술을 전율한 채, 떨리는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는 빌헬름. 그런 그의 극적인 반응에 테레시아도 또 놀라, 충격을 맛보았다.
 자신의 무엇이 잘못하고 있었는지 하고 테레시아는 얼굴을 가리는 그에게 달려든다. 다만,뭐라고 말을 걸면 좋은 것인지를 모른다.

 테레시아는 지금까지, 다른 사람을 상처입히지 않으려고 극력히 관계를 거절해 왔다.
 그러니까 누군가의 마음을 상처입혀 버렸을 때에도, 그 대처법 따위 아무것도 모른다.

 절망한다.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알려고 해 오지 않았던 자신에게.
 눈앞에서 타격을 받은 빌헬름에게, 아무것도 말할 수 없는 자신에게.

「빌헬름……」

 무슨 말을 하면 좋은 것인지도 모르는 채, 테레시아의 손가락은 빌헬름에게 뻗었다. 자신으로부터 다른 사람에게 접하는 것 따위, 도대체 얼마나 오랜만이었을까.
 상처입히는 것이 무서워서, 누구에게도 닿지 않아서.

 그런데 이 때, 닿지 않고 그에게서 멀어지는 것이 훨씬 무서워서.
 테레시아는 빌헬름의, 얼굴을 가린 그 손에 손가락을 닿았다. 그리고 몹시 심세에 떨려, 믿을 수 없을 정도 뜨거운 감각을 맛보고, 깨달았다.

 검은, 강철은, 굉장한 열을 받아, 그 속에서 두드려져 보다 강한 강철로 바뀐다.
 빌헬름은 날카로운 검이었지만, 그것은 완성된 검은 아니었다.

 그리고 지금, 빌헬름은 열을 가지고, 강철로서 두들겨져 바뀌는 도중이다.
 그를 위해서 강철을 두드리는 역할이, 지금, 테레시아에게 요구되고 있다.

 ――검이 상대라면, 『검성』인 자신에게는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사람이라면, 이 검이라면, 이해하고 싶다고 생각할 수 있을 거야.

「꽃은, 좋아졌어?」

 자연스레, 평소의 질문이 나왔다.
 다른 곳에서부터 두 명을 보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멍청한 위로인가 하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두 명의 사이에서만은, 그걸로 좋았다.

「……싫지, 않아졌어」

 그리고 평소의 질문에, 평상시와 다른 대답이 있었다.
 그 일에, 이전의 테레시아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언젠가, 빌헬름의 대답이 바뀌어 버렸을 때, 테레시아는 또다시 실망과 낙담과, 남겨지는 공포를 맛보는 것은 아닌 것일까 하고.

 그렇지 않았다. 다만, 바뀌는 그가 사랑스러웠다.
 바뀌어, 강해지려고 하는 강철이, 그저 날카로운 검이, 사랑스러워.

「어째서, 검을 휘두르는 거야?」

 그러니까 반드시, 이 질문에도 다른 대답이 있다.
 그리고 그 대답은 혹시, 테레시아에게 구제를 가져오는 대답이――,

「내게는 이것밖에…… 지키는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 밖에 없다고, 빌헬름은 대답했다.
 그래, 검 밖에 없는 것이다, 이 사람은.

 그런 사람이니까, 좋은 것이다. 이 사람이.



 ――그 뒤로, 상투적인 교환은, 이제 두 명의 사이엔 필요없었다.

 그렇지만 그것은, 광장에서 두 명이 말을 주고 받을 기회를 잃었다고 하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말을 주고 받는다고 하는 의미만으로 한정하면, 그 기회는 이전보다 증가했다.

 검을 휘두르기 위해서 광장을 찾아오고 있던 빌헬름이, 검을 휘두르기보다 테레시아와 회화하는 것을 우선해 주게 되었다.
 꽃밭을 일망할 수 있는 단차에 앉은 채로, 화제가 부족한 빌헬름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멈추는 요령이 없는 아주 서툰 화술, 그렇지만 목소리를 듣고 있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다.

「서훈 이야기가 나와서, 기사가 됐다」

 그 날의 화제의 자르는 방식과, 묘하게 열이 가득찬 그의 시선.
 교제에 약해, 다른 사람과 거리를 계속 취해 온 테레시아였지만, 용기를 쥐어짠 청년의, 그런 말의 의미를 모를 정도로 바보는 아니다.

 단순한 평민이, 전장에서의 공적으로 기사로서 인정되는 것 따위 이례적인 일이다.
 검귀 빌헬름 트리아스가, 이 아인 전쟁에서 얼마나의 공적을 쌓아 왔는지, 패기 없는 『검성』에게는 아플 정도로 알 수 있었다.
 거기에 기사의 영예를 받은 그가, 무엇을 위해서 그런 지위를 얻었는지도.

「그래, 축하해. 한 걸음, 꿈에 다가섰잖니」

 그 진심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테레시아는 일부러 마음 없는 태도로 그렇게 응했다.
 긴장을 늦추면, 일순간에 빨간 얼굴이 되는 것은 면할 수 없다. 전 신경을 자제에 소비해, 테레시아는 허탕을 먹은 얼굴의 빌헬름에게 미소짓는다.

「꿈?」

「지키기 위해서 검을 잡았다며? 기사는, 누군가를 지키는 사람을 말하는걸」

 테레시아의 대답에, 빌헬름은 곧바로 송구해하는 얼굴로 수긍했다.
 평상시는 삐뚤어져 있는 주제에, 가끔, 아이같이 솔직한 곳도 있다.

 ――그가 지키고 싶은 것 중에, 자신의 존재가 있으면 된다.

 반쯤 확신이 있는 주제에, 그렇게 보험에 드는 자신이, 싫었다.
 분명, 생각은 서로 통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주제에, 행동하지 않는 자신이 정말로 정말로 바보라서, 싫어서, 구할 길이 없어서, 그래서 또, 테레시아는 잘못했다.

 생각해보면 자신은 한번도, 올바른 적이 없었다고, 그렇게 생각될 정도로.


※※ ※ ※ ※ ※ ※ ※ ※ ※ ※ ※ ※


 고향을 불태워진 빌헬름이, 단신으로 전장에 몸을 던졌다.

 숨을 헐떡인 캐롤이, 검귀의 생각지도 않은 독단을 보고해 왔을 때, 테레시아는 전신의 피가 열을 잃어, 그 자리에 무릎부터 무너질 것 같게 되었다.
 얼굴을 창백하게 한 테레시아에, 캐롤이 당황하는 것이 보인다. 보이지만, 어떤 기력도 솟아 올라오지 않는다. 그만큼, 절망적인 상황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

 마루를 노려보는 테레시아의 귀에, 매우 장소와 어울리지 않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다.
 캐롤은 아니다. 집안의 누군가도. 그렇지만, 그것은 친한 듯한, 쭉 테레시아의 가까이에 있던 누군가의 목소리인 것 같아, 그래서 테레시아는 깨닫는다.

 그것이 총애를 하찮게 여겨 온 자신을 조소하는, 검신의 웃음소리인 것이라고.

「――가야 해」

 검신의 웃음소리를 들으면서, 테레시아는 천천히 일어섰다.
 지금도, 조소는 테레시아의 작은 머리 안에서 계속 울리고 있다. 그러나, 검신에 조소당하는 대로, 모든 걸 손놓는 것 따위를 해서는 안 된다.

 오빠에게 전부 맡기고, 죽게 해 버렸다.
 둘째 오빠에게도 남동생에게도, 숙부에게도 책임을 전가해, 죽게 해 버렸다.

 그렇지만, 그만은――빌헬름만은, 건네주지 않는다.
 그 검은, 그 강철은, 그 사람만은, 나만의 것이니까.

「캐롤, 준비를」

「테레시아님……? 그렇지만, 몸의 상태가……」

「――준비를」

 테레시아의 몸을 염려하는 캐롤이, 2번째의 지시를 듣고 등줄기를 바로잡았다. 그리고 곧바로 그녀는 움직여, 테레시아를 위한 준비를 곧바로 정리했다.
 첫 출진 이래, 한번도 몸에 대지 않았던 예복과 피를 모르는 장검을.

「이번에야말로, 나는 잘못하지 않아」

 쥔 장검에 그렇게 맹세하고, 테레시아는 캐롤을 서두르게 해 용차에 뛰어 올라탔다.
 빌헬름의 구원에 향하는 용차는, 테레시아의 상상 이상의 수가 있었다. 그와 같은 부대의 인간이나, 그에게 구해졌던 적이 있었다는 은의를 말하는 자들, 여럿이 있었다.

 빼내 든 검이었다, 그 험악할 뿐인 청년은 어디에도 없다.
 지금 청년은 그 빛남과 예리함으로, 많은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보검이 되었다.


 ――빌헬름의 고향의 전선은, 이미 완전하게 붕괴하고 있었다.

 절규와 신음이 난무해, 혈취와 타는 냄새가 가득 차는 전장.
 너무나도 처참한 상황에, 테레시아의 속이 나빠진다. 몇번이고, 전장에 서는 자신의 모습을 몽상했던 적은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상상의 처참함 등을 거뜬히 모두 덮어쓴다.
 서로 상처입혀, 생명을 서로 빼앗아, 피와 죽음이 만연하는 전장에서, 각오 따윈 무가치하다.

「어쨌든, 빌헬름을 찾아라!」

 목소리를 높인 것은, 일군을 인솔하는 보르도 테르게프다. 그의 노성과 같은 지시에, 바위와 같은 갑옷을 껴입은 일단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테레시아님! 저희는……」

 지시를 요구하는 캐롤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테레시아는 그것을 듣지 않았다.
 보르도의 부하들이, 그의 고향을 짓밟는 적병과 격돌한다. 그 굉장한 부딪힘 속에서, 희미하게 그를 느꼈다.

「테레시아님!?」

 깨달은 순간, 다리가 움직였다.
 전사의 혼잡한 전장을, 테레시아의 다리는 미진의 주저도 없게 주파한다. 어디를 지나면 되는 것인지, 볼 것도 없이 알았다.

 흙을 밟고, 시체의 산을 횡단해, 신음과 단말마가 서로 겹치는 현장을 향한다.
 그리고 한층 더, 혈취가 현저한 장소에 겨우 도착해, 테레시아는 보았다.

 지금 확실히, 쓰러지는 빌헬름에게 대검[大劍]을 휘두르는 녹색의 아인이 있다.
 피투성이의 얼굴로, 그 대검[大劍]을 올려보는 빌헬름. 그의 입술이 움직였다. 긁힌, 약한 소리로, 무슨 말인가 중얼거린다.

「죽고 싶지, 않아……」

「――――」


 괜찮아.


 괜찮아, 그러니까.


「――――」

 이제,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테레시아는 마지막에 들린, 빌헬름의 속삭임만을 반추한다.

 손에 든 장검을 휘둘러 베었다. 가볍다.
 소리도 없이, 그 뿐만 아니라 충격조차도 없이, 아인의 목이 거뜬히 절단되었다.

 대검[大劍]을 쥔 채로 넘어지는 거체를, 빌헬름에게 쓰러지지 않도록 차서 넘어뜨린다. 그것과 동시에 테레시아의 호리호리한 몸매에, 사방팔방으로부터 적의와 살의의 탄환이 밀어닥쳤다.
 그 모든 궤도가 보인다. 읽을 수 있다. 피부가 느낀다.

 몸을 피해, 테레시아는 눈에 보인 이상한 선을 검으로 덧쓴다.
 어느새 나타났는지, 불가사의한 흰 선이 몇 개나 공중에 떠 있다. 좀 더 이상한 것은, 그 선을 검으로 덧쓰면 되는 것이라고, 본능이 알고 있던 것이다.

 덧쓰고, 덧쓰고, 흰 선 위로 검을 나른다.
 검풍이 불어, 선 위에 있던 아인들의 몸이 차례차례로 양단되어 간다.

 사지를 끊어, 목을 쳐, 복부를 찔러, 생명을 베어 낸다.
 『검성의 가호』가, 『사신의 가호』가, 마침내 기회를 얻어 폭발한다.

 손목을 잃으면, 상처는 막히지 않는다.
 복부를 관철당하면, 피는 멈추지 않는다.
 얕게 새겨진 상처조차도, 아픔은 계속 영원히 침식한다.

「――――」

 등과 눈의 구석에 빌헬름이 안아 일으켜지는 것이 보였다.
 방패를 든 청년과, 그 옆에 서 있는 것은 캐롤이다. 그녀들은 어안이 벙벙한 빌헬름을 멘 채로, 이 전역을 이탈하려고 한다.

 그래, 그걸로 좋아.
 빨리 이런 장소에서, 빌헬름을 데리고 나가.

「테레시아님……큭」

 캐롤이, 검을 휘두르는 테레시아를 보며, 목에 내린 팬던트를 꽉 쥔다. 비는 것 같은 그 행동에, 테레시아는 작게 웃을 것 같게 되었다.

 그렇네, 캐롤이 말한 대로였네.
 나는 역시, 누구보다 강해서, 누구보다 죽이는 것이 능숙해.

 ――좀 더 빨리, 깨달았다면 좋았을텐데.

「――――」

 발버둥 치며, 이 장소에 잔류하려고 하는 빌헬름을, 청년이 필사적으로 데리고 나간다.
 흙을 긁으며 저항하는 빌헬름도, 만신창이론 거기에는 이길 수 없다.

 그의 기색이 멀어진다. 그 일에, 안도한다.
 안도하면서 검을 휘둘러, 하나, 둘, 셋의 생명을 빼앗는다. 간단히, 손쉽게.

 베고, 베고, 베어 새겨서, 비명과 단말마가 흘러가게 해줘.
 언제까지나 시끄러운, 검의 신님의 목소리를 흘러가게 해줘.

 그저 그의, 필사적으로 생에 매달리려고 한, 그 목소리만을 들려줘.
 내가 이렇게 싸울 이유를, 부디 새겨줘.


 부탁이니까, 나의 검이 빌헬름을 구한다고, 믿게 해줘――.


※※ ※ ※ ※ ※ ※ ※ ※ ※ ※ ※ ※


 싸움은 끝났다.
 테레시아가 전장에 뛰어든 목적은 완수되어, 빌헬름은 생환했다.

 다만, 고향을 지키기 위해서 싸운 빌헬름의 목적은 완수되지 않았다.
 그의 고향은 불타 생가조차도 잃어, 그는 혼자가 되었다.

 분노가 이끄는 대로, 검을 휘두른 빌헬름의 전과는 3백 이상.
 하나의 전장에서, 한사람의 검사가 두는 수급으로서는 기대 이상의, 심상치 않은 숫자다.

 ――그런 만큼, 천을 넘는 목을 늘어놓은 테레시아의 검재는 상궤를 벗어나고 있었다.

 『검성』의 존재, 여기에 있으니――.
 불명예스러운 첫 출진의 일이 숨겨져, 『검성』 테레시아의 첫 출진은 이 때라고 역사에는 기록되게 되었다.

 싸움 자체는 패전이 틀림없었지만, 그런데도 압도적인 검력은 증명한 것이다.
 테레시아 반 아스트레아의 이름은, 왕국에 널리 알려져, 전장에서 계속 싸우는 전사들의 사기를 강하게 고무했다.
 그것은 당연, 그 검귀의 귀에도 들어왔을 것이다.


「굴욕이다」

 재회의 약속은 없었다.
 그런데도, 두 명은 서로, 광장에 가면 만날 수 있다고 하는 확신이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것은 실현되었다.
 광장에 온 빌헬름은, 테레시아를 목표로 검을 뽑아 휘둘렀다.

 그 궤도에 손을 집어넣어, 내민 두 손가락으로 받아들인다.
 최적의 각도와, 최적의 위력과, 그 모든 것을 테레시아는 알수 있었다.
 검격을 제지당한 빌헬름이, 몹시 거칠게 입술을 비뚤어지게 해 단언했던 것이, 재회에는 적합하지 않은, 그 격정 투성이의 말이었다.

「――그래」

「날, 비웃고 있었나」

「――――」

「대답하시지, 테레시아…… 아니, 검성!!」

 그런 생각은 없다.
 다만, 그런 변명에 무슨 의미가 있는가 하면, 그것도 없다.

 테레시아가 어느 정도, 빌헬름의 검무를 업신여기고 있던 것은 사실이다. 그의 결점을 간파해, 그것을 전하는 일도 하지 않고, 간직하고 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한 진심이 어째서인지, 말을 들려 주어도 의미 따위 없다.

「――――」

 달려들어 오는 빌헬름의 다리를 후려쳐, 난폭하게 뒤집히게 한다. 기를 쓰게 된 얼굴로 그가 다가오지만, 그것 하나하나를 테레시아는 회피, 반격했다.
 이윽고 싸움은 일방적으로 되어, 테레시아의 손에는 그의 낡은 보검이 있다. 문자 그대로, 자루에 그의 피가 배이는 노력의 자취가 보이는 보검――그것을 휘둘러, 빌헬름의 허리를 목표로 해서 흰 선을 헛긋는다.
 검의 배가 그의 허리를 후려쳐, 숨이 막히게 된 빌헬름이 쓰러진다.

「이제, 이곳에는 안 올게」

 증오와, 연민과, 오로지 부의 상념으로, 그에게 보여지는 것에는 견딜 수 없다.
 테레시아는 고개를 저어, 몇번이고 선택해 온 선택지, 도망치는 것을 선택한다.

「그런, 얼굴을 하고…… 검 같은 걸, 잡는 게 아냐」

 분한 듯이, 흙에 얼굴을 묻힌 빌헬름이 필사적으로 짜내기 시작한다.
 검의 아름다움과 고상함을, 누구보다 신봉하고, 믿어 왔던 것이 그다. 그런 그의 모든 것을 발길질로 내던지고, 유린하는 것이 자신의 힘이다.

「나는, 검성이니까. 그 이유를 알지 못하고 있었지만, 겨우 알았으니까」

 태어나며 가지고 있던 『사신의 가호』도.
 원하지 않았는데 주어진 『검성의 가호』도.
 무엇을 위해서 자신에게 주어졌는지, 겨우 답을 낼 수 있을 것 같으니까.

「이유……」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서 검을 휘두른다. 그거, 나도 좋다고 생각해」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서, 검을 휘두른다.
 그렇게 단순한 것을, 좀 더 빨리 깨달았다면 좋았을 것이다.
 그것을 깨달았다고 해도, 지키고 싶은 누군가를 선택할 수 없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이라면, 선택할 수 있다.

 ――빌헬름을, 지키자.

 이 힘으로, 꺼림칙한 살육의 힘으로, 지킬 수 있는 한, 빌헬름을 지키자.
 그를 지키고, 가족을, 캐롤을 지키고, 좀 더 많은 사람을 지키고, 그렇게 왕국 같은 큰 것까지 지켜 버려서, 훌륭한 『검성』이 되자.

 내가, 제일 강하니까. 『검성』 은, 최강이니까.
 그의 생각을 유린하고, 그가 믿은 것을 배반해도, 그런데도 『검성』인 것만은 버려지지 않는 것이니까.

「기다려, 라, 테레시아……」

 이제, 주고 받는 말은 없다.
 이것이 마지막이 된다고 생각하면서, 내디딘 테레시아의 등에 목소리가 닿았다.

「――――」

 발을 멈출 것 같게 된다. 그 감정을, 필사적으로 견뎠다.
 필사적으로 견디는 테레시아의 귀에, 그런데도 빌헬름의 목소리는 닿는다.

「내가, 네게서 검을 빼앗아주마. 주어진 가호든, 역할이든, 알 바 아냐…… 검을 휘두른다는 걸…… 칼날의 아름다움을, 얕보지 말라고, 검성」

「――――」

 빼앗아 주겠다고, 그렇게 말해졌다.
 검신의 웃음소리가, 또다시 머리 속에서 울리며 지나친다.

 그런 무모를 구가한 풋내기를, 조소하듯이.
 그런 덧없는 희망에 마음을 흔들린 귀여운 아이를, 조소하듯이.


※※ ※ ※ ※ ※ ※ ※ ※ ※ ※ ※ ※


 ――내전의 종결에는, 그 후 2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빌헬름과의 이별 이래, 테레시아는 모든 전장에 몸을 던졌다.
 그리고 오로지 분투의 작업을 반복해, 아인 연합의 전력을 한꺼번에 줄이는 데에 공헌한다.

 연합도, 기둥이 되고 있던 대인물을 잃어, 그 기반이 요동하고 있었다.
 왕국에서 뻗친 평화의 의사표현에, 그들이 응했던 것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왕국 최대의 내전인 『아인 전쟁』 은, 그 내전의 처참함과는 역시 다르게, 시작되었을 때와 같이 어이없게 끝을 맞이한 것이었다.

「끝났……다?」

 다음의 싸움에, 다음의 다음의 싸움에, 끝의 안 보이는 싸움에, 도전할 각오를 정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당돌하게도 늘어뜨려진 종전의 보고에, 테레시아는 바닥이 꺼지는 기분을 느꼈다.

「네, 끝났습니다. 내전은 종결입니다. ――테레시아님의, 공적이에요」

 휘청거리는 테레시아를 부축하며, 캐롤이 순진하게 그런 식으로 말했다.
 최근, 이렇게 부드러운 표정을 보이는 일도 많아진 캐롤은, 당황하는 테레시아를 제대로 지탱해, 그 등을 상냥하게 어루만져 준다.

「공적이라니……」

 그런 말을 들어도 핑 하고 이해되지 않는다.
 테레시아는 그저 오로지, 계속 베고 있던 것 뿐이다. 결과적으로 그것이 누군가를 지키는 것으로 이어진다고 믿으며.
 혼자서 멋대로 군을 빠져나가, 어딘가로 가 버린 청년을 구할 수 있다고 믿으며.

 그러나 그런 자각이 없는 테레시아의 행동은, 캐롤이 말한 대로, 왕국에 있어 최대의 공헌이었다고 칭찬되는 일이 된다.
 자신을 위한 식전이 열려, 예장과 의례용의 검을 손에 쥐면서, 테레시아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이 꿈 속을 걷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개이지 않았다.

 틀렸다, 꿈이라고 한다면, 테레시아는 계속 꿈 속을 계속 걸어가고 있다.
 『검성의 가호』를 내려받아, 처음으로 검신의 존재를 가까이에 느꼈을 때부터, 테레시아의 마음은 쭉, 그 커다란 존재가 보이는 꿈 속에 있던 것이다.

 그러니까 이것도 꿈. 결코 개일 리가 없는, 검신의 사랑이 보이는 꿈.
 그러니까 만약 만일, 이 꿈으로부터 해방될 때가 있다고 한다면――.

「――――」

 술렁거림이, 식전에 끓고 있던 사람들의 열광을 찢었다.
 훌쩍 하고, 누구의 제지의 소리에도 상관치 않고, 그 존재는 식전 회장에 발을 디뎠다.

 그 손에는 뽑아진 검이, 깎이고 너덜너덜해진, 녹투성이의 검이 있다.
 갈색의 더러워진 상의를 걸쳐입고, 보이는 피부도 비위생적인 진흙 투성이였다. 하지만, 그 모습에 눈살을 찌푸리는 것보다 먼저, 누구라도 본능적으로 느끼는 것이 있다.

 ――그 존재에게서 발해지는, 압도적인 무서운 귀기.
 ――아니, 검기를.

「――――」

 무언으로 선 그 존재에, 테레시아도 또 의례용의 검으로 서로 마주 보았다.
 불령[不逞]의 침입자를 둘러싸려고 하는 위병들을, 같은 단상에 서 있던 국왕이 제지한다. 그것에 감사했다. 이것으로, 결코 방해는 들어오지 않는다.

 여기에 있는 『검귀』와 둘이서 만날 기회를,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끝난다.

 ――신호는 없었다.

 하지만, 미리 짜놓은 것처럼, 두 명의 칼날은 동시에 달려,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녹슨 고철과도 같은 강철이, 의례용이라고 해도 혼동할 일 없는 성검과 정면에서 부딪친다. 섬광이 난무하고, 참격은 바람을 찢으며, 2개의 그림자가 춤추듯이 단상에서 교차했다.

「――――」

 검을 휘두르면서, 테레시아는 경탄하고 있었다. 마음이 튀어, 고동이 크게 울린다.
 테레시아의 눈에는 변함 없이, 싸움 중에 떠오르는 하얀 선이 보인다. 그 선을 지나면 된다는, 그 하얀 선을 덧쓰면 죽일 수 있다는, 그런 검신의 유도가 보인다.

 그 검신이 만들어내는, 검의 정상이 보이는 승리의 이치를, 검귀의 검은 단순한 연구와 미칠 듯할 정도의 열정만으로 돌파한다.

 떠오르는 하얀 선이, 마치 보여지는 것 같이 녹슨 검에 찢어진다.
 무수에 떠오르는 하얀 선, 그것 하나하나를 요격해, 검귀는 외침을 올린다, 결코 닿을 리가 없는 검의 정상으로 발을 디디려고 한다.

 가슴이 크게 울린다. 몇번이나, 몇번이나, 서로 부딪칠 때마다.
 검을 서로 거듭할 때마다, 흰 선을 잘게 베어질 때마다, 시선이 얽힐 때마다.

 눈앞에 있는, 검의 귀신에 사랑을 한다.
 몇 번이나, 몇 번이나, 몇 번이라도, 『검성』은 이 『검귀』에 사랑을 한다.
 사랑스럽다, 사랑스러운 것이다. 사랑스러워서 견딜 수 없다.

 ――이 사람이, 사랑스러워서 견딜 수 없는 것이다.

「――읏」

 식전을 터무니없게 망치고, 이만큼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자신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하고, 테레시아는 이상해서 견딜 수 없게 된다.
 뺨이 뜨겁다. 가슴이 크게 울린다. 한 홉 마다, 사랑스러움이 격해져 간다.

 사실이라면 당장, 검을 놓아, 그 가슴에 뛰어들어 버리고 싶다.
 빼앗는 것도 아무것도 없다. 벌써의 벌써, 그야말로 만난 최초의 때로부터, 당신의 모습에 가슴의 두근거림을 기억했을 때로부터, 쭉, 나는――.

「――――」

 마주보는 것을 거절해, 또다시 편한 쪽으로 도망치려고 하는 선택지가 다가온다.
 검신이 질타하는 소리는 아니고, 눈앞의 귀신의 안광이, 전령으로 그것을 부정한다.

 자신의 힘으로 이기는 것이라고, 다른 누구의 손도, 너의 손조차도 빌리는 짓은 하지 않는다고.
 자신만의 힘으로, 스스로의 집념으로, 검에 바친 모든 것으로, 검신에게서 여자를 빼앗는다.

 도대체 얼마나, 얼마나의 시간을.
 도대체 몇 번, 몇백 번, 몇만 번, 몇억 번, 자신을 생각해 주고 있었을까.

 검극이 교착하고, 격렬하게 부딪치고, 칼끝이 번쩍여, 몇번이고 충돌한다.
 그리고, 검신의 노성과 함께 휘둘러진 일격이――,

「――――」

 빛바랜 칼날이 부러져, 칼끝이 빙글빙글 날아 단상을 날았다.
 그것을 행한 것은, 요행도 없이 전령을 담은 『검성』의 일격이다.

 건곤 일척의, 더 이상 없을 정도로, 『검성』의 힘을 집중한 일격이었다.
 하지만,

「나의」

「――――」

「나의, 승리다」

 보검은, 테레시아의 손으로부터 빼앗겨 있었다.
 충격에 저리는 손바닥이 있고, 등 뒤에 보검이 높은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그리고 테레시아의 흰 목구멍 맨 안쪽에는, 반으로 부러진 녹슨 고철의 끄트머리가 내밀어져 있었다.

 아름답게 만들어진 『검성』이, 추악하게 단련되어진 『검귀』에게, 졌다.
 그것은 보검이 고철에게 패배해, 『검성』이라고 하는 환상이 깨어진 순간이다.

「나보다 약한 네가, 검을 들 이유는 더 이상 없다」

 걸려오는 목소리.
 생각하면 그의 무뚝뚝한 소리를 듣는 것도, 대단히 오랜만이다.
 그런데도 최초의 말이, 그런 것이라니.

「내가, 검을 들지 않으면…… 누가」

「네가 검을 휘두를 이유는 내가 계승한다. 너는, 내가 검을 휘두를 이유가 되면 그만이야」

 그가 검을 휘두르는 이유는,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서.
 그런 이유를 네가 되라고, 그렇게 말하면서 그는 상의의 후드를 벗었다.

 더러워진 시무룩한 얼굴이 자신을 노려보고 있어, 테레시아는 고개를 옆으로 흔든다.
 빼앗는다든가, 지켜 준다든가, 멋진 말을 하러 온 주제에, 정말로 여자의 마음을 모르고 있다. 검이니까, 어쩔 수 없지만.

「너무한 사람. 남의 각오도 결의도 전부, 망쳐놓고」

「그 망친 것도 전부, 내가 계승하지. 너는 검을 잡고 있던 따위 잊고 태평하게……그렇지. 꽃이라도 키우면서, 내 뒤에서 평안하게 살고만 있으면 돼」

 아아, 그것은 얼마나, 얼마나―.

「당신의 검에, 지켜지면서?」

「그래」

「지켜 줄거야?」

「그래」

 소중한 것 사이에서 자신을 세고, 그리고, 사랑스러움에 응해 준다면.

 테레시아는 검귀의, 빌헬름의 말에 미소지었다.
 그리고 목에 내밀어진 검에 닿은 채, 한 걸음, 앞에 나온다.

 접한 칼의 몸체 너머로, 빌헬름의 2년간을 느꼈다.
 그 동안, 쭉 자신의 일을 생각해 주고 있던 것이라면 하고, 가슴이 뜨거워진다.
 참기 어려운 감정이 울컥거려, 테레시아의 눈동자를 눈물이 채웠다. 그것은 천천히 흘러넘치기 시작해, 미소짓는 테레시아의 뺨을 타 떨어져 간다.

「꽃은, 좋아하니?」

「싫지 않아졌어」

「어째서, 검을 휘두르는 거야?」

「널 지키기 위해서」

 인내의 한계였다.
 검을 놓은 순간부터, 검신의 목소리 따위 이제 들리지 않는다.

 빌헬름 밖에 보이지 않는다.
 빌헬름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빌헬름 밖에 없다.

 그의 가슴에 살그머니 다가붙어, 희미하게 고개을 위로 향한다.
 눈감는 테레시아의 입술에, 빌헬름의 입술이 겹쳤다. 부드럽고, 뜨거운 감촉에 사랑스러움이 울컥거려, 테레시아의 세계가 일변한다.

 뺨을 물들여, 눈앞의 사랑스러운 남자를 보았다.
 빌헬름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고, 조용하게 말을 기다리고 있어.
 그 태도가 이상하다. 기다리고 있는 것은 이쪽이다. 그것을 모르고 있는 것 같으니까, 또 이전과 같이 자신부터,

「나를, 사랑하니?」

「――알아서 생각해라」

 무뚝뚝한 대답으로, 얼굴을 돌렸다.
 그 대답에 몹시 놀란 순간, 단 둘이었던 세계에 소리가 뛰어들어 온다. 관중에 걸려지고 있던 시간의 정지가 풀려, 위병이 여럿, 이쪽으로 향해 왔다.
 거기에는 빌헬름을 잘 아는, 그런 멤버의 모습이 있어.

「아휴」

 그런 그들 쪽을 보고, 어딘가 안도한 얼굴을 하는 빌헬름에게 뺨을 부풀린다.
 눈앞에 자신이 있는데, 딴 곳을 본다니 무슨 일인 것인가.
 아직, 말해야 할 말도 듣지 않았는데.

「말로 해 주길 바라는 것도 있는거야」

「아―」

 뺨을 긁으며, 빌헬름은 속이는 것 같이 목을 돌린다. 그러나, 이윽고 테레시아의 시선에 굴한 것처럼 한숨 쉬고, 갑자기 가는 허리를 껴안았다.
 그리고 놀라는 테레시아의 귀에 살그머니 얼굴을 대어,

「언젠가, 기분이 내킬 때에」

 ――그 기분이 내켰을 때가 찾아오는데,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불만을 느끼면서도, 그렇지만 언젠가 찾아오는 그 날이 몹시 기다려져서.
 테레시아는 그런 약한 면에 반한 거니까 하고, 사랑스러운 사람의 말을 허락한 것이었다.


※※ ※ ※ ※ ※ ※ ※ ※ ※ ※ ※ ※


 ――그 뒤에도, 되돌아 보면 다양한 일이 있었다.

 식전에 난입해, 주역을 빼앗는다는 전대미문의 폭동을 저지른 빌헬름의 처리에 한 말썽.
 『검성』를 그만두게 된 테레시아를 대신해, 보르도 등의 추천도 있어 근위 기사단에 빌헬름이 입단하거나 하는 것에 한 말썽.
 일생, 테레시아를 시중든다고 단언했던 캐롤이, 빌헬름의 전우와 사랑하는 사이가 되어, 결혼한다던지 하지 않는다던지로 한 말썽.
 전장에서 대규모 무훈을 너무 둔 보르도에게, 중요한 국정을 정리하는 의회에 자리를 준비되어 한 말썽.

 여러가지, 정말로 여러가지 일이 있어, 즐거운 나날이었다.


「사랑해요, 빌헬름. 당신은?」

「――――」

 결국, 한번도 그 뒤의 말은 말해 주었던 적이 없다. 그런데도 말 대신에 행동으로 보여 주었지만.
 그래서 속아주는 것은 상냥한 여자인가, 상대 남자에게 홀딱 반했을 뿐인가―― 테레시아는 양쪽 모두였기 때문에, 계속 속아주었다.

 부부로서의 시간은, 온화하고 태평하게 지나 갔다.
 빌헬름은 테레시아에게 약속한 대로, 그 식전 이래, 한번도 검을 그녀에게 잡게 하지 않았다. 테레시아도 검에 미련 따위 없다. 검신의 목소리는 벌써 들리지 않게 되어 있다.

 그런데도 가끔, 『검성의 가호』가 얼굴을 내미는 일도 있다.
 예를 들어 요리할 때, 부엌칼을 잡으면 자연히 최적인 공격 각도 따위를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자르는 방법만 능숙하고 어떻게든 되는 것은 사전 준비까지로, 이후의 행정을 배워 가는 것에 따라, 검사 보다 주부가 상당히 힘들다고 생각하게 되어 가지만.

「……아」

 그것과 『사신의 가호』의 제어방법을 알게 된 것도 요즘의 일이다. 무심코, 요리중에 식품 재료의 껍질에 손가락 끝을 베였다.
 자발적으로 만든 상처는, 뭐가 되었든 가호의 대상이다. 자신에게 입힌 상처에 창백해져, 어떻게든 피를 멈추지 않으면 하고 초조해 한 순간에, 피는 곧바로 멈추었다.

 ――이런 간단한 일이었나, 하고 기가 막히는 정도다.

 가호의 존재를 받아들여, 그 힘을 제어한다.
 『검성』은 엄청난 칭호를 관여하고 있던 주제에, 실태는 자신의 소지품도 파악하지 못하는 계집아이.
 더욱 더, 좀 더 빨리 알았더라면――하는 감개가, 형제들의 모습을 생각하는 가슴에 울컥거리기도 했지만.

「테레시아」

「――응」

 그러한 때에, 가늠한 것처럼 돌아오는 것이 빌헬름이다. 그리고 그는, 내심을 숨기려고 하는 테레시아의 약한 껍질을 벗겨내, 억지로 안으로 비집고 들어 온다.
 그런 점에, 구원받는다.

「나를, 사랑하니?」

「――――」

 그 질문에만은 완고하게, 대답해 주지 않았지만.


※※ ※ ※ ※ ※ ※ ※ ※ ※ ※ ※ ※


 그리고, 또, 여러가지 일이 있었다.
 정말로, 여러가지 일이 있었다.

 두 명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하인켈.
 그 하인켈이 아내로 맞이한 여성과 그녀가 낳은 테레시아들에게 있어서의 첫 손자가 되는 라인하르트.

 ――누가 나쁘다, 라는 것도 없을 것이다.

 우직하게, 열심히, 누구보다 검에 진지하게 계속 노력해, 자랑스런 아들로 있던 하인켈도.
 『잠자는 공주』라는 병에 시달려, 하인켈에게서 변명의 기회를 빼앗아, 어린 라인하르트를 혼자 둔 신부도.
 한눈에 떨릴 정도의 재능을 타고나, 어린 몸에 불필요한 정도의 숙명을 받아 버린 라인하르트도.

 아무도 나쁘지 않다.
 그러니까 나쁜 것은 여느 때처럼, 자신이었던 것이다.

 하인켈은 비뚤어지고, 신부는 꿈에 붙잡혀 라인하르트는 그런 부모에게 사랑받으려고 노력했다.
 그것을 처음 깨닫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자신이 가장 어리석어,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백경을 떨어뜨리는 싸움이…… 대정벌 같은 싸움이 있어. 나는 거기에……」

 이름뿐인 근위 기사, 이름뿐인 중대 임무.
 내며진 제안에, 떨리는 아들의 목소리가 겹쳐, 테레시아는 혼자서, 조용하게 하나의 결의를 굳혔다.


 일찍이 애용한 장검은 계속, 캐롤이 손질해 주고 있어, 그 무렵과 동연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난 반대다. 넌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테레시아의 결단에, 뻔히 알고 있던 것이지만 빌헬름은 반대했다.
 날카롭고, 강한 의사의 안광이 쏘아 맞혀진다.

 머리카락에 흰 것이 섞여, 목소리도 한 때의 젊음을 잃고는 있지만, 그런데도 빌헬름의 근본은 변함없다.
 늠름함도, 정열도, 서투른 곳도, 모두가 테레시아가 사랑해, 계속 사랑해 온 채다.

「――벌써, 결정한 일이야」

「멋대로! 도대체 누가 그런…… 설마」

 완고한 테레시아의 태도에, 빌헬름은 그것이 누구의 발안에 의한 것인지 깨달았다.
 분노에 얼굴을 붉게 물들여, 억제하지 못하는 검기가 튄다.

「그 바보자식…… 부끄러운줄 알아라……큭」

「그것을, 저나 당신이 말할 자격은 없어요」

「――――」

 아들의 일로, 후회하고 있는 것은 빌헬름도 같다. 격노의 표정이 희미해져, 빌헬름은 입술을 깨문다.
 격정가임은 변함없지만, 그런데도 그 열을 억눌러, 냉정함을 가장할 정도로는 어른이 되었다.

「나도, 그 임무에……」

「당신에게는 당신의 역할이 있어. 알고 있잖아요, 빌헬름. 포르드님의 한탄을, 잊었을 리는 없겠죠」

「――――」

 왕의 남동생 포르드의 딸이, 왕성에 잠입한 누군가에게 유괴되었다. 근위 기사단의 단장인 빌헬름에게는, 시급하게 그 신병을 되찾을 의무가 있다.
 대정벌에 검귀를 동행시키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 대신의 요청이, 현역으로 『검성의 가호』를 계승한 채로 있는 테레시아의 참전이 된 것이다.
 거절하는 것 따위 할 수 없다. 안온과 검을 내버려 둔 채 사는 나날은 어리광 위에 성립되고 있던 것이다.

 더 이상, 그 일에 계속 응석부릴 수는 없어.

「테레시아, 이런 건……」

「빌헬름」

 더욱더 설득하려고 하는 남편을, 테레시아는 불렀다. 희미하게 숨을 죽인 그 얼굴에, 미소지으면서 물어 본다.
 대단히, 오랜만에 되는 질문을.

「나를, 사랑하니?」

「뭣……」

 동요――거기에서 일찍이와 같은 감정을 보았기 때문에.
 테레시아는 미소지은 채로, 빌헬름의 어깨에 수도[手刀]를 내질렀다. 바람을 갈라, 피부를 찢는 일격.
 아내의 앞에서 무방비를 보인 빌헬름은, 그 의식 외로부터의 공격에 반응하지 못하고, 어깨의 상처에서 피가 분출했다.

「테레시아…… 무엇을?」

 얕게 찢어진 어깨의 상처에는, 『사신의 가호』의 힘이 작용하고 있다. 깊은 상처는 아니지만, 피는 계속 흐른다. 테레시아가 이렇게 옆에 있는 한, 거리가 떨어지지 않는 한.

「테레시아?」

 살그머니, 그 가슴에 몸을 의지했다.
 부축하는 팔의 씩씩함을 느끼면서, 테레시아는 빌헬름의 어깨의 상처에 입맞춘다.
 입술을 피가 주홍으로 물들여, 처음으로 맛보는 남편의 피의 맛이 났다.

「이것으로, 당신은 나를 쫓아 올 수 없어. 그 상처, 내 옆에 있으면 아물지 않으니까」

「그런 것 때문에 이런 바보같은 짓을……. 말하지만, 나는 피가 멈추지 않는다고 해도 너를」

「그런 짓을 하게 되면 의미가 없어지잖아」

 작게 웃고, 테레시아는 몸을 떼었다.
 그리고, 빌헬름의 어깨의 상처를 가리키면서,

「그 상처, 그대로 해 둘게요. 당신이 나를 쫓아오지 않도록. 서로의 일이 끝나면 막아 준다」

「――――」

「괜찮아,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야? 이 세계에서 당신 다음으로 강한, 최강의 검사야」

「40살이나 먹고 젊은이랑 겨루어도……」

「불필요한 것은 말하지 마」

 철썩 하고, 실례인 것을 말하려고 하는 입를 차지한다.
 완전히, 20년 이상이나 부부가 되어 이 꼴이다.

 강철은 지금도 변함없다. 그러니까,

「사랑해요, 빌헬름」

「――――」

「에에, 그걸로 됐어. 그 대답은 다음에」

「다음?」

 눈썹을 찌푸리는 빌헬름에게, 테레시아는 수긍했다.
 그리고, 재회를 남편의 어깨의 상처에 맹세하면서――.


「돌아오면, 그 날, 들을 수 없었던 말을 들려주세요」



※※ ※ ※ ※ ※ ※ ※ ※ ※ ※ ※ ※


 기억이, 바람에 날아간다.
 모래폭풍안에 있듯이 시야가 흐트러져, 주위의 소리도 드문드문해 알아듣기 어려워지고 있었다.

「――!」

 누군가의 신음이, 비명이, 절규가 들린다.
 시야에 일면의 녹색――아니, 이것은 지면이다. 초원의 색이다. 주위를 바라보면, 10미터 앞도 불안할 정도의 농무[濃霧]가 세계를 완전하게 닫고 있었다.

 토벌군은 반쯤 무너져, 부대는 괴멸 상태다.

 서로 밀고 도망치며, 진한 안개속에서는 어디로 도망치면 좋은 것인지도 판연하게 알 수가 없다.
 다만 막연히, 강대한 압박감만은 안개의 저 편에 느껴진다. 까닭에 그것과 반대 측으로 도망치듯이, 소리는 난무하고 있었다.

「――――」

 무엇이 일어났는지, 순간 바로 알 수는 없었다.
 치열한 격전 중, 그러나 전황은 우위에 있었을 것으로, 일선을 물러나고 있던 자신의 힘으로도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그런 식으로 느끼고 있었을 터인데――.

「――?」

 거기까지 생각해, 희미한 위화감을 알아차렸다.
 손바닥을 내려다 본다. 뭔가의, 위화감.

 손발에, 눈에, 다리에 문제는 없다.
 그렇지만 어딘가, 날개를 잃은 것 같은 감각이――.

「가호가……」

 깨달았다.
 『검성의 가호』의 감각을, 지금은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다. 얼마나 검과 멀어져도, 옆에 있던 검신의 존재도.
 그 조소도, 지금은 어디에서도.

「라인하르트――!」

 동시에, 자신의 몸으로부터 없어진 가호가, 누구에게 도달했을지도 테레시아는 직감할 수 있었다.
 그것은, 테레시아에 가호를 계승한 것을 헤아린 숙부와 같은 감각인가. 혹은 단순하게, 테레시아가 라인하르트의 바닥을 알 수 없는 천부[天賦]를 알아차리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머지않아였다고 해도, 테레시아는 자신의 차세대의 『검성』이 라인하르트인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 감각은 혹시, 친자식인 하인켈에의 배반이었을 지도 모르겠지만――그 일을 비난하는 인간도, 검문당하는 듯한 시간도, 남아있지 않았다.


「――어머나, 이런 곳에 여성이 혼자서 남다니, 굉장히 용감하네요」

 그런 우아한, 장소에 어울리지 않는 소녀의 소리가 났다.
 뒤돌아, 테레시아는 농무 가운데에서 작은 그림자를 본다.

 흰 옷, 백금의 색을 한 머리카락.
 친한 듯이 다가와, 낯선 상대에게로의 무한의 우애를 구가하는 공감과 친교의 시선――기분이 나쁠 정도의, 상정 외의 사랑.

「――――」

「미움받아 버렸네요」

 장검을 겨누고, 테레시아는 발을 디뎠다.
 평시의 그녀라면, 그 소녀의 일을 걱정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는 백경의 농무가 지배하는 죽음의 세계.
 거기에 얼굴을 내미는 소녀 따위, 괴기를 넘기고 있어.

 『검성의 가호』가 빠져 있어도, 테레시아의 몸은 한 때의 검재의 편린을 남기고 있다. 충분히 검사의 최고봉의 실력을 발휘해, 달리는 참격은 소녀의 작은 몸을 양단하――,

「――당신을, 이해하고 싶습니다」

 소녀의 소리가 고막을 간질여, 의식이 중단된다.
 뚝 하고, 소리를 내며.

 어둠 속으로, 의식이 낙하해 간다.
 끝없는 미온수에, 손발을 속박된 상태로 가라앉듯이, 테레시아의 몸은 푸욱푸욱 삼켜져 갔다.

 손자의 미래를, 아들의 마음을, 두 명을 잇는 신부를, 달려나가듯이 걱정거리가 달려나간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빌헬름」

 사랑스러운 남자의 이름을 부르며, 의식은 완전하게 중단되었다.
 그리고――.


※※ ※ ※ ※ ※ ※ ※ ※ ※ ※ ※ ※


「한심한, 얼굴……」

 천천히 연 눈시울의 저편에, 뭉글뭉글하게 얼굴이 보였다.
 머리는 완전히 희어져, 얼굴에도 연한이 들어간 주름이 늘어, 이것은 이것대로 멋지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잘못 볼 리도 없었다.
 남편의 얼굴이다. 그 이별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지난 것 같기는 하지만.

「――――」

 긴, 숨을 내쉬었다.
 근처에 그 밖에도, 하인켈과 라인하르트일까. 그 두 명의 기색을 느낀다.
 아스트레아의 남자가 세 명이나 모여, 일부러 마중하러, 배웅하러 와 주었을지도 모른다.

 모두, 착한 아이들이었으니까.

「테레시아, 나는……」

 주름투성이인 얼굴로, 빌헬름이 숨이 막히게 된다.
 아들과 손자의 앞에서 보기 흉하다고 말하진 않는다.
 위엄도, 늠름함도, 어디엔가 두고 잊어버렸을 것이다. 물론, 다시 생각하면 의외로, 이러한 약한 점도 눈에 띄는 사람이었지만.

「저기, 빌헬름……」

 자신의 소리는 긁히고 있어, 그런데도 묘하게 젊다.
 자신의 것이 아닌 것처럼――아니, 자신의 것임에는 틀림없지만, 벌써 완전히, 할머니일텐데.
 마치, 처음 사랑을 했을 무렵같은 목소리라, 부끄럽다.

「――――」

 처음 사랑을 했을 무렵, 그런 감각에 간지러워진다.
 남겨진 시간도 그다지 없는데, 다만 서로 응시하기만 하면서 시간을 낭비해 버렸다.

 그렇지만, 그래도 좋다.

 테레시아에게서 전해야 할 말은, 충분히 전했다. 빌헬름도 그것은 알아 주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시간과, 기회와, 말이 필요한 것은, 그의 편.

 테레시아는 조용하게, 그 말을 기다리면 된다.
 기다리게 하기는 하지만, 반드시 기대에는 응한다. 그러한 남자니까, 빌헬름 트리아스는.
 그런 남편이니까, 빌헬름 반 아스트레아는.

「너에게, 말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있어」

「――――」

「나, 나는 말주변이 없어서…… 자신의 생각도, 상대에게 제대로 전하지 못하고, 너에게도 노고를…… 그러니까 20년 이상이나, 너에게 한 번도……」

「――――」

「20년, 불안하게 만들었는지도 몰라. 하지만, 나는……」

「――바보같은 사람」

 능숙하게 이야기할 수 없는 채, 어떻게든 말을 만들려고 하는 서투른 모습을 보고 있자니, 견딜 수 없게 되었다.
 웃어버린다. 정말로 이 남자,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걸까.

「정말로, 깨닫지 못했어?」

 당장이라도 울 듯한 얼굴로, 열심히 마음을 다잡으려고 하는 뺨에 손을 뻗는다.
 몹시 몸이 무겁다. 이제 힘은 거의 남지 않은 몸이지만, 남겨진 힘의 전부를 손끝에 쏟아, 그 뺨을 타는 눈물을 닦았다.

「당신은 쭉, 말해주고 있었어」

「――――」

 숨기고 있었을 생각이었을까.
 말로 하고 있지 않았던 것뿐으로, 숨겼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일까.

「당신의 눈이, 당신의 목소리가, 당신의 태도가, 당신의 행동이, 쭉」

 테레시아에게, 빌헬름이 보내는 모든 것이.
 이 사람의 마음을, 무엇보다도 분명히 전해 주고 있어서――.

「나는, 너를――」
「당신은, 나를――」

 그러니까, 충분했던 거야.

「――사랑해」


※※ ※ ※ ※ ※ ※ ※ ※ ※ ※ ※ ※





 최초부터 끝까지, 분명 풍족한 인생이었어.
 사이가 좋은 형제가 있어서, 친하게 지내 주는 동성의 친구가 있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받아서, 빌헬름과 만나서.

 분명 여러가지, 아직도 문제는 있겠지만.
 그건 반드시 당신들이라면, 괜찮을 거라고 믿고 있으니까.

 그렇지만, 실은 하나만.
 마지막으로 하나만, 물어볼 수 없어서 아쉬웠던 것이 있었어.


 ――실은 첫눈에 반했었다는 것을 알면, 당신은 어느 정도로 놀라 줄까요?





※※ ※ ※ ※ ※ ※ ※ ※ ※ ※ ※ ※


 서로, 사랑의 말을 주고받았던 것이 최후였다.

 만족스럽게 미소지으며, 사랑스러운 듯이 뺨을 물들여, 그 눈동자에 물기를 띠게 한 테레시아 반 아스트레아의 모습이, 깜박이는 사이에 형태를 잃고 무너진다.
 무릎을 붙인 빌헬름의 팔 안에서, 피투성이로 허덕이고 있던 여자의 모습은 몰라볼 정도로 초췌하게 되어, 남겨진 것은 재의 덩어리뿐――그것만이, 그녀가 여기에 있었다고 하는 감상을 증명하는 증거가 되어 버렸다.

「――――」

 자신의 팔 안에서 생명을 태워, 잿덩어리가 된 테레시아. 빌헬름은 그런 테레시아의 잔재에 눈을 떨어뜨려, 다만 그저 입다물고 계속 숙이고 있다.

「……이걸로, 만족하나?」

 그리고, 입다문 채로 움직이지 않는 빌헬름을 대신해, 남자가 목소리를 높였다.
 붉은 머리의 중년 남성――하인켈은, 똑같이 옆에 잠시 멈춰서 있던 라인하르트를 증오를 담은 시선으로 노려본다.
 그 시선에 라인하르트는 천천히 마주보며, 한숨을 흘렸다.

「만족, 이란?」

「시치미 떼지 마, 본 그대로겠지! 만족하나? 만족하겠지, 너는! 명실공히, 이것으로 『검성』의 자리는 너의 것이야, 축하해! 선대를 죽이고 빼앗았다는 풍문도, 의심할 길 없는 사실이라는 거야. 이봐, 만족하겠지? 어이!」

「무엇을 말씀하시는지, 의미를 잘 모르겠습니다」

「모른다는 얼굴 하지 마! 망할 녀석이!」

 하인켈이 난폭한 숨을 내쉬며, 라인하르트에게 덤벼들려고 한다. 그러나, 라인하르트는 그 손끝을 피하면서, 금기를 밟으려는 친아버지를 손바닥으로 억제했다.
 당대 『검성』의 그 모습에는, 선대 『검성』과 겨룬 것의 영향 따위 조금도 남아있지 않았다. 실제로, 상대조차 되지 않았었다.
 그 사실을 들이대어진 것처럼, 하인켈의 목이 희미한 전율에 운다.

「뜻대로 되었다고 우쭐대지 말라고, 라인하르트……」

 그런 자신의 마음의 흔들림을 속이듯이, 하인켈은 한층 더 기를 쓰며, 라인하르트에게 손가락을 들이대며 침을 날렸다.

「네가 얼마나 허울 좋은 말을 늘어놓는다고 해도, 내가 본 것은 변함없어. 네가 어머니를…… 테레시아 반 아스트레아를 벤 것은 사실이다. 공표하겠어. 말을 퍼뜨려, 네가 『검성』이라는 걸 아무도 인정하지 않게 해 주겠어!」

「――――」

「어찌저찌 가라앉혀도, 너는 『검성』이란 명예를 처분할 수 없겠지만. 여태까지는 어영부영 넘어가고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이제 그렇게는 안 되지. 육친을 베어 죽여놓고 『검성』? 왕국의 검? 핫, 웃기지 마라! 살인자가!」

「부단장, 몇번을 말씀하셔도 의미를 모르겠습니다. ――제가 선대를 베었다는 것은, 부단장의 착각입니다」

「하, 아……?」

 얼굴을 붉히며 말이 격해지는 하인켈에게, 라인하르트가 조용히 그렇게 응한다. 그 내용에 하인켈이 몹시 놀라지만, 라인하르트에게는 남의 눈을 속이거나 발뺌의 기색은 없다.
 모든 것은 말하기 나름이라고 하는 생각은 아니다. 라인하르트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지금의 적은 비술에 의해 움직이고 있던 것 뿐인 시체입니다. 선대 『검성』…… 할머님이실 리가 없습니다. 뭔가 착각하시고 계신 것은 아닌지?」

「――――」

 라인하르트의 말에, 하인켈은 어안이 벙벙한 얼굴을 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붉은 머리에 손을 쑤셔, 난폭하게 그것을 쥐어뜯는다. 희미하게 경련이 일어난 웃음소리가 새어, 하인켈은 광적인 미소를 띄우면서,

「그러면, 마지막의 저건 뭐야? 아버지왜, 이야기하고 있던 저건!? 나나 너를 원망스러운 듯이 노려보던…… 저게, 어머니가 아니라면!」

「――이제 그만둬라, 하인켈」

 이빨을 드러내, 증오 이상의 감정에 몸을 태우는 하인켈. 그 하인켈의 분격을 멈춘 것은, 이때까지 침묵을 계속 지킨 빌헬름이었다.
 노검사는 웅크린 자세인 채, 자신의 윗도리의 소매를 찢더니, 그대로 스스로의 오른쪽 다리의 상처――장검에 관철된 부분을 치료한다.

 『사신의 가호』의 힘으로 막히지 않아야 할 상처는, 테레시아의 존재가 없어진 순간부터 효력을 잃고 있다. ――아니, 그 이전에, 마지막에 제정신의 테레시아가 되돌아온 시점부터 멈추어 있었다. 대신에 쑤시는 것은, 이별할 때에 새겨진 왼쪽 어깨의 상처.

 제정신의 테레시아는 왼쪽 어깨에, 망해[亡骸]의 테레시아는 오른쪽 다리에.
 『사신의 가호』로 새겨진 상처는, 그 양자가 없어진 것으로 효력을 벗어난 것이다.

「그만두라니…… 아버지! 당신은 그걸로 좋은 거냐고!? 이 녀석은……!」

「그만둬라, 하인켈. …… 그만둬」

 여전히 물려고 하는 하인켈을, 거듭 빌헬름은 제지한다.
 소매를 잃은 상의를 벗어, 넓힌 옷감으로 빌헬름은 재가 된 테레시아의 망해를 감싼다. 이대로 바람에 그녀를 맡기는 것은, 너무나도 쓸쓸하다.
 적어도 이 유회[遺灰]만이라도, 무덤 가운데에 되돌려 주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읏」

 그런 친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하인켈은 분한 듯이 이빨을 씹으며 말을 철회했다. 그리고 빌헬름은 유회를 회수하고는, 휘청거리는 발걸음으로 일어선다.
 지혈했다고는 해도, 흘린 피의 양이 양이다. 오른쪽 다리 밑의 상처도 깊고, 혼자서 걷게 하기엔 불안이 남는다. 순간에, 그 흔들리는 어깨를 라인하르트가 지지하려고 했다.
 하지만,

「――손대지 마!!」

「――――」

 그 닿으려고 한 손끝을, 빌헬름의 노성이 떼어버렸다.
 라인하르트는 들어올린 팔을 멈춰, 빌헬름은 그런 그에게 얼굴을 향하려고 하지 않는다. 다만, 서로 시선을 얽히게 하지 않은 채, 검귀는 조용한 숨을 내쉬었다.

「라인하르트……」

「――네」

 떨리는 빌헬름의 목소리와 달리, 라인하르트의 소리는 당당한 것이다.
 그 음성에 한 번, 눈을 감고 나서, 빌헬름은 말을 뽑았다.

 ――그것은, 질문이다.

「할머니를…… 테레시아를 벤 것을, 후회하고 있느냐?」

「――――」

 질문의 대답에, 희미한 틈이 있었다.
 사실 그것은 방금 전의 하인켈과의 문답과 같이, 무의미한 문답이라고 잘라버릴 수 있을 수도 있는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라인하르트는 한 박자를 두고, 대답했다.

「아니요. ――저는 올바른 일을 했습니다. 그 일을, 후회하거나 하진 않습니다」

「……그래. 그 말대로다」

「――――」

「너는 올바르다. 내가 잘못되어 있어. ――그러니까, 너와 이야기할 것은 이제, 아무것도 없어」

 조용한 목소리로 그렇게 응하며, 빌헬름은 라인하르트에게 등을 향했다.
 할아버지와 손자는 서로 얼굴을 마주 보지 않는 채, 결정적인 문답을 끝낸다.
 그리고, 빌헬름은 들어올린 손가락으로 도시의 중앙을 가리키면서,

「가필 공이 향했지만, 도시청사가 걱정이다. 가능하다면 원호해줬으면 좋겠네. 『검성』 라인하르트 공」

「――――」

 몹시 서먹서먹한 행동인, 그 예절의 말에 라인하르트는 손가락이 가리키는 앞을 본다. 그리고 끄덕이고는, 마지막으로 하인켈의 편을 보았다.
 아직도 증오를 태우고 있는 하인켈은, 그 푸른 눈동자에 희미하게 숨을 막히게 되었지만, 라인하르트는 그렇게 사소한 두려움을 간과하면서,

「밖은 위험합니다. 부단장, 가능하면 피난소에. ――빌헬름 공과 함께」

「너, 너에게 들을 필요도 없어! 빨리 사라져라!」

 억지와도 같은 말이 부딪혀, 라인하르트는 얼굴을 돌린다. 그대로 그는 수로를 향해 달리고는, 수면을 차듯이 도약해, 건물을 뛰어넘는 것 같은 기세로 도시의 중앙으로 사라져가 버린다.
 그 인간 밖의 운동력을 지켜보고, 하인켈은 침을 뱉었다. 그리고, 천천히 오른쪽 다리를 질질 끌듯이 걷는 빌헬름에게 다가간다. 그러나,

「아버님, 혼자서는……」

「혼자 둬 줘. 지금은 누구에게도,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아」

「아버지……」

「나의 걱정은 불필요하다. 너는, 자신의 안전만 생각하고 있으면 돼. 적당한 건물이나 피난소에 숨어 있어라. …… 그걸로, 괜찮을 거야」

 자신의 의견만 말을 남기고, 빌헬름은 하인켈을 방치한 채 걸어간다.
 아내의 유회를 싼 상의를 안은 채로, 다리를 질질 끌며, 등이 멀어져간다.

「――――」

 그 등을 불러 세우는 일도, 곁에 나란히 걸을 수도 없이, 남겨진다.
 남겨져, 이윽고 빌헬름도 보이지 않게 되어, 하인켈은――.

「뭐, 냐고…… 뭐냐고, 뭐냐고, 뭐야, 뭐야, 젠장, 뭐냔 말이야!」

 아무도 없게 된 광장에서, 돌층계를 노려보며 하인켈은 격정을 토해낸다. 머리를 쥐어뜯어, 말로 할 수 없는 분노를 외치며, 허리에 찬 검을 지면에 던졌다.
 아름다운 기사검이 딱딱한 소리를 내며 지면에 끌려, 미끄러지듯이 굴러간다.

「젠장젠장젠장젠장, 이놈도 저놈도……! 이놈도 저놈도 뒈져버려라……! 뒈져버려라앗!!」

 아무도 없게 된 광장에, 피를 토하는 것 같은 하인켈의 절규만이 메아리친다.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원한과 한탄을 뒤섞은 절규가, 높이 멀리――.




 할아버지와, 아버지와, 손자와, 아스트레아 가가 모인 전장은, 이렇게 끝난다.

 할머니이자, 어머니이자, 아내였던 여성.
 테레시아 반 아스트레아의 최후는, 삼자의 마음에 각각의 상처를 남기고.


 ――여기에, 수문 도시 프리스텔라 공방전의 모든 전장이 결착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