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24일 월요일

리제로 번외장 〆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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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〆는 마감을 뜻하는 기호

번외장 〆 『달 아래, 엉망진창인 스텝』


 ――한 번은 발을 디뎠던 적이 있었을 넓은 홀은, 스바루의 기억과는 완전히 다른 것으로 그 모습을 바꾸고 있었다.

 전면에 깔린 붉은 융단에, 늘어놓여진 몇 개의 촛대. 붉은 불길의 흔들거림이 실내의 장엄함에 박차를 가해, 늘어서는 면면의 등줄기가 자연히 바로잡아진다.
 벽 옆에 정연하게 줄지어 있는 것은, 저택의 관계자의 대부분이다. 주요한 관계자는 물론, 미로드 가의 시종에 이르기까지 열석하고 있는 것은 수맞추기일까.
 다만 스바루의 관계자만 모아서는, 이건 정말 친척만의 모임이 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이러한 행사를, 많은 눈에 닿게 할 필요가 있는 것은 스바루도 이해를 할 수 있다.

 그래도, 그렇다고 류즈의 복제체들까지 나란히 있는 것은 괜찮은 것일까.
 함께 있는 류즈가, 마치 신경쓰지 말라고라도 말하고 싶은 듯이 고개를 끄덕였지만, 신경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특별히 지시가 없으면 무엇도 하지 않을 것을 알고 있어도, 어린 아이 동연인 그녀들이 뭔가 저지르지 않을까 불안하게 된다.
 아마, 동등한 불안을 주위가 스바루에 대해서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열석자들의 모습도, 하나하나 봐 가면 딴죽 걸 곳이 많다.
 특히 관계자의 면면이, 모두가 다 예의 있게 예복을 갖추어 입고 있는 것이 재미있다.
 익숙해진 풍치의 로즈월이나 안네로제는 차치하고, 오토나 가필이 맵시있게 소화하고 있지 못하는 감은 스바루에게는 열등감. 목 언저리의 압박에 차분한 얼굴의 가필은 차치하고, 소화하지 못하고 있는데 깨닫지 못한 듯한 오토의 우스꽝스러움이 두드러져 보여서 오토 위험해. 웃길 셈이냐.

 사용인들은 프레데리카와 클린드를 포함해, 평상시의 치장이 포멀이라고 하는 것이다. 거기에 람도 당연한 듯이 메이드복으로 나란히 있는 것은 어떨까 하고 생각하지만, 람의 바로 옆을 보고 스바루는 숨을 죽였다.

 거기에, 의자에 앉히는 형태로 푸른 머리카락의 소녀가 있다.

 물론, 눈을 뜨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녀는 잠든 채다. 그런데도 이 장소에 데리고 나와, 람이 시중드는 형태로 열석시키고 있는 걱정이 얄밉다. 누구의 발안인 것일까, 의기양양한 얼굴로 이쪽을 보는 람이 밉살스럽다고 생각했다.

 한층 더 시선이 진행되면, 몸치장한 자신이 자랑스러운 듯이 있는 페트라가 있다.
 어린 페트라지만, 드레스로 화려함을 늘린 소녀는 베아트리스에게도 안네로제에게도 지지 않는 광채를 발하고 있다. 단순한 마을 아가씨일텐데, 이 무슨 무대 담력인가.
 그 근처의 베아트리스도 평소의 모습이지만, 스바루 쪽을 보는 표정은 얼마인가 유연한 것 같이도 보였다. 희미하게 붉어지는 뺨에, 대기실의 사건을 생각해내 스바루도 조금 부끄러워져 버린다.

  그리고 정면에는――,

「――――」

 스바루를 기다리는 형태로, 은발의 소녀가 이쪽을 보고 있었다.

 예복으로 갈아입은 에밀리아는, 평상시의 그녀와는 완전히 다른 빛으로 스바루를 매료시킨다.
 달빛처럼 반짝이는 은빛의 머리카락에, 보석을 끼워 넣은 자수정의 눈동자. 떨릴 만큼 갖추어진 표정은 입술을 다물어, 중요한 의식을 앞에 두고 긴장하고 있는 것을 간파할 수 있었다.

 그 모습은 평소, 스바루가 에밀리아에게 느끼는 맑고 깨끗함을 월등히 강하게 해서, 무녀옷을 닮은 수준의 신성함과, 금으로 가장자리를 장식해진 고귀함이 이 의례의 고결함과 엄숙함을 아플 정도로 보는 사람의 의식에 새겨 온다.

 그녀의 모습을 시야에 넣은 순간, 지금까지의 어딘가 들뜬 기분이 일순간에 가라앉았다.
 마음 속에 들끓는 듯한 감개는 그 여운을 잃어, 에밀리아 이외의 모든 존재가 의식의 이모저모로부터 사라져 없어진다.
 그것은 의식을 지켜보는 열석자를 경시한 일은 결코 아니다.

 다만, 이 의례의 장소에 있어 무엇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인지, 누구를 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인지, 자신의 마음을 놓아 들 장소는 어디인지.
 그것을 말로 하지 않아도, 분명히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던 것 뿐인 일이다.

「――――」

 누구에게 무엇을 지시받았던 것도 아니고, 스바루는 이끌리듯이 다리를 내디딘다.
 모족[毛足]의 긴 융단 위를 소리도 내지 않고, 허리에 내린 기사검의 무게도 지금은 잊고서, 열중한 것처럼 일심불란하게, 그러나 고요한 바다처럼 평정인 마음으로, 에밀리아 아래로.

 퍼부어지는 시선의 폭풍우도, 지금은 무엇하나 마음을 흔들지 않는다.
 스바루의 마음을 물결치게 하는 것은, 지금은 눈앞의 에밀리아의 일거일동 이외에는 없다.

 에밀리아의 앞, 손이 닿을 만큼 가까이 다가간다.
 조금 높은 단상에 서 있는 에밀리아가, 떨릴 만큼 아름다운 뺨을 단단하게 하고 있다. 그 정경을 앞에 두고, 스바루는 그 자리에 무릎꿇었다.

 한쪽 무릎을 붙여, 머리를 숙인다.
 가필에게 말로 전해들은 의례의 예법이, 무서울 정도로 슥 몸을 움직여주고 있다. 명목한 채로, 머리 위로부터 쏟아지는 시선의 열을 느낀다.

 호흡하는 것을 잊을 것 같은 감각 속, 스바루는 기분 좋은 긴박감에 피부를 당겨지며 얼굴을 들어, 허리에 내리고 있던 기사검을 빼어들었다.
 묵직하고 무거운 그것을 공손하게 들어 올려, 가슴 앞에서 옆으로 뽑아 낸다.

 촛대의 불길의 붉은 빛과 형형히 비추어지는 칼의 몸체의 빛을 받아, 색이 다른 스바루와 에밀리아의 눈동자가 같은 색의 빛을 켰다.

「――――」

 칼집으로부터 풀려난 검의 아름다움을 눈에 새기면서, 스바루는 검을 살그머니 에밀리아에게로 내민다.
 내걸듯이 된 기사검을 보고, 에밀리아의 입술이 무언가의 감개에 떨렸다.
 하지만, 순간에 흘러 떨어질 것 같게 되는 언령을 자제심으로 멈추어, 에밀리아는 감정의 물결에 떠내려가게 될 것 같아지는 자신을 만류했다.
 그리고, 뻗어오는 흰 손가락 끝이 기사검에 닿아, 기대 이상으로 무거운 그것을 들어올려 흔들흔들 칼끝이 천정을 향했다.

 검을 쥐는 에밀리아의 아름다움――그것을 보고 싶은 아욕을 억눌러, 스바루는 다시 머리를 숙이고 두 눈을 감는다.

 에밀리아의 앞에 내며지는 것은 기사의 자랑인 검과, 기사 그 자체를 나타내는 의미에서도 몸과 목이다.

「――――」

 주군에게 바쳐지는, 기사의 신명.
 그것을 나타내는 스바루의 모습에, 에밀리아의 입술과 눈동자가 다시 흔들린다. 그러나, 이번 망설임은 찰나의 일이다. 당겨 다문 입술에도, 곧바로 앞을 보는 눈동자에도, 주저는 어디에도 없다.

 내려오는 칼끝이, 스바루의 왼쪽의 어깨에 닿는다.
 검의 배가 어깨 위에 있어, 스바루는 그 중량감에 무심코 신음소리를 올릴 것 같게 되었다. 덮치는 중압은 물리적인 것은 아니고, 정신적인 것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관계없이 스바루를 덮친 감각은, 기사의 누구라도 져야만 하는 『명예』그 자체였을지도 모른다.
 그것을 지금, 이 순간에, 나츠키 스바루도 또한 처음으로 이해했다.

 왼쪽의 어깨에 닿은 칼끝이, 이번은 오른쪽의 어깨로 이동한다.
 동일한 중량감을 맛봐, 그러나 예복 너머로 느끼는 검의 차가움은 이번에는 사라지지 않는다.
 당연하다. 의식의, 가장 중요한 순간이, 이 형태로 처음으로 완성되니까.

「――――」

「――――」

 정적이, 홀에 떨어진다.
 아니, 그 전에도 홀에는 고요함이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고요함은 희미한 흥분을 품은, 시끄러울 정도의 열정을 숨긴 고요함이었다.
 그러나, 이 순간의 정적은 지금까지의 것과는 열이 다르다.

 흥분도, 열광도, 모두를 방치하고 찾아오는 진짜의 고요다.
 에밀리아도 스바루도, 그리고 지켜보는 열석자 전원의 마음에 동일하게 춤추듯 내려앉는 고요함이다.

 그것을 찢을 권리는, 이 장소에서 단 한 사람에게밖에 주어지지 않았다.

「――눈부신 세계를 내려다 보는 태양에. 잠에 떨어지는 세계를 지켜보는 별들에. 바람에, 물에, 흙에, 빛에, 모든 것에 존재하는 정령에」

 정적이 찢어진다.
 에밀리아의 입술이, 노래하듯이 의례의 축사를 내뱉기 시작한다.

「――당신을 받아들이고, 당신을 기르고, 당신을 배웅하는 커다란 세계에」

 떨린다. 마음이 떨린다.
 이를 덜덜 떨게 되기 시작하는 것은, 스바루의 마음의 무엇이 견디지 못하는 것일까.
 자신의 혼미한 마음을 뒤쫓는 것조차 안타깝다.
 지금은 그저, 그녀가 말하는 방울 소리와 같은 목소리에 빠져있고 싶다.

「――당신을 지지하고, 당신을 만들고, 당신을 쌓아 올린 그 명예에」

 바로 정면에서 퍼부어지는, 시선의 열이 늘어나고 있는 것을 느낀다.
 몸의 안쪽에서부터 불타 내려앉아 버릴 것 같은 열정.
 지르고 싶은 광소를 심장이 연주하는 중, 스바루는 다만 질문의 때를 기다린다.

「――당신을 지켜보는 모두에, 당신을 기르는 세계에, 당신을 지지하는 명예에, 부끄러워하지 않는 본연의 자세가 있도록. 두려워하지 않고, 움츠리지 않고, 헤매지 않고, 원하는 대로 있을 수 있기를」

 축사가 끝난다.
 질문이 온다.
 의례의 예법은 여기서 끝이다. 마지막 질문은, 스바루도 대답을 모른다.
 하지만,

「――그 뜻이 행하는 대로, 당신을 둘러싸는 무엇과도 같이, 이 때부터 이 몸을 지켜줄 것을, 맹세할 수 있습니까?」

 ――에밀리아의 질문에, 뭐라고 대답하면 되는 것인지는 마음이 알고 있었다.

「태양에, 별들에, 세계에, 명예에――그리고」

 축사가 고한 모두에,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의 각오와 감사를 말하자.
 그리고 맹세를 말하기 전에, 스바루는 에누리 없는 감사를 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대를 뇌리에, 마음에 그린다.
 그러니까 자연히 입술은 그 말을 뱉었다.

「――아버지에게, 어머니에게, 두 명에게 걸고 맹세합니다」

「――――」

「나는 너를 지킨다. 너의 소원을 실현한다. ――나의 이름은, 나츠키 스바루」

 얼굴을 들었다.
 검은 여전히, 오른쪽의 뺨 바로 옆에 있다. 하지만, 검의 빛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지금은 그저, 서로 응시하는 남보라빛의 광채밖에 보이지 않는다.

「에밀리아. ――너만의, 기사다」

「――응」

 고한 말에, 응하는 대답.
 에밀리아의 눈동자가, 견디지 못하는 감정의 물결에 물기를 띠기 시작한다.

 그러나, 당장 흘러넘칠 것 같은 그것을 에밀리아는 간신히 견뎌, 스바루의 어깨에 싣고 있던 칼끝을 치웠다.
 그대로 검을 고쳐 향해, 에밀리아는 스바루에게 기사검을 내민다.

 들어올린 양손으로 그것을 공손하게 받아, 기사검은 다시 칼집으로 납입되었다.
 기사검을 허리로 되돌려, 무릎 꿇은 채로 스바루는 에밀리아를 올려본다.

 에밀리아가 희미하게 고개를 끄덕인 것을 보고, 스바루는 일어섰다.
 그리고,

「이제 와서지만, 에밀리아땅의 그 모습, 초에로귀여워」

「바보」

 ――의식의 장엄한 기색이 부서져, 에밀리아는 붉은 얼굴을 하며 혀를 내밀었다.


※※ ※ ※ ※ ※ ※ ※ ※ ※ ※ ※ ※


 홀에 옮겨져온 테이블 위에는, 지금은 여러 가지 색의 요리가 줄지어 있다.
 입식[立食]형식의 식사회에는 신분이나 입장을 불문하고, 방금전의 기사서훈 의식에 열석한 면면이 얼굴을 맞대고 있어 약간의 친목회같은 치장을 드리우고 있었다.

「이쪽이 생애 최고 레벨의 긴장의 시간을 보냈다는데, 좋은 낯짝들이야, 다들」

 그런 식사회의 모습을 멀리서 보면서, 테라스에 나온 스바루는 밤바람을 받고 있다.
 테이블에서 가져온 요리가 실린 접시와, 음료를 손이 닿는 곳에 두고 있지만, 그 번화가 상태는 방금전부터 변화하고 있지 않다.
 식사도 음료도, 꽤 목을 넘어가질 않는 것이다.

 아직, 목에서부터 위가 달아오른 것 같은 감각이 사라져주지 않는다.
 위는 공복감을 끊임없이 호소해 오고 있는데, 어째서인가 가슴이 가득해 그 이상으로 식사가 목을 넘어가지 않는 것이다.

「――――」

 시야의 구석에서는, 홀의 앞에 나온 페트라가 드레스 모습으로 약간의 춤을 피로[披露]하고 있다. 아람 마을의 축제 등에서 피로연되는 종류의 춤이지만, 페트라가 어레인지를 더하고 있는지, 그녀 자신이 원숙해진 태도도 있어 귀족 저택에서도 열등하지 않다.
 그런 그녀에게 손을 잡아 당겨져, 붉은 얼굴로 변변치않은 스텝을 밟히고 있는 것은 베아트리스다. 필사적으로 무표정과 무감동을 관철하려고 하고 있지만, 귀와 콧날이 견디지 못하고 떨리는 것을 스바루는 놓치지 않았다.

 변함없이, 페트라에는 강하게 나올 수 없는 베아트리스가 말려 들어가는 형태일 것이다.
 진기함에 뺨을 느슨하게 하면서, 스바루는 옆의 글래스를 손에 들었다. 간신히, 혀를 적실 수 있는 정도로는 마음에 여유가 태어난다. 아직, 가필과 프레데리카의 공동 제작인 미트 파이에까지는 손이 뻗어지질 않지만.

「――스바루, 이런 곳에 있었구나」

 난간에 체중을 맡겨, 뒤로 젖히듯이 하늘을 올려보고 있던 스바루를 부르는 목소리. 시선을 내리자, 정면에 서 있는 것은 달빛을 받아 더욱 아름다움을 늘리는 달의 요정.

「이 아니고, 에밀리아땅인가. 천사일까하고 생각했어」

「또 이상한 일 말하고. 혹시 취해 있는 거야?」

「나는 미성년이니까 술 마시지 않아. 취해 있다고 하면, 분위기와 자신에 취해 있지」

「이것 봐, 역시 취해 있어」

 대굴대굴 에밀리아가 웃어, 스바루는 평상시와 다른 그녀의 모습에 미간을 좁힌다.
 그리고, 청초한 드레스로부터 들여다 보이는 흰 살갗의 피부――목덜미나 뺨에 걸쳐 어렴풋이 붉게 물들고 있는 것을 봐, 에밀리아의 태도에 납득이 갔다.

「뭐야, 에밀리아땅. 내가 취해 있다던가 취하지 않았던가 이전에, 에밀리아땅이 술 마셔 버린 것 같잖아」

「마시지 않았습니다아―. 그렇지만, 달콤한 과일 음료는 나눠주고 있었는걸. 나, 술 같은거 마시고 이상하게 되거나 하지 않는걸」

「걸이라니, 귀엽네」

 입술을 뾰족하게 하는 에밀리아는, 의식 때의 엄숙함을 완전히 잃고 있다.
 즉 거기에 있는 것은, 다만 오로지 귀여운 것뿐인 한 명의 소녀다.

「저기, 스바루. 어째서 이런 곳에서 혼자 있는 거야?」

「응―, 조금 전도 말한 대로야. 분위기와 자신에 취해 있었지」

 경묘한 대답이었지만, 그다지, 목표에서 벗어난 대답이라고 할 것도 아니다.
 실제로, 가슴에 울컥거리는 것을 토해내지 못하고, 밤바람을 혼자서 맞고 있었다니 잠겨 있는 것 이외의 뭐라고 해야할 것인가.
 물론, 누구에게도 그런 심중을 분명히 털어 놓는다니 할 수 없겠지만.

「혹시, 후회하고 있는 거야……?」

「그것만은 절대로 아니야. 화낼 거라구, 에밀리아」

「응, 지금 것은 내가 나빴습니다. 미안해. 그렇지만 기뻐」

 거나하게 취해 뺨을 붉게 한 채로, 에밀리아는 스바루에게 한 걸음, 거리를 채운다.
 난간에 체중을 맡기는 스바루의 옆에서, 똑같이 선 에밀리아. 서로의 어깨와 어깨가 닿을 것 같게 되어, 의복 넘어인데 스바루의 몸은 캇 하고 뜨거워졌다.

「스바루. 기사서훈의 의식, 갑자기 말해서 미안해. 나, 쭉 준비하고 있었으니까, 스바루도 틀림없이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어」

「아니, 깨닫지 못했던 내가 바보였는지도 몰라.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에밀리아땅이 정기적으로 『스바루, 제대로 연습하고 있어?』라고 물어봐 줬지, 그 자리 그 자리에서 적당하게 속여 왔었고」

 에밀리아는 스바루가 알고 있다고 마음 먹어, 진척을 제대로 확인해주고 있었다.
 스바루만이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그 자리 그 자리를 적당하게 견뎌, 에밀리아에 무슨 말을 들었는지 잘 모르는 채, 다른 일을 열심히 집중하거나 하고있던 것 뿐이다.
 거기에 의식의 내용에 관해서는,

「로즈월 자식이 나빠. 라고 할까, 최근의 대개의 일은 전부 저녀석이 나빠. 나에게 수치를 주는 게 목적인 건지, 조금 최근에는 너무 뻔뻔해졌다고」

「로즈월은 전부터 저런 식이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만, 확실히 전보다 스바루에 참견하고 있는 일이 많다는 생각은 드네. 스바루가 신경써주기를 원하는 걸지도」

「그건 무서운 상상이야, 에밀리아땅」

 아무래도 그것은 로즈월이라고 하는 남자가, 한층 더 답이 없어지므로 피하고 싶은 사태다.
 의외로, 농담으로는 끝나지 않는 대답에 스바루가 차분한 얼굴을 하고 있자, 웃는 에밀리아가 「농담이라니까」라고 마음 편한 상태로 손을 흔들고,

「분명 로즈월도, 흉계가 발각된 바로 직후에 어떤 식의 태도를 취하면 좋은 건지 모르는 걸거야. 분명 조금 지나면, 전처럼 침착해질 테니까」

「전처럼 침착해지는 것도 반성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어떨까 하고 생각하지만…… 뭐, 극단적으로 바뀌어서 대하는 방법에 헤매는 것보다는 나은 걸까나」

 베스트보단 베터. 소극적인 선택지라고 생각되지만, 일단은 그렇게 납득해 둔다.
 그렇게 이야기에 일단락이 붙자, 스바루의 곁에서 에밀리아가 글래스를 기울인다. 최초부터 그녀가 손에 들고 있던 것이지만, 스바루의 예측이 올바르다면 그것은 과실주다.
 한층 더 에밀리아의 취기가 진행될 듯한 느낌이 들어, 무서운 것 같은 보고 싶은 것 같은 이상한 기분에 시달린다.

「저기, 스바루」

「에, 뭐야? 술이 돌아서 더워졌으니까 벗고 싶어? 여기는 위험한데. 좋아, 장소를 바꾸자. 그렇게 하자」

「미안. 조금 무슨 말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 그게 아니라」

 망상이 앞질러간 스바루에게, 에밀리아가 약간 엄한 눈을 향한다. 그 시선에 위축되어 고개를 숙이자, 그녀는 테라스로부터 보이는 홀 쪽을 턱으로 가리키며,

「모두, 즐거운 것 같네」

「으음, 그렇네. 귀족 저택에 있어서는, 사용인까지 섞인 입식회이고 앳홈(at home)적인 느낌이네. 소시민에 서민파인 나로서는, 비교적 이상적인 광경이야」

「응, 나도 그렇게 생각해. 엄ー청, 이런 건 좋은 경치라고 생각해」

 남보라빛 눈동자가 자애와 선망을 띠는 것을, 스바루는 곁눈질로 알아차렸다.

 에밀리아가 그 두 눈동자를 통해 보는 것과, 스바루가 보는 것은 조금 다를지도 모른다. 분명 에밀리아는 이 광경에, 신분 차이나 종족 차가 없는 평온한 시간을 보고 있다.
 그것은 표층 부분만큼을 떠올려 보는 스바루의 견해와는, 완전히 다른 시점이다.

 같은 것을 보고 있는데, 다른 것을 생각하고 있다.
 그렇게 달라져 버리는 것을, 나쁜 것이라고 스바루는 생각하지 않는다.

「무슨 일이야, 스바루? 뭔가 엄ー청, 상냥한 얼굴 하고 있어」

「뭐랄까. 에밀리아땅과 같은 걸 보고, 좋구나 하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 기쁜 걸지도」

「그래? 응, 같은 식으로 스바루가 생각해 주고 있으면, 나도 기뻐」

「어떨까나. 그 부분은 다를지도 몰라. 달라도 괜찮다고, 그렇게도 생각하고」

 슬쩍, 에밀리아의 시선이 스바루 편을 향했다. 그 시선을 느끼고 있으면서도, 스바루는 정면을 바라보는 채로, 다만 희미하게 입술을 느슨하게 하고 있었다.
 그 미소를 봐, 에밀리아도 납득하듯이 끄덕이는 것을 알 수 있다.

 말로 하기 어려운 뭔가가 전해져, 그것으로 됐다고 납득할 수 있던 순간이다.

「아ー, 오토 자식. 눈 너무 뒤집는다, 별로 술 강하지 않을 텐데」

 홀의 한가운데에서, 가필에게 도발된 오토가 비싸 보이는 술을 글래스 가득 따라 단번에 들이킨다. 내던지듯이 테이블에 글래스가 놓여져, 보기좋게 단숨에 마시기를 감행한 오토에게 주위로부터의 박수.
 하지만, 다음 순간에 오토의 목부터 위가 새빨갛게 물들어, 그대로의 기세로 이번엔 목부터 위가 시퍼렇게 된다. 신호등같은 색의 변화, 직후에 가필이 오토를 메어, 당황하며 홀에서부터 뛰쳐나갔다.

「향한 곳은, 화장실이려나」

「오토 군, 괜찮을까. 지금, 숲에 있는 독버섯을 먹은 들개같은 반응이었는데……」

「한 번, 한계까지 넘겨보고서 처음으로 사람은 어른이 된 자신을 알게 되는 거야, 에밀리아땅」

「그래?」

「아니, 나도 모르지만」

 미성년이고.
 게다가, 오토가 마시자마자 되돌렸을 술은, 도대체 어느 정도의 고급 술이었을까. 싼, 양산품의 종류가 이 연회에 줄지어 있다고도 생각되지 않는다.

 슬쩍 스바루가 엿보듯이 시선을 보내자, 약삭빠르게 그것을 깨달은 로즈월이 글래스를 내건다. 오늘도 피에로 메이크인 변경백은, 오토가 몹시 눈을 뒤집은 것과 같은 술을 쉽게 삼켜 간다. 관록 승리인가, 혹은 익숙함의 문제일까.

「……저기, 스바루. 나, 묻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우연이네. 나도 에밀리아땅에게 묻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갑자기 춤추듯 내려온 침묵을 나누듯이, 에밀리아가 스바루에게만 들리도록 속삭였다. 거기에 턱을 당겨, 스바루는 난간에 체중을 맡긴 채로 반신을 돌린다.
 동시에 다시 향한 에밀리아와 한숨이 교차할 정도의 거리에서 서로 응시해, 순간에 스바루는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도망치지 마」

 떨어지려 하는 스바루를, 에밀리아의 손이 만류한다.
 한 걸음, 물러났을 거리는 반 보, 오히려 서로의 거리를 채우는 일이 되었다. 푹 고꾸라지는 스바루의 가슴에, 기세 그대로 에밀리아의 이마가 닿는다.
 당황해 몸을 당기려고 했지만, 예복의 옷자락을 잡는 에밀리아가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에, 에밀리아땅? 나는 이 몸의 자세, 기쁘지만 이야기를 하기엔 긴장한다고 할까」

「나도 이렇게 중요한 이야기, 누군가에게 하는 것은 처음이니까 긴장하고 있어. 우리들, 분명 피차일반이네」

「나, 나의 단독 승리라고 생각하지만 말야……」

 필사적으로 만든 쓴웃음으로 속이려고 하지만, 올려다 보는 에밀리아를 멀리할 수 없다.
 스바루는 에밀리아의 뜨거운 체온을 느끼면서, 적어도 째깍째깍하게 굳어진 자신의 긴장만은 풀려고, 삐걱삐걱한 움직임으로 홀로부터 에밀리아를 숨긴다.
 옆쪽의 모습으로는 얼싸안고 있는 것이 뻔히 보인다. 위치를 조금 바꾸면, 홀로부터는 스바루가 난간에 손을 붙어, 밤하늘을 올려보며 시를 읊고 있듯이 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후고의 염려도 사라졌고, 뭐든지 들려줘」

「……그러면, 나의 기사님에게 중요한 이야기. 내가 어째서, 로즈월에게 불려서 왕선에 참가하고 있는 것인지. 그, 이야기」

「――――」

 그것은 지금까지, 에밀리아의 입에서부터 스바루에게 말해지지 않았던 부분이다.
 그리고 분명, 그녀가 넘는데 몇번이나 몇번이나 꺾어진 묘소의 『시련』――그녀의 과거의 광경에, 연결되는 내용이기도 할 것이다.

 숨을 삼키고, 스바루는 가슴 안의 에밀리아를 내려다 보았다.
 서로 부딪치는 시선. 올려다 보는 에밀리아의 눈동자에 자신이 비쳐 있는 것을 봐, 각오를 결정한 스바루는 고개를 끄덕인다.

「에리올 대삼림에는 원래, 얼어붙기 전에 나와 어머님과……같은 엘프인 사람들이 함께 살고 있었어」

 더듬더듬 말하는 그것은, 상냥한 기억과 슬픈 추억으로 물들여진 이야기.
 군데군데 걸리면서도, 변변치않은 옛날 이야기를 에밀리아는 뜻대로 스바루에게 전한다.

 부모님을 모르는 에밀리아. 부모를 대신해 에밀리아를 사랑한 포르투나. 갈 곳이 없는 에밀리아 모자를 상냥하게 받아들인 마을의 사람들. 그리고 그런 그녀들을 몰래 원조하고 있던 마녀교를 자칭하는 집단과 쥬스라고 하는 인물.
 제한된 세계에서도, 에밀리아는 자애와 상냥함에 둘러싸여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 모든 것을를 엉망으로 만든, 에리올 대삼림이 얼어붙은 날에 일어난 일.

 마녀교의 폭동과, 모습을 드러낸 판도라를 자칭하는 마녀와 대죄주교. 마수 흑사의 출현에 포르투나나 쥬스의 비극. 약속을 계속 지킨 것으로, 어머니를, 숲을 잃은 에밀리아. 그리고 얼어붙은 긴 시간과, 각성을 맞이한 순간에 만난 팩.

「팩은 쭉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나를 찾고 있었다고, 그렇게 말했어. 그리고는 쭉, 나를 지킨다 라는 말대로, 함께 있어 주었어. 지금도, 이 마광석 안에서 일으켜질 때를 기다려 주고 있어. ……그것만은 알 수 있어」

「팩과, 말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건 아니지?」

「잠든 그대로. 그렇지만, 그건 팩이 나와의 계약을 거절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야. 이 마광석이, 눈을 뜬 팩의 그릇으로서는 기능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좀 더 상질[上質]의, 무색의 마광석이 아니면 받아들일 수 없어. 그 그릇을 찾아내고, 나머지는 계기만 있으면…… 또, 반드시 얼굴을 보여줄 거야」

 에밀리아의 목 언저리, 거기에는 팬던트의 형태로 가공된 푸른 마광석이 있다.
 류즈 메이엘을 봉하고 있던 거대한 마광석의 일부이지만, 팩을 봉하기에는 불충분한 그것은, 잠든 정령의 의사를 이쪽으로 전해 오는 일은 없다.
 가필과의 일전에서의 도움이, 정말로 마지막 참견이었다는 듯이.

「팩의 일은 알았어. 그렇지만, 왕선의 일은」

「팩과 둘이서, 언 숲에서 쭉 보내고 있었어. 가끔, 숲 가까이의 마을에 얼굴을 내밀기도 했지만, 그다지 환영은 받지 않았으려나」

 에밀리아가 말하는 『그다지』가, 어느 정도의 격절인 것인가는 상상의 역을 벗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에밀리아도, 그 격차의 일을 말하고 싶다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로즈월이 온 것은…… 아직, 일년은 지나지 않았을지도. 그렇지만 갑자기여서, 나도 팩도 굉장히 깜짝 놀랐어」

「뭐, 저런 화장을 한 남자가 갑자기 나타나면 나도 깜짝 놀랄 거라고 생각해」

「그것도 그렇지만, 아무도 들어올 수 없어야 할 숲 안에 갑자기 있었으니까. 마을로부터 돌아온 나를, 당연하다는 듯이 광장에서 마중한거야. 평소의 시치미를 뗀 상태로, 어어―서 오시지요……라고」

「그건……」

 필시 놀랐을 것이다.
 로즈월의 성격의 나쁨에 이제 와서 코멘트는 하지 않지만, 당시의 에밀리아나 팩의 심정을 생각하면, 그 순간의 놀라움이 전해진다.

「이건 또 참 팩이 화내고 화내 버려서……아침부터 저녁까지, 거의 쭉 로즈월과 싸움했어.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로즈월이 얼어버리지 않아서 다행이야」

「웃는 얼굴은 귀엽지만, 거긴 웃을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러려나. 그래서, 팩과 로즈월이 싸우고 있는 동안 서로의 요구를 서로 전하고, 그래서 간신히 서로 이야기하게 되어서……」

「로즈월은, 숲의 얼음을 녹이는 것을 조건으로 에밀리아땅을 꼬셨다…… 는 건가」

 결론을 선취한 스바루에, 에밀리아가 몹시 놀란다.
 그 에밀리아의 반응에 스바루는 쓴웃음지었다.

「조금 전까지의 이야기가 흐름으로, 들으면 안다고. 전에 슬쩍, 그런 분위기의 일도 무심결에 들었고. 그렇지만 말야……」

 그 때와 지금의 에밀리아로는, 인식이 다른 부분이 있을 것이다.
 이전, 에리올 대삼림의 동결은 에밀리아의 역량을 넘은 것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팩과 협력해도, 얼음을 녹일 수 없었다고.
 그러나,

「숲을 얼게 했던 것이 옛날의 에밀리아땅이라고 한다면, 숲의 얼음은 자신의 손으로 녹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응, 그건 나도 생각했어. 그렇지만, 분명 할 수 없다고 생각해」

「어째서?」

「기억 속의 나와 동일한 힘, 지금의 나로는 어떻게 해도 나오지 않는 것 같으니까」

 불안한 듯한, 그러나 확신하는 듯한 에밀리아의 말에 스바루는 미간을 좁힌다.
 기억 속의 에밀리아――말해진 대로라면, 그 힘은 확실히 인지[人知]를 압도하고 있었다. 판도라를 자칭하는 마녀조차, 그 힘의 앞에서는 반격의 틈조차 발견하지 못할 만큼.
 그 힘이, 눈을 뜬 에밀리아에게, 기억을 되찾은 에밀리아에게 없다니 어떻게 된 일인 것인가.

「그렇지만, 대토에게는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싸우고 있었잖아」

「팩이나 미정령 아이들에게 의지하지 않아도, 확실히 마법은 사용할 수 있게 되었어. 그렇지만 아직 그것뿐. 그 힘은, 끌어낼 수 없어」

「――――」

 무력을 한탄하듯이, 에밀리아는 양 주먹을 쥐고, 그리고 힘 없이 고개를 흔든다.
 역부족을 부끄러워하는 그녀의 표정에, 스바루는 순간 자신의 안의 낙담을 부끄러워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에밀리아가, 자신의 지금을 후회하고 있다. 그것을 알고서 스바루도 역시 그녀를 탓하는 듯한 생각이, 그런 것이 용서될 리가 없다.
 거기에 스바루는 딱히 에밀리아에게, 강하게 있기를 원하는 것은 아닌 것이다.

「OK, 자기고문은 거기까지. 이야기를 되돌리자. 에밀리아땅이 얼음을 녹일 수 없다는 것은 일단 납득했고……그럼, 로즈월은 어째서 녹일 수 있어?」

「…………」

「에밀리아땅도 팩도 무리라면, 극단적인 이야기, 로즈월에게도 무리일 거야. 로즈월이 아무리 마법사로서 굉장해도, 에밀리아땅의 힘의 10배나 20배까지 있을 리가 없어. 그렇다면, 어떻게」

「별로 로즈월 본인에게, 얼음을 녹일 수 있는 힘이 있는 것이 아니야. 다먼, 로즈월은 얼음을 녹일 수 있을 가능성을 알고 있어서…… 그것을, 나에게 가르쳐 준 것 뿐」

「얼음을 녹일 수 있는, 가능성?」

 대정령의 힘을 빌려도, 최고봉의 마법사의 힘으로도, 숲을 얼려버린 빙결의 마녀조차 녹일 수 없는 숲을 녹일 가능성――그것은 도대체, 무엇인 것인가.

「용의, 피」

「――――」

「대지에 풍양의 은혜를 주고, 올바른 본연의 자세를 해치는 토지를 달래는 용의 유혈. 그 힘이라면 분명, 숲의 얼음을 녹일 수가 있다고」

「에밀리아, 그렇지만 그것은……」

 용을 죽인다, 그런 말인 것일까.
 루그니카 왕국을 계속 지켜봐온 용이라고 하는 존재를, 자신의 고향인 숲을 구하기 위해서, 제물로 바친다고 하는 일인 것인가.
 일순간, 스바루의 뇌리를 지나친 최대급의 현안. 하지만,

「아니야, 스바루. 용의 피는, 단 한 방울이라도 상관없는거야. 이전에도 루그니카에 기근이 발생했을 때, 용의 피로 토지가 소생된 적이 있는 것 같아. 그건 나도 역사서를 조사해 보았으니까, 틀림없어」

「뭐, 야…… 아니, 진짜로 조금 초조해졌어. 그야 용을 죽이는 짓따위를 하면……」

 용의 힘으로 봉인되고 있는, 『마녀』가 풀려나는 일이 되는 것이 아닌가.

「――――」

 불안하게 내장을 조여지는 것처럼, 스바루는 호흡을 잊는다.
 에키드나의 다과회에서 만난 마녀들.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 스바루를 배웅한 『질투의 마녀』. 그 존재를, 스바루는 잊지 않았다.
 헤어지는 순간의 결의도, 잊거나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것은 풀려나야 하는 것이 아닌 존재다.
 그것은 이 세상에 해방되는 일 따위, 있어서는 안 되는 존재다.
 그렇게 본능이 호소해 오는 것도, 요행 없는 사실이다.

「루그니카의 왕족에게는, 용과의 맹약을 주고 받을 때 용과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다. 왕성에는 그 때에 신용 볼카니카로부터 내려받은 피의 물방울이, 몇 개인가 보존되고 있는 것 같아. 나는 임금님이 되어, 그 힘을 의지하고 싶은 거야」

「그래서, 왕선에 참가인가……」

「……전에 나, 말했지. 굉장히 제멋대로인 이유로 왕선에 참가하고 있다고. 그게 지금 말한, 나의 제멋대로인 이유」

 미소를 머금은 말이었지만, 그것은 불안의 반증과도 같은 미소였다.
 실제로, 스바루를 올려다 보는 에밀리아의 눈동자는 불안하고 희미하게 흔들리고 있다.

 스바루가 무슨 말을 할지, 에밀리아의 각오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무서워하는 얼굴이다.
 그렇게 불안하게 생각되는 정도로는, 스바루라고 하는 존재가 에밀리아 속에서 움직이기 어려운 정도로는 익숙해져 있다고, 그렇게 생각해도 좋을 것 같다.

「괜찮아, 에밀리아땅. 별로 그런 일로 환멸하거나 하지 않으니까」

「……스바루」

「자기본위라고 말해도, 따로 사복을 채워야지라든가 하고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고 말냐. 구하고 싶은 사람들을 구할 수단이 있고, 훔친다든가 하는 악행에 손을 대는 것도 아니고, 정당한 방법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입장을 취하러 가자는 거라면 꾸짖을 수 있는 이유가 없잖아」

 안심시키듯이 미소짓는다. 하지만, 아직 에밀리아의 표정은 개이지 않는다.
 스바루도 알고 있다. 에밀리아가 원하는 싶은 말은, 지금의 것이 아니다.
 좀 더 그녀의 본심이, 요구하고 있는 마음을 내민다고 하면,

「에밀리아땅은 자신의 계기가, 다른 후보자 녀석들보다 열등한다든가, 그런 식으로 생각해 위축되어 있는 거야?」

「――읏」

「그거야말로, 남의 떡이 커 보인다는 녀석이야. 그야 뭐 크루쉬 씨라던지는 인품도 목적도 훌륭했다거나 했던 거지만, 아나스타시아 씨라든지 프리실라를 생각해 봐라. 칭찬될만한 이유는 아니었다고, 실제로」

 탐욕과 아욕, 그것을 이유로 왕선에 도전한 두 명의 후보자.
 스바루는 그 자리에 있을 수 없었지만, 펠트도 어떤 고상한 이유를 내걸고 왕선에 도전했다는 것인가.
 누군가를 구하고 싶다고 하는 에밀리아의 기분이, 그것들보다 열등하다고 따위는 말할 수 없다.

「거기에 처음엔 어떤 기분이었다고 해도, 지금도 그대로인 건 아니잖아?」

「……어째서 아는 거야?」

「조금 전, 홀을 상냥한 눈으로 보고 있었잖아. 그걸 보고 있으면 안다고」

 미로드 가의 홀에서 전개되고 있던 것은, 사람과 아인이, 귀족과 평민과 사용인이, 신분도 인종도 차별 없이 어울리는 광경이다.
 스바루는 그것을 이상적이라고 부르며, 에밀리아는 동경의 시선으로 그것을 받아들였다.
 에밀리아의 마음에 지금, 어떤 색의 불이 켜지고 있는지, 스바루는 의심하지 않았다.

「그 광경을, 보는 것이 목적이라면 나도 도울게. 저건 좋은 거라고 나도 생각해. 에밀리아땅이 노력하는 이유에, 저것이 더해진다면 아무도 방해하게 두진 않을 거야」

「정말로…… 나를, 도와 줄 거야?」

「조금 전, 내가 에밀리아땅에게 무엇을 맹세했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야? 그렇게 불안한 듯이 하지 않아도, 다른 누구보다 먼저 나를 의지해주기를 원해. 도울 수 있는 것이라면 뭐든지 돕고, 모르는 것이라면 함께 머리를 쥐어짜줄 테니까」

「――――」

 숨을 삼키며, 에밀리아의 눈동자가 여태까지 중 가장 크게 흔들린다.
 무슨 말을 하면 좋은 것인지, 떨리는 입술은 분명히 그 마음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응」

 그러니까 에밀리아는, 그저 한 마디만 중얼거렸다.
 그리고 미소짓는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스바루는 생각했다.

「읏차, 미혹은 개였다」

 단언하며, 스바루는 난간에 싣고 있던 글래스를 단번에 기울인다. 그리고 완전히 식어 버린 미트 파이를 집아, 입에 던져 넣고 음미했다.
 식어도 약해지지 않는 좋은 맛과, 나폴나폴 무너지는 파이의 식감. 과연, 가필이 자신작이라고 호언할 만큼의 절품이다.

「스바루, 그렇게 서둘러 먹으면 목 막혀버릴거야」

「에밀리아땅이 『아―앙』이라고 해 주면, 한입씩 맛보며 먹을게」

「그거, 전에 스바루가 지쳤을 때 해 준 것 같아……」

 에밀리아의 대답에 스바루는 쓴웃음짓고, 홀 쪽으로 그녀의 손을 잡아당겼다.
 팔을 끌리는 에밀리아는 한 번만 하늘을 올려봐, 그리고 스바루의 에스코트를 따라 홀로 나란히 들어간다.

 연회는 아직 도중, 주빈이 돌아와 열도 함께 돌아온다.

 헤롱헤롱한 오토를 데리고 돌아온 가필이 술을 마시려고 해, 프레데리카와 람 두 명에게 앞뒤로 타격을 먹어 기절하고 있었다.
 페트라와 베아트리스의 댄스도 클라이맥스로, 이마에 땀을 맺는 페트라에 베아트리스도 지기 싫어하는 성격을 발휘하고 있다.

 안네로제는 스바루가 에밀리아와 함께 있었던 것에 불만인 얼굴을 하고, 그 부풀어 오르는 뺨을 클린드가 손가락으로 찔러 주인을 화나게 한다.
 류즈와 로즈월이 서로 나란히 서서, 구면의 관계를 복연하듯이 글래스를 서로 부딪치며, 글래스를 기울이고 있다.

「좋은 광경이구나, 에밀리아땅」

「응. 분명, 이게 나의 이상의 광경일 거야. 나, 잊지 않을 테니까」

 그 말대로, 잊혀지지 않는 밤으로 하자.
 우선은 홀의 한가운데에서, 댄스를 추는 소녀 두 명에게 난입이다.

 스텝도 아무것도 모르지만, 즐거운 기분은 반드시 공통된 것일 테니까.

 적당하고 엉망진창인 스텝을, 기사와 마녀――새로운 주종은 당황스러움과 미소 속에서 내디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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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번외장 아직 2편 남은게 함정

댓글 6개:

  1. 하루에 2개나... 감사합니당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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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에밀리아땅.. 마지 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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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달빛아래 키스는 약속된 전개 아닌가요 ㅠㅠㅠ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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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달빛아래 키스는 약속된 전개 아닌가요 ㅠㅠㅠ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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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에밀리땅 4장 마지막쯤때부터 히로인력이 사정없이 드러나는군요...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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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엥 엘자가 본 히로인 아니였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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