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25일 화요일

리제로 번외장 S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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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편 下 『왕선 전일담王選前日譚


「미안하다고는 생각했지만, 자료는 대충 훑어보았다」

 철책 너머로 크루쉬를 올려다보는 시선은, 어딘가 먼 곳을 보고 있는 것처럼 현실감이 없다. 노인은 방의 한가운데에 앉아, 다리를 정리하고 예의 있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정원에서는 어깨부터 걸치고 있던 넝마를 접어, 경장만이 된 모습은 초견[初見]대로, 단련한 것임에 틀림 없다.
 다만, 뼈가 보이려 하는 뺨과 무감정한 눈동자――색을 잃은 풍부한 머리카락도 염이 없고, 난잡하게 목덜미에 정리되어 있을 뿐. 건강하지 못한 감은 부정할 수 없었다.

「――――」

「품평하는 눈초리로군. ……당연한가. 이름도 밝히지 않은 불명을 사과하지」

 무언의 시선에 한쪽 눈을 감으며, 크루쉬는 가슴에 손을 대어 등줄기를 바로잡는다.
 당당하게 서는 자세에, 힐소 지하의 먼지투성이의 공기조차 위축된다. 발해지는 패기는 바야흐로 시선을 끄는 천성의 것이며, 노인의 눈초리도 자그마하게 바뀌었다.

「나는 칼스텐 공작가 당주, 크루쉬 칼스텐이다. 이전 왕성 정원에서의 대화의 때, 경과 보르도 공이 말다툼 하는 장면을 마주쳐 , 이야기를 들으러 온 참이다」

「칼스텐, 공작……?」

 태생을 밝히는 크루쉬에, 노인의 눈의 색이 또 한번 바뀐다.
 그것은 이해와 납득, 그것과 다시 솟구치는 다른 의념[疑念]을 품은 것이다.

「칼스텐 공작가는, 멕카트님이 당주이셨을 터입니다만」

「물론. 멕카트 칼스텐은 나의 아버지다. 아버지는 2년 정도 전에 상속자를 양보해, 지금은 내가 칼스텐 공작을 칭하고 있어. 어느정도 내정에는 밝은 것 같지만…… 아무래도 수년 정도 지식이 늦는군. 말다툼의 원인도 그 부근에 있을 것 같아」

「일부러 공작님이 조사를 실시하실 만큼, 왕국의 관리는 일손부족이었을런지요?」

「매우 엄하군. 실제로, 보르도 경과 경과의 다툼에 간섭할 생각은 없어. 지금 것은 단순한 구실이다. 물러나게 한 군사를 납득시킬 필요가 있었다」

 노인의 짓궂음에 크루쉬는 쓴웃음 짓는다.
 지금, 두 명이 서로 마주 보는 것은 왕성의 바로 옆에 있는 근위 기사대의 대사. 거기에 인접하는 위병의 힐소 내의 지하다.
 정원에서 소란을 일으킨 노인이 여기에 연행되었다고 들어, 크루쉬는 힐문을 구실로 위병을 물러나게 하고 단신으로 대화에 임하고 있다. 위에서는 지금쯤 페리스가, 위병들을 상대로 적당한 회화로 시간 벌기를 해 주고 있을 것이다.

「구실, 이라고 하셨지요. 라는 것은, 본제가 있는 듯이 보입니다만. 설마 보르도 공에게로의 불경을 직접, 처단하시기 위해 찾아오셨을 리는 없겠지요?」

「당연하다. 거기에 보르도 경 자신이 그것을 원하고 있지 않다. 원인은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하고 계시다. 경의 신병도 내일 아침에는 해방될 거야. 그 후, 같은 행동을 한다면 과연 보호는 할 수 없게 되겠다만」

「……그러한 불명, 하지 않습니다. 정원에서의 일도 저의 미숙이 원인입니다. 차가운 지하에 들어와, 오히려 머리도 차가워지고 있습니다」

 어조는 미소를 포함하고 있었지만, 표정은 일변도 변함없다. 그런데도 자성은 거짓은 아닐 것이다. 보르도에게로의 분노는 눈에 띄지 않고, 있는 것은 자분[自噴]만이다.
 하지만, 그 자분의 강함이 크루쉬에게는 숨이 막힐 만큼 진한 바람으로서 느껴진다.

 ――분노, 분노인 것이다.

 이 노인의 근저에 뿌리내려, 눌어붙을 것 같은 열량으로 자극을 주는 것은 격노의 감정.
 이 정도로 침착하게 보이며, 크루쉬가 정신을 빼앗길 것 같을 정도로 예민해진 칼날의 모습을 체현하면서, 강철의 형태를 잃게 할 것 같을 정도의 격정이 가슴을 끓어오르게 하고 있다.
 그리고 그 분노의 원천이 되고 있는 것, 그것은――.

「――백경」

「――――」

「눈의 색이 바뀌었군」

 군소리를 우연히 들은 순간, 노인의 눈동자를 어둡게 침전한 감정이 달려나갔다.
 그것은 찰나로 여운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지만, 반응을 예상하고 있던 크루쉬의 시선을 피할 수 없었다.

 크루쉬는 지하에 찾아왔을 때부터 손에 들고 있던 종이조각――정원에서 흩어진 한 장을 제시해, 철책 너머로 노인으로 말을 계속한다.

「최초에 이야기한 대로다. 미안하다고는 생각했지만, 자료는 대충 훑어보았다. 그렇다고 해도 대부분은 보르도 경이 스스로 회수해, 나의 수중에 있는 것은 떨어뜨려진 한 장 뿐이지만」

「……그 분은 옛부터, 약간 재치가 발휘되지 않는 곳이 있는 분이었으니까 말이죠. 발 밑이 소홀하다고, 몇번이나 지적한 것입니다. 결국, 회복되지 않았습니까」

「그것도 보르도 경의 사람됨이다. 완벽한 보르도 경따위 상상하는 것도 어렵다」

「부정할 수 없군요」

 거기서 처음으로, 크루쉬와 노인의 사이에 공통의 미소가 뺨을 장식한다.
 독두의 노인이 맺은 감각, 이라고 하는 것도 고마움이 희미해지지만, 크루쉬는 작게 한숨쉬고 나서 재차 지면[紙面]에 손가락을 대어,

「수중에 있는 것은 한 장 뿐이지만, 무관계한 한 장이 아니라 다행이었다. 기록되어 있는 내용은 실로 흥미로워. 이것이 사실이라면, 대단한 발견이라고 할 수 있지」

「――――」

「최근 10년 간의, 대륙 안에서 백경의 출현이 확인된 정보가 정리되어 있다. 루그니카만으로 끝나지 않고, 구스테코, 볼라키아, 카라라기…… 다른 소국까지 포함하면 방대한 수다. 출현한 일정, 안개가 사라진 일정, 피해. 겉도는 부분만큼이지만, 그러한 것들에까지 발을 디디고 있는 것이겠지?」

「――――」

 노인은 대답하지 않는다.
 무언으로 차가워져 가는 노인의 두 눈동자에 반해, 말하는 크루쉬의 혀는 조금씩 열을 늘려 간다.

 당연하다. 이것으로 놀라지 않고, 그리고 열을 가지지 않고 있을 수 있을까.
 백경. 그것은 옛 마녀의 시대부터, 세계를 발호하는 악한 마수의 이름이다. 지금까지 많은 피해를 가져와, 그럼에도 토벌되어 있지 않은 악의의 산물.
 과거에는 토벌대를 구성해, 대원정을 통해 토벌이 뜻해진 적도 있었지만――결과는 역사적 대패를 당해, 왕국은 단 한 마리의 마수에 마음을 꺾였다.

 그 때에 생긴 피해와 상처는, 지금도 메워지지 않았다.
 많은 자들은 상처가 있는 것조차 깨닫지 못한다. 그것이 마수 『백경』의 가장 비열하고 용서할 수 없는 성질이다. 피해자가 피도 상처도 깨달을 수 없는 행위라니, 비열을 밑도는 우렬외도[愚劣外道]의 소행이다.
 크루쉬 뿐만이 아니다. 백경을 아는 누구라도, 그 일에 분노를 느끼고 있다.

「하지만, 경은 그 분노를 단순한 분노로 끝내지 않았다. 집념이 결실을 맺어, 이 정도의 정보를 모으기에 이르렀다. 신출귀몰로 여겨진 마수의 맹위를 밝힐 수가 있다면, 얼마나 많은 이들이 구해지는 것인가」

 행상인을 시작으로, 가도를 가는 많은 사람들이 백경의 위협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 출현을 예측할 수 없는 해의에 즈음해, 그것도 저항할 수 없는 존재에 대해, 예방할 수 있다는 것만큼 마음을 지키는 방법은 없다.

「백경의 독니에 걸리는 존재는 많이 줄어들 것이다. 경의 행동에는 그만큼의 가치가 있어. 자랑하는 것이 좋다. 경은 그 행동으로, 많은 인명을 구한 거다」

「――――」

「――그것이 어쨌나, 라고 말하고 싶은 듯한 얼굴이군」

「――――읏」

 자료의 내용에 발을 디딘 이래, 처음으로 노인의 표정이 바뀌었다.
 차가워지고 있던 얼굴과 눈동자에 색이 돌아와, 의식이 크루쉬의 미간에 꽂혀온다.
 무엇을 말할 생각인가, 라고 하는 노인의 시선에 크루쉬는 고개를 끄덕였다.

「경의 기분은 알고 있다. 긴 시간에 걸쳐, 그 마수의 소재를 계속 쫓는 것에 영혼을 마모시켜온 것이다. 그렇게까지 해 얻어 온 정보를 사용해 선택하는 행동이, 마수의 위협으로부터 계속 도망치는 것――그런 소극적인 것일 리가 없어」

「……그럼, 무엇이라」

「정해져 있다. 경의 목적은 마수 백경의 토벌. 출현하는 기를 조사했던 것도, 만전의 준비를 통해 마수의 토벌을 완수하는 목적을 위해서임에 다름없다. 동요하는 경의 검기――필시 이름이 있는 자라고 판단한다. 그런 남자가 검을 두고, 도망갈 길을 찾는다? 있을 수 없지」

 그렇게 생각하면, 노인과 보르도와의 결렬된 대화의 내용도 보여 온다.
 노인과 보르도는, 백경을 토벌하기 위한 계획을 공모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계획은, 왕족이 병상에 쓰러졌던 것을 원인으로 결렬된 것이다.

 현인회로서의 보르도의 활동이 바빠지는 것도 이유로 거론되지만, 좀 더 절실한 것은 『백경 이외의 문제』일 것이다.

「볼라키아에 사자를 신청하고 있었군. 그렇다고 하면, 경의 예측에서는 다음에 백경의 출현이 예측되고 있는 것은 볼라키아 제국인가. 그리고」

「제국에서의 출현이 확인되면, 다음은 반년 후에 루그니카 왕국에 나온다. ――그 확증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확증만 있으면, 군사를 낼 수……!」

「보르도 경이 꺼린 것은 그것이 이유, 인가」

「어째서냐! 어째서, 이제 와서 약속을 깨버리는 거냐! 그토록, 백경에 대해 여러가지 원통함을 말했지 않았나. 너도…… 너도, 빼앗긴 것에 분노를 품고 있던 것이 아니었나…… 테레시아를 잊은 거냐, 보르도……!」

 노성이 오른다. 그것은 상한 감옥의 공기를 찢어, 크루쉬의 귀청을 쳤다.
 노인이 그 자리에 분한 듯이 주먹을 떨어뜨려, 입술을 깨물어 분노를 드러낸다.

 그것은 약속을 깬 보르도에게로의 분노이며, 그에게 있어 증오스런 존재인 백경에의 증오이며, 무엇보다 힘이 부족한 자신에게로의 다하지 않는 격정이었다.

「……시간이, 없어. 다음을 놓치면, 다시 루그니카에 백경이 돌아오는 것은 수년 너머의 일이 돼. 그렇게 되어 버리면, 나는 쇠약해진다. 지금조차…… 계속 시들어가는 이 몸에는 시간이 없어. 뒷전으로 하면 뒷전으로 할수록, 보복은 멀어진다……큭」

「――――」

 그것은 절규다.
 소리를 지르지 않았다. 울부짖지도 않았다. 그러나, 노인의 영혼이 깎여나갈 정도로 토해내지는 그것은, 요행 없는 노인의 절규였다.
 그리고 존재를 흔들 정도의 절규는 언제라도, 듣는 사람의 마음에 동일한 참혹함과 상처를 새겨 간다.

 테레시아――노인이 말한 이름은, 크루쉬에게도 귀동냥이 있었다.

 당연하다. 검을 쥐는 자가, 루그니카 왕국의 검성의 이름을 모를 리가 없다.
 테레시아는 일찍이 왕국 전 국토를 말려들게 했던 내란, 아인 전쟁을 진정시킨 영웅의 이름이다. 아름답고, 너무나도 강한, 검에 사랑받은 여성.
 그 최후는, 왕국이 배웅한 백경 토벌대에 참가해 전사――그렇게 듣고 있다.

「――아」

 크루쉬의 뇌리를, 테레시아의 이름과 말로가 지나간 직후에 한 존재가 떠오른다.
 테레시아에 인연이 있는 인물로, 크루쉬가 떨릴 정도의 검의 극치에 이른 인물. 그런 남자가 단 한 명, 그 기억 속에 있었다.

 구전되는 그 남자는, 전쟁을 끝낸 검성조차도 검으로 비틀어 눌러, 검에 사랑받던 여자를 빼앗은 귀신. 검에 사랑받던 여자를 사랑한, 검에 사는 귀신.
 검신으로부터 여자를 빼앗은 귀신.

「검귀――빌헬름 반 아스트레아」

 그것은 전설 위에, 전설을 수립한 남자의 이름이다.
 노래로 구전될 정도로, 사람들을 매료시킨 검성과 검귀의 검극. 어릴 적에 그 노래를 들은 크루쉬도 또한, 많은 사람과 같이 가슴을 뜨겁게 했다.
 그렇다면 눈앞에 있는 것은, 일찍이 동경한 검의 귀신 그 자체다.

「그 이름은, 벌써 버렸습니다. 주어진 역할을 방폐하고, 집을 버렸을 때부터 아스트레아의 가명도, 반의 검명도 저의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지금은 뭐라고 자칭하고 있나」

「트리아스. 몇 십년도 전에 멸망한, 왕국의 한쪽 구석에 있던 몰락 귀족의 이름을. 영지를 지키는 힘은 없어도, 영주 지배하에 있는 백성을 사랑한 남자를 마지막 당주로 한 집. 지금은 그저, 생가에의 은혜도 의리도 완수하지 못하고 세상을 헤매는, 귀신을 낳은 집의 잔재에 지나지 않습니다」

「빌헬름 트리아스」

「넵. 그것이 지금의, 수치스런 귀신의 이름입니다」

 차가운 마루에 주먹을 붙여, 노인――빌헬름은 앉은 채로 예의 자세를 보인다.
 원숙해진 그 자세는, 귀족에 대해서 불경이면서도 그것을 느끼게 하지 않는다. 그러기는 커녕, 매료되는 것에 크루쉬는 숨을 삼켰다.

「경이 백경을 노리는 것은…… 역시, 아내의 복수인가」

「그 이외의 목적은……아니, 그 이외에 사는 이유는 없습니다」

 훤히 비쳐오는 시선에, 요동하는 기색은 조각도 없다.
 크루쉬는 이 때에 이르러, 마침내 빌헬름이 의도한 것의 모든 것을 이해했다. 그가 10년 이상의 세월을 걸쳐, 일심불란히 무엇을 목표했는지를 이해했다.
 ――그리고 그 목적이, 이대로는 완수되지 않고서 끝날 것이라는 것도.

「――경의 뜻은 이해했다. 하지만, 그 소원은 이대로는 완수해질 리 없다」

「……어째서, 입니까」

「경이 보르도 경을 의지한다면, 보르도 경이 움직이는 일은 없다. 적어도, 다음 백경의 출현으로 주목받는 반년 후 따위에는 도저히 맞출 수 없다」

 병마에 쓰러지는 왕의 혈족, 그 병상이 어떻게 결착을 맞이한다고 해도――왕국을 기다리는 것은 미증유의 혼란과 혼미다.
 그것은 어떻게 발버둥쳐도 왕국 중을 흔들어, 국민은 위에서 아래까지 변화에 휩쓸린다. 그 물결을 가장 최초로 받는 것이, 상급 귀족이며, 현인회의 역할이다.

「――――」

 침묵하는 빌헬름.
 그러나, 그 심경이 표정이나 태도만큼 침착하지 않은 것은 자명한 이치다.

 크루쉬의 눈은 느끼고 있다. 빌헬름으로부터 내뿜어지는 압도적인 분노를.
 오호[嗚呼], 그저 한결같은 분노다.
 검귀안에 있는 것은 이미, 그저 분노 뿐인 것이다.

 ――분하다.

 크루쉬에게 있어서, 빌헬름에 대해서 안는 감개는 그것뿐이었다.
 분하다. 안타깝다. 아깝다. 그러한 감개가 차례차례로 떠오른다.

 삶의 방법을 결정하는 것과, 속박되는 것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본질이 다르다.
 있는 그대로, 영혼이 요구하는 대로 사는 것을 크루쉬는 옳다고 본다. 그것이 당사자의 삶의 방법이라고 하는 『바람』이 관통하는 것이, 가장 건강한 아름다운 본연의 자세라고 믿고 있다.

 까닭에야말로, 삶의 방법에 얽매이는 검귀가 안타까워 견딜 수 없었다.
 참기 어려운 분노에 마음을 불태우며, 10년의 시간을 들여 칼날을 분노로 흐리게 해, 왕년의 날카로움을 갈아오면서 검귀는 이렇게 여기에 있다.

 숙원을 완수하지 못하고 썩게 되면, 검귀의 만절은 그저 더럽혀진다.
 그것을 어떻게든 해 주고 싶다고 진심으로 생각하면서도, 크루쉬가 경솔하게 행동하는 것은 보르도와 같은 책임이 허락하지 않는다.

 정원에서의 보르도의, 고뇌로 가득 찬 표정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혹은 보르도에게 있어, 테레시아의 이름은 좀 더 가까운 것일지도 모른다. 보르도를 경칭 생략으로 부르는 빌헬름과, 그 빌헬름을 전우라고 부른 보르도. 두 명의 사이에 있는 것은, 이 순간의 크루쉬로서는 결코 상상할 수 있을 리 없다.

「――귀중한 시간을 할애해 주신 데에, 감사를. 그렇지만 아무래도, 더 이상은 이야기 하는 의의가 서로 남지 않을 것 같기에」

 표정에는 내지 않았던 생각이지만, 때로 눈동자는 말보다 달변이다.
 크루쉬의 호박색의 눈동자를 들여다 보고, 빌헬름은 대답을 내 버렸다. 『풍견의 가호』따위에 의지하지 않고도, 세월은 평범한 인간의 분별력을 닮은 힘을 가져온다.
 간파당한 내심을 속이는 것 같은 무례를 크루쉬는 범하지 않았다.

「……경은 지금부터, 도대체 어떻게 할 것이지?」

「똑같습니다. 보르도 공을 의지할 수 없는 것이라면, 다른 유력자를 찾을 때까지. 이 몸이 헛되이 죽는 그 순간까지, 제 몸은 복수에 소비될 뿐」

「――――」

 딜레마가 있었다.
 빌헬름의 요구에 상응하는 대답을 돌려줄 수 있는 것은, 귀족 중에서도 상급 귀족에게 한정된다. 그러나 상급 귀족은 지금 빠짐없이, 왕궁의 혼란을 진정시키는데 분주중이다.
 수극의 하위 귀족이라면 손도 돌릴 수 있겠지만, 백경을 토벌 할 만큼의 힘이 그 가의 격으로는 부족하다. 혹은 귀족 이외를 의지하면이라고도 생각하지만, 그것도 일장일단.
 유력한 상회――예를 들어 왕도에 뿌리를 내리는 러셀 펠로 정도 되는 자라면, 이야기의 묘미는 백경의 정보를 토벌이 아닌 회피에 주목해, 장사로 삼을 것이다.
 그 때에 불필요한 입을 여는 빌헬름 따위, 처분을 계획되어도 이상하지 않다.

 출분하기 전의 빌헬름이라면, 아스트레아 가의 위광이 그를 지켰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빌헬름은 트리아스를 자칭하고 있다. 가명의 힘을 빌리는 것은 긍지가 용서할 리 없다. 그리고, 단순한 검사로서 돈다면――,

「성급하게 굴어서는 안 돼. 경을 지키는 것은, 이미 자신의 몸과 행동 뿐이다」

「알고 있습니다. 짧은 생각을 범해, 숙원을 완수할 수 없는 것이야말로 무엇보다의 수치. 염려, 황송합니다」

 정중한 말이지만, 벌써 마음은 크루쉬에게서 멀어지고 있다.
 크루쉬가 이 장소에서 생각해내는 여러 가지는, 노인이 잠들 수 없는 밤에 이미 검토했을 것임에 틀림없다.
 진정한 의미로 빌헬름이 원하는 정보가 있다고 하면, 그야말로 왕성 혼란의 이유 이외에는 없다. 그리고 그것은 절대로, 발설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트리아스 경…… 아니, 트리아스 공. 말하고 싶지 않은 입을 틔우게 한 불명을 사과히지. 그리고 경의 숙원이 완수해지는 것을, 후안에나마 바라고 있다」

「아까운 말씀입니다」

 눈을 감고, 빌헬름은 그 뒤로 입을 여는 기색은 없다.
 크루쉬도 이 장소에서, 더 이상의 말을 거듭하는 의의를 가질 수 없게 되었다.

 서로 무언인 채, 크루쉬는 빌헬름에게 씩씩하게 등을 향한다. 뻗치는 초록의 머리카락이 감옥의 공기를 갈라, 미인[麗人]의 등을 떠밀듯이 지상으로의 길을 배웅했다.

「무사하게 이야기는…… 그 얼굴로는, 그다지 잘 되지는 않은 모양이네요」

 계단을 올라, 탄식 한 곳에서 경쾌한 목소리가 나돌았다.
 힐소의 입구――로비에서 의자 등받이를 삐걱거리며, 크루쉬의 표정을 아래로부터 들여다 보는 것은 페리스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카드를 테이블에 던지며, 승부하고 있던 두 명의 위병에게 미소짓는다.

「그러면, 주인님이 돌아오셨으니 오늘은 여기까지. 패배한 분량은 냐중에, 근위 기사의 누군가에게 받으러 오게 할 테니까 딱 맞추어서 준비해 두라구」

「너는 도대체, 무엇을 걸고 시간을 벌고 있던 거야」

「으음―, 그건 좀 페리쨩의 입으로는 말할 수 없다고 할까―. 그치만 그치만, 크루쉬님의 소망이라면 수치를 참고서…… 크루쉬님?」

 뺨을 붉히며 다리를 머뭇머뭇거리고 있던 페리스가, 표정을 바꾸어 크루쉬에게 다가간다. 뻗어오는 그의 손끝이 크루쉬의 뺨에 닿아, 자연히 서로의 시선이 얽힌다.

「안색이 좋지 않네요. 상당한 일이 있으셨던 거로군요」

「너에게는 숨길 수 없구나. …… 푸리에 전하와 같이, 나의 어찌할 도리 없는 고민이 증가했다고 하는 것이다. 자신의 무력함에 분노조차 느껴」

「그렇지만, 그렇다고 발을 멈추실 크루쉬님이 아니죠?」

 참혹할 정도로 강하게 잡아오는 크루쉬의 손을, 페리스가 살그머니 손바닥으로 감쌌다. 자연히 어깨의 힘이 빠져, 페리스의 미소에 크루쉬는 입술을 느슨하게 한다.

「정말로, 너에게는 이길 수 없어. 나보다 네가 나를 잘 알고 있을 것 같다」

「그거야 물론, 구석구석까지 알고 있고 말고요. 페리쨩이 크루쉬님의 몸에 닿은 적이 없는 장소라니, 안도 밖도 포함해서 없으니까」

 페리스의 장난기가 있는 말에, 뒤의 위병이 왜인지 술렁거린다.
 그 반응을 의아스럽게 생각하면서도, 크루쉬는 「그렇지」라고 수긍했다.

「오늘은 물러나지. 하지만, 내일은 다르다. 내일의 내일도 다르다. ――그렇게 있자」


※※ ※ ※ ※ ※ ※ ※ ※ ※ ※ ※ ※


 힐소에서 빌헬름과 조우하고 나서의 나날은, 크루쉬가 상상한 대로의 시간이 지나갔다.

 왕족들의 병상은 전혀 완쾌를 향하지 않고, 해방된 빌헬름은 다음 되는 협력자를 요구하며 나라를 방황하지만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크루쉬도 왕도에서의 일에 쫓겨 영지에서는 은둔한 부친에게까지 손을 빌리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물론, 그 어느쪽도 크루쉬 단신의 문제는 아니었지만, 모든 사상에 자신이 관련된 이상, 그 결과를 개선할 수 없는 서툰 솜씨는 자신에게 있다.
 차라리 오만이라고 할 수 있는 책임감이, 크루쉬 칼스텐의 긍지였다.

 그런 끝이 안보이는 운천의 나날은, 몹시 시원스럽게 끝을 맞이했다.

 ――루그니카 국왕, 랜드헐 루그니카의 붕어[崩御].

 그리고 그런 그에게 이어지듯이, 간신히 숨이 있던 혈족도 차례차례로 그 생명을 침식되어, 그것은 푸리에 루그니카도 예외는 아니었다.

 푸리에는, 크루쉬에게 손을 잡아지면서 간호되었다.

 크루쉬의 뺨을 눈물이 타고내린 것은, 페리스만이 그 기억에 새기고 있었다.



「용력석이 새로운 글자를 새겼습니다. ――여러분 모두, 이 의미를 아시는지요?」

 상급 귀족이 한자리에 모인 의회에서, 그 노인은 흥분을 숨기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노인의 이름은 라이프 바리에르 백작. 바리에르 령의 영주이지만, 왕가로부터는 각별한 신뢰를 맡아, 어떤 특별한 역할을 맡겨지고 있던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맡겨지고 있던 특별한 역할이라고 하는 것이,

「용력석의 변화…… 왕국의 미래를 암시하는 예언판에, 새로운 계시가 있었다고?」

「그렇습니다. 지금은 붕어하신 폐하께 받았습니다, 저의 역할. 용력석의 그 변화, 여기에 전해 말씀드립니다. 모두들 경청 바랍니다」

 그 자리에 무릎을 붙이고, 손바닥에 주먹을 맞추는 최고의 경례.
 라이프의 작위는 상급 귀족의 회의에 있어서는 그다지 격이 높지 않다. 그런데도, 전원이 라이프의 의견에 따른 것은, 용력석이 그만큼의 힘과 실적을 가진다는 증거다.

 용력석――그것은 루그니카 왕국 왕성에 안치되어 있는, 왕족과 신룡 볼카니카와의 맹약의 증거로 받은 비적의 하나다.
 토지에 풍요를 가져오는 용의 피와 같이, 용력석도 또 파격의 중요도로 다루어지고 있어, 용력석이 안치된 방에는 왕족과 라이프처럼 일부 한정된 역할의 자들밖에 들어가는 것이 용서되지 않는다.

 용력석은 정사각형 석판의 형태를 하고 있지만, 그 광물이 무엇인지는 해명되지 않았고, 재질과 같이 그 기능의 이것도 저것도 전부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확실한 것은, 그 석판에 왕국에 뭔가 위기적 상황이 찾아왔을 때, 그것을 타개하기 위한 방법이 기술된다는, 그 일점이다.
 과거에도 루그니카는 용력석의 기술에 의해 위기를 벗어났던 적이 몇번이고 있어, 그 실적은 충분히 보장되고 있다.
 다만,

「기다리게. 용력석의 기술이라고 하지만…… 신용할 수 있는 것인가?」

 내용을 말하려고 한 라이프를 차단해, 소리를 높인 것은 독두의 노인――보르도다.
 그는 엄한 얼굴로 눈초리를 세워 몸집이 작은 라이프를 바로 위로부터 내려다본다. 라이프는 그 미간에 주름이 많은 표정을 찡그려, 보르도를 노려보며 돌려주었다.

「신용, 이라니 흘려들을 수 없군요, 보르도 공. 용력석의 기술의 확실함은, 왕국의 중진으로 계시는 현인회의 여러분이야말로 잘 아시는 바일 텐데」

「확실히 지금까지 몇번이고 구해진 실적은 인정하지. 하지만, 이번 일은 별도다. 만일 용력석이 왕국의 미래를 좌우하는 사태에 반응했다는 것이라면, 어째서 폐하나 다른 왕족 분들의 궁지에 반응이 없었던 것인가. 용력석이 실로 나라를 생각한다면, 폐하들을 구하는 이치를 나타내는 것이 올바른 본연의 자세일 터!」

「――――」

 목소리를 거칠게 하는 보르도이지만, 그 발언에 동의하듯이 끄덕이는 그림자가 원탁에는 많다.
 같은 자리에 앉아, 사태를 지켜보는 자세의 크루쉬도 같은 감개를 안고 있었다. 용력석이 나라를 구할 생각이 있다면, 왕족들을 구하는 길을 나타내야 했다.
 잡은 푸리에의 손으로부터 힘이 빠져, 눈동자가 흐려지는 순간을 기억해 낸다.
 무념, 그저 그것만이 있었다.

「――그 건에 대해서, 여러분들에게 저의 입으로 이야기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있습니다」

「……갑자기, 뭐지?」

「네. 우선 이 일을 발설하지 않았던 것은, 저 자신의 독단에 의한 것입니다. 그 일을 거듭 알아주시길 바라며 들어주시길 바랍니다」

「그러니까 무엇이라는 것인가! 확실히 말하게!」

「용력석에 기술이 있던 것은, 아직 폐하가 붕어하시기 전의 일입니다」

 라이프가 고한 말에, 보르도의 표정이 아연하게 된다.
 그러나, 그 반응은 보르도에게만 머문 것은 아니다. 원탁에 앉아, 의회의 행방을 지켜보고 있던 전원이 입을 열어, 놀라움을 드러내고 있었다.
 크루쉬도, 말을 잃는다. 무슨 말을 하기 시작했는가 하고 라이프를 어안이 벙벙한 채 보았다.

「왜 입다물고 있었나 하고, 여러분은 생각하시겠지요. 그러므로 우선, 저의 행동이 결코, 폐하에게로의 배신이 아니라는 것을 믿어주셨으면 합니다」

「바, 보같은. 네놈, 역할을 잊은 것이냐? 폐하에게서 받은 책임을 다하지 않고, 느긋하게 잘도 말할 수 있구나! 용력석에 새겨진, 왕국의 도를……!」

「그 도의 내용 그 자체가, 폐하나 그 혈족이 끊어지는 것을 암시하고 있었다고 해도 말입니까?」

「뭐……엇!?」

 다그치듯이 투하되는 말의 폭탄에, 크루쉬는 숨을 삼켰다.
 얼굴을 붉게 하고 있던 보르도도, 과연 그 말에는 시선을 헤매게 한다. 그러자,

「……흠. 보르도 공, 아무래도 침착해지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라이프 공,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실 수 있겠습니까?」

「뜻대로」

 보르도를 달래며, 수습하는 말을 건 것은 긴 하얀 수염을 기른 노인이다.
 현인회의 대표인 마이크로토프가, 평소 잃지 않는 온화한 눈초리인 채, 가슴에 손을 대어 중도에서 방해하는 라이프에게 이야기의 뒤를 재촉한다.

「우선, 이번에 용력석에 신탁이 있던 것은 지금보다 10일 정도 전…… 아직 폐하가 생존하실 때, 발견한 것은 저였습니다. 본래라면 즉석에서 폐하께 전해, 혹은 여러분에게 전해 판단을 들이켜야 했습니다만…… 독단으로 오늘까지 내용을 숨기는 것이」

「흠. 어째서, 그러한 일을?」

「기술된 내용은 이러합니다. 『왕가 단절의 때, 왕국은 휘장에 선택된 다섯 명의 후보자를 찾아내어, 새로운 무녀로서 다시 맹약을 주고 받아라』라고. 이것을 병상에 쓰러지신 폐하께 전하는 비정[非情]을, 저는 실시할 수가 없었습니다」

「……무어라」

 라이프가 말한 내용을 듣고, 상급 귀족 중 누군가가 탄식과 함께 흘린다.
 그만큼 가혹한 예언이었다. 다른 것도 아닌 예언판이, 병마와 싸우는 왕족의 명맥이 끊어지는 것을 예기하고 있다. 실적과 역사가, 왕족의 희망을 죽인다.
 그것을 제언할 수 없었던 라이프의 심정도, 헤아려져야 할 것이다.

「용력석은…… 왕족이 아니고, 새로운 왕을 따로 찾으라고? 그것도, 다섯 명이라니 무슨 말인가……?」

「휘장이 있습니다. 루그니카 왕가에 전해지는, 용과의 맹약을 구전하는 보석. 폐하께서 붕어하여 혈통이 끊어진 때에 빛을 잃었습니다만…… 그것은 새로이 상응하는 자의 손 안에서, 선명하게 밝게 빛난다고」

「휘장을 빛낼 수 있는 자을 다섯 명…… 그것을, 찾아내라고 말하는 것인가!? 바보같은! 그러한 선택방식으로, 왕위를 정하는 자를 선택한다니!」

「그럼 기술을 무시하겠다는 것인가!? 맹약에 해당하는 무녀를 선택할 수 없다면, 루그니카의 역사는 여기서 끝난다! 용과 연결된 인연도 같은 거다!」

 부정의 말을 거듭하려고 하는 자에게, 라이프의 가열인 말이 부딪쳐진다. 순간의 상식으로 반론한 자은, 그 각자가 전부 입을 다물게 되었다.
 다만, 그런 와중에 손을 드는 자가 있다.

「발언해도 상관없는가?」

「칼스텐 경입니까. 아무쪼록, 뭔가 당신도 의견이?」

「별일 아니다. 부정 의견만이 눈에 띄는 것도 당연한 흐름이기는 하지만, 우선은 실제로 기술의 확실함을 지켜봐야 하겠지. 휘장 그 자체의 준비는?」

「되어 있습니다. 가져와라」

 크루쉬의 말에 끄덕이며, 라이프가 턱을 흔들자 회의장의 문이 열린다. 나타나는 시종이 밀며 차에 실어 온 것은, 르그니카 왕가 인연의 휘장이다.
 근위 기사 등, 왕가와의 강한 연결을 가지는 직위의 자들에게 우선적으로 건네진다.

 검은 삼각형의 돌에 금으로 용의 의장을 조각해, 중앙에 붉은 보석을 끼워 넣은 물건이다. 항상 왕족의 위광을 나타내듯이 빛나고 있던 그것도, 국왕의 붕어 이래 빛을 잃고 있다.

「이것이 다시 빛날 것이라는, 그러한 말인가?」

「그렇게 됩니다. 가져야 할 자이 가지면, 입니다만」

 수행원의 손으로, 원탁을 둘러싸는 각각의 앞에 휘장이 늘어놓아진다.
 그 휘장을 내려다 봄호, 어떤 자는 식은땀을 흘리고, 어떤 자는 숨을 삼킨다.

 만일 자신의 손 안에서 빛난다면, 그것은 왕위에의 길이 열린 것을 의미한다.
 어떤 자는 그 중책에, 어떤 자는 자그마한 야심에 목을 울리고 있었다.

「라이프 공은 어떠하셨던 것입니까?」

「기술을 은닉한 위에, 제가 휘장을 빛내는 것 같은 일이 있으면 그것은 좋지 않은 의혹을 부를 뿐. 그러한 불화를 부르는 것을, 보석이 선택하는 것 따위 없겠죠」

 질문에 라이프가 고개를 저었지만, 그것도 어디까지 진심의 부정일까.
 코를 울리는 보르도가 솔선해 휘장을 손에 든다. 그러나, 그 단단한 손바닥 위에서 휘장은 빛을 잃은 채다. 휘장은 아무래도, 그를 선택하는 일은 없었던 것 같다.

 계속되어, 마이크로토프를 시작으로 한 다른 현인회의 멤버도 손에 들어, 고개를  흔든다.
 그대로 원탁에 앉은 전원이 휘장을 손에 드는 흐름이 되어, 희미한 숨결과 자그마한 탄식이 연달아 흘러 떨어졌어.
 그러나, 그런 때였다.

「――무려」

 그렇게 목소리를 높인 것은, 온화한 얼굴에 드문 놀라움의 색을 새긴 마이크로토프다.
 하지만, 그것은 이 장소에 모인 면면의 기분을 대변한 것임에 틀림없다.

 그 빙빙 도는 빛나는 휘장의 광채에, 크루쉬는 자신의 손바닥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패기 없는 나의 몸으로도 왕국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직 있는 것 같구나」

 놀라울 정도로 조용한 심경으로 그렇게 말하며, 크루쉬는 빛나는 휘장을 든 손바닥을 쥔다.
 얼굴을 올려, 눈을 감았다.

 닫은 눈동자의 저편에서, 푸리에의 최후의 미소가 보인 것 같았다.


※※ ※ ※ ※ ※ ※ ※ ※ ※ ※ ※ ※


 ――그 후의 의회의 혼란과, 크루쉬의 입장의 혼미는 말이나 글로 표현할 수 없다.

 다만 하나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용력석의 기술과 그것을 실증하는 크루쉬라고 하는 존재의 덕분에, 라이프가 반입한 내용이 현실성을 띤 것.
 그리고 크루쉬의 입장이 공작가 당주 뿐만이 아니라, 잠정적인 왕위의 후보자가 되어, 이전에 더해 등성[登城]의 기회가 증가하는 일이 된 것.
 무엇보다,

「과연 크루쉬님! 페리쨩은 맨 처음 만났을 무렵부터, 크루쉬님이 결코 공작가같은 입장에 냠을 것 같은 그릇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회의록과 내용을 듣고, 크루쉬의 입장이 명확하게 바뀐 것을 안 페리스가 성대하게 기뻐하고, 크루쉬 자신에게조차 실감이 없었던 현실을 실감시켜 준 것.

「크, 크루쉬님? 어, 어째서 쓰다듬으십니까? 기쁘지만, 기쁘지만! 그런, 아, 귀는 약해……!」

「너는 언제나, 내가 제일 원하는 것을 해 준다. 앞으로도 부탁한다고」

「네, 네에…… 페리쨩, 더욱 더 크루쉬님에게 홀딱 반합니다아」

 크루쉬에게 칭찬되어지는 페리스가 뺨을 물들여, 꼬리를 유연하게 흔들며 진심으로 수줍어한다. 그리고 페리스는 바로 표정을 되돌리면서,

「그래서, 향후 크루쉬님은 어떤 입장이 되는 건가요?」

「잠정적이지만, 왕위 후보자라고 하는 것이 된다. 아직 확증을 얻을 수 있는 이야기라고 할 것은 아니야. 나 이외에, 앞으로 4명의 후보자가 발견될 것이다. 그것을 확인하는 것과, 현실적으로 대리의 무녀를 세워 용과 맹약을 주고 받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 토의한다」

「그치만 그치만, 용력석의 기술인거죠? 그게 얼마냐 황당무계한 이야기일지라도, 용에게 확인할 것도 없이 용의 통고 아닌가요?」

「그렇다고 생각되지만 말이지. 의심이 많은 보르도 경따위는, 아무래도 라이프 바리에르 백작의 위장을 의심하고 있는 모습이다. 조금 너무 날카로운 생각으로도 생각되지만…… 나도 조금, 라이프 경의 태도에는 신경이 쓰이고 있어. 그리고 메이더스 변경백이 조용했던 것도 걱정이다」

 원탁의 구석에 앉아, 등성[登城]한 평상시의 모습――즉 광대의 화장과 기발한 복식으로 논의에 임하고 있던 로즈월 L 메이더스 변경백.
 그다지 왕도에 얼굴을 내밀지 않고, 중요한 논의도 내팽게치는 일이 많은 인물이 얌전하게 의사를 지켜보며, 긁어 돌리기도 하지 않았던 것이 신경쓰이고 있었다.

「여하튼, 혐의를 돌리는 건 사양이 없다. 탐색당하고 있는 것은 나도 같으니까, 라이프 경이나 로즈월 경을 말할 수 있는 처지도 아냐」

「무믓! 크루쉬님에게 그런 의혹을 가지는 괘씸한 무리가 있는 건가요?」

「스스로도 너무 잘 맞아떨어진다, 라고 생각할 정도의 흐름이었으니까 말이지. 그 장소에 적합자가 나타나는 것 따위, 라이프 경조차 예상하지 않았을 거야」

「그렇지만, 너무 잘 맞아떨어진다니, 크루쉬님은 조금도 생각하고 계시지 않잖아요」

 후흥, 이라고 말하고 싶은 듯한 페리스의 얼굴에, 크루쉬는 무심코 쓴웃음지었다.
 정말로 페리스라고 하는 수행원은, 크루쉬의 마음을 크루쉬 이상으로 알고 있다.

「――아아, 생각하지 않았다. 와야 할 것이 왔다고, 그렇게 생각할 뿐이다」

 그 원탁을 둘러싸는 회의장에서, 크루쉬는 자신의 마음이 어떻게 있었는지를 생각해 낸다.
 라이프가 용력석의 화제를 털었을 때, 주위와 같이 놀라움을 얻었다. 보르도의 반론에는 아주 당연하다고 수긍해, 그에 대한 라이프의 대답에 경악하기도 했다.
 하지만, 휘장을 가지는 자가 다음 되는 왕위에 손가락을 건다고 들었을 때, 크루쉬는 그것을 시험하려고 즉석에서 판단했다.

 그리고 손바닥 안에서 휘장의 붉은 보석이 밝게 빛나는 것을 보았을 때, 크루쉬의 마음에 찾아온 놀라움은 조금도 없었다. 있던 것은 그저, 불어오는 자신의 마음의 바람소리 뿐.

 ――기회가, 주어진 것이라고 생각했다.

 푸리에의 소원을, 푸리에의 입으로부터 계속 들어온 왕국의 모습에의 의문을.
 그것들에게 크루쉬 나름의 대답을 던지는, 그 기회가 찾아온 것이라고.

 푸리에의 죽음을 단순한 희생으로 끝내지 않고, 그 죽음이 가져오는 대답을 드러낼 시간을 얻었다.
 크루쉬 칼스텐은 온화하게, 그것을 사실로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또 하나의, 크루쉬의 가슴을 계속 책망한 고민에의 대답을 제시해 주고도 있었다.

「페리스, 하나 부탁이 있다」

「――소재는 확인해 두었어요. 크루쉬님의 명령대로」

 한쪽 눈을 감은 페리스가, 크루쉬의 부탁의 내용을 확실히 이해하고 고한다. 그것을 받아, 크루쉬는 또다시 익숙해진 쓴웃음을 띄우고,

「저택에 불러라. ――그 검귀와, 느긋하게 대화를 가질 수 있겠군」


※※ ※ ※ ※ ※ ※ ※ ※ ※ ※ ※ ※


「이번에는 초대받게 되어, 공열[恐悦]하기 짝이 없습니다」

 한쪽 무릎을 붙여, 최고 경례의 자세를 취하는 빌헬름을 크루쉬는 맞이하고 있었다.
 장소는 왕도 루그니카에 있어서의 칼스텐 별저, 응접실에서의 상대가 된다.

「일별[一瞥] 이래로군. 무사하였나」

「넵. 칼스텐 경도 별고가 없는 것 같아, 무엇보다 다행입니다」

 서로 빈말을 말하면서, 안색도 바꾸지 않고 시선을 교환한다.
 요전날의 힐소의 건 이래, 빌헬름의 활동이 결실을 보지 못한 것은 벌써 조사가 끝나 있다. 빌헬름이 이 유혹에 넘어갔던 것도, 상정했던 일이다.

「긴 이야기를 할 생각은, 서로 없는 것 같다」

「오늘은 진실을 이야기하실 수 있다고, 사자 분께는 그렇게 들었습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조속히 주제에 발을 디딜 수 있다면 다행입니다」

 슬쩍 빌헬름의 시선이 향하는 것은, 크루쉬의 곁에서 모르는 체 하는 얼굴을 하는 페리스다. 오늘은 짧은 스커트의 옷자락으로부터 꼬리를 펴, 크루쉬의 팔을 껴안으면서 2개의 시선을 받아 넘긴다.
 방심할 수 없는 이야기의 엿듯는 방법이다. 자기보다 상당히, 귀족에게 요구되는 배짱의 소질이 있다. 머리의 한쪽 구석에서, 크루쉬는 페리스를 그렇게 평가한다.
 그리고 그 더할 사랑 없을 생각을 옆에 두고,

「진실이라는 건, 백경 토벌의 제안을 죄다 거절당하게 되는 것에 대한 대답이다. 보르도 경이 이야기를 철회했던 것도, 그것이 이유다」

「네. 모두가 입을 다물어, 진실을 말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여러분의 입을 그만큼 무겁게 하고 있는 것인가. 꼭, 들려주시길 바랍니다」

「들으면 물러날 수 없다. 그렇게 알고도, 그런데도 더 대답을 요구하나」

「그것이 제 아내의 원수에게 도달하는 길을 차지하는 장해라면, 밟아 넘기 위해서라도」

 구부러지지 않는, 강철의 의사다.
 빌헬름의 대답에 크루쉬는 숨을 들이마시고, 깊숙히 그것을 토했다.

 알고 있던 대답이며, 바란 대답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런데도 여기서 입을 여는 것에는 약간의 저항이 있었다.
 크루쉬가 지금부터 말하는 것은, 왕국에서도 한정된 자들에게밖에 아직 개시가 용서되지 않은 정보다. 이전에는 검성의 가계의 일원이면서도, 지금은 출분의 몸인 빌헬름에게 거뜬히 토로해도 좋은 내용은 아니다.
 그 금기를 찢는 것에, 한 박자의 시간을 필요로 했다.

 다만, 한 박자 뿐이다.

「――랜드헐 폐하가, 붕어하셨다」

「――――」

 빌헬름의 눈동자가 밀어 열려, 직후에 이해의 색이 그 표정에 퍼져 간다.
 그러나, 그 놀라움은 그것만으로는 끝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왕가의 혈족은 모두 사라지셨다. 오랜 세월 계속된 루그니카 왕가의 혈통은, 완전하게 끊어져 버렀다」

「바보같은! 그러한 일이 일어날 리가 없어!」

 무릎을 붙이고 있던 빌헬름이 얼굴을 올려, 이빨을 드러내며 목소리를 높인다.
 너무나 황당무계한 내용은, 일소에 붙이는 것에 머물지 않는 분노를 노인에게 가져왔다. 그렇게 그가 가열되어 반응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럴만도 한 것이 빌헬름은,

「전 근위 기사단을 인솔하고 있던 몸으로서는, 듣고 놓칠 수 있는 내용이 아닌가」

「…………」

「하지만, 사실이다. 폐하는 병상에 몸을 올려, 그 병은 왕가의 혈족 그 자체를 침범했다. 물론, 최고의 치유술사와 환경을 준비했지만, 미치지 않았다」

「와, 왕족 분들이 모두, 명맥이 끊어졌다고……? 설마, 그런……」

 고개를 흔들며, 냉정히 고하는 크루쉬에 빌헬름이 아연실색히 붕괴된다.
 무릎을 붙어 있던 자세가 기울어, 순간 땅에 손을 짚는 빌헬름은 목소리도 없다.

 그도 깨달은 것이다.
 보르도의 당돌한 변심과, 모두가 자신의 간원을 하찮게 여길 수밖에 없었던 그 이유를.

 왕국의 존망에 관련되는 중대사――백경의 문제를 하찮다고 잘라 버릴 수 있는 것도 당연한 사건이다.
 하지만 그것을 당연하다고 잘라 버릴 수 있을 만큼, 빌헬름의 분노는 얕지 않다.
 그러나 무엇을 원망하고, 무엇에 분노하고, 무엇을 분격하면 좋은 것인지를 그는 알 수 없다.

 그러니까 빌헬름은 침묵한 채, 주먹을 마루에 억눌러 분노를 죽인다.
 마루에 억누른 주먹이 떨려, 살짝 피가 배인다. 무념하게 두 눈을 감아, 입술을 깨물기까지 가지 않은 것은 남겨진 긍지인가.

 하지만, 그렇게 있어서는 안 된다.
 그렇게 있어서는 안 돼.

「남자가 고집을 부려야 하는 것은, 그러한 허세의 장소가 아냐」

「――읏. 무엇을……」

「경의 상황은 여전히 변함없다. 그저, 암운이 개여, 저 너머에서 경의 길을 차지하고 있던 것의 정체가 밝혀진 것 뿐이다. 듣고, 어떻게 생각했나. 원수에게 도달하는 길을 밟아 넘겠다고, 그렇게 짖은 것은 다른 것도 아닌 누구였는지 잊었나」

「능욕받을 합당한 이유는 없어. 당신이…… 당신이, 무엇을 알 수 있다고……!」

「아무것도 알지는 못한다. 알려고 노력할 생각도 없어진다. 일찍이 동경한 이야기의 등장인물이, 체념을 받아들이고 멈추는 모습 따위 침울함을 일으킬 뿐이다」

 빌헬름의 눈동자에 격노가 머문다. 그러나, 여전히 불은 약하다.
 그것은 갈 곳을 여전히 잃은 채의, 덧없게 흔들릴 뿐의 불길이기 때문이다. 아직 크루쉬의 원하는 열량도, 고귀한 붉음에도 도달하지 않은 불씨의 잔재이기 때문이다.

「말했을 것이다, 빌헬름. 나는 경에게, 들으면 물러날 수 없다고. 일은 왕국의 중대사, 그리고 경은 지금은 그저 우물가에 있는 검사라는 이름뿐인 노목[老木]

「――그 시든 나무의, 이 이상 무엇을 깎아 내리려고 말씀하시는지」

「다르다. 잘못되어 있다, 빌헬름. 물은 것은 나다. 대답하는 것이 경의 역할이다. 나는 최초부터, 계속 경에게 묻고 있다. 감옥에서의 해후에서도, 지금 이 장소에서의 재회에서도, 최초부터 같은 것을 계속 묻고 있어」

「――――」

「빌헬름 트리아스. ――네놈, 이대로 괜찮은 거냐?」

 숨을 삼켰다.
 움푹 들어가 보인 노인의 두 눈동자가 크게 열린다. 거기에, 하늘을 비추는 파랑이 있다.
 크루쉬는 끄덕였다.

「경의 길을 가로막고 있는 왕국의 대사. 이것을 앞에 두고, 경에게 손을 빌려줄 수 있는 상급 귀족은 죄다 사라진다. 만일 손을 빌려 줄 수 있는 것이 있다고 해도, 그것은 경이 원하는 만큼의 전력을 준비할 수 없거나, 경이 가진 백경의 정보를 알고 싶은 기획자다」

「당신은……나에게, 무엇을 제시할 생각인가?」

「물음은 계속되고 있다, 빌헬름. 나는 계속 묻는다. 그리고, 경에게 대답을 계속 요구해. 질문의 대답 이외를, 나는 경에게서 빼앗지 않아」

「…………」

 빌헬름이 침묵을 지키며, 크루쉬의 마음 속을 들여다 보려고 시선을 날카롭게 한다.
 하지만, 빌헬름으로서는 결코, 크루쉬의 마음 속을 폭로할 수 있을 리 없다. 크루쉬 자신에게조차 분명히 말로 파악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그것은, 분멍 페리스 정도에게밖에 간파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그 페리스는 최고조에 달하는 논의를 무시하듯이, 크루쉬 곁에 계속 붙어있다. 말참견하는 기색도, 걱정하는 모습도 없다.

 그것이 무엇보다 크루쉬를 북돋고, 지지하는 수단이라고 그는 알고 있다.
 그런 그의 배려를, 크루쉬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까닭에, 크루쉬 칼스텐은 물음은 계속된다.

「빌헬름. 경의 길은 이대로라면, 머지않아 끊어진다. 계속 도전해온 마수에의 보복은 이슬과 같이 사라져, 만절은 그저 더럽혀진다. 그렇기에」

「……당신이라면, 나에게 검을 휘두를 기회를 주어 주실거라고?」

「반복하지. 빌헬름. 나는 물을 뿐이다. 대답은, 경이 내라」

「――――」

 팔짱을 낀 채, 크루쉬는 말을 부딪친다.
 그것을 듣고, 빌헬름은 숨을 들이마시고, 두 눈을 감았다.

 그리고 자세를 바로잡아, 그 자리에서 다시 예의 자세를 취해, 눈을 뜬다.
 그 눈동자에 머무는 푸른 불꽃에, 크루쉬의 등줄기가 알지 못하게 떨린다.

「――백경을 베어, 아내의 무념을 푼다. 힘을 빌려주길 바란다」

「……나도, 상급 귀족의 한 명이다. 경이 죄다 제안을 거절당한, 다른 제후들과 입장은 변함없을 것이지만. 어째서, 나에게 그것을 요구하나」

「칼스텐 공작 각하. 당신은, 백경을 용서할 수 있습니까?」

「용서할 수 없다.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 그토록 비열한 행동을, 그토록 어리석고 흉한 행동을, 저만한 폭거를, 저만한 비정을, 누가 용서할 수 있을까. 하지만」

 말을 자른다.
 빌헬름에게, 크루쉬는 조용하게 눈을 감았다.

「무엇보다 용서할 수 없는 것은, 그 존재가 있는 것으로, 삶의 방법을 더럽혀지는 사람이 많이 있다. 삶의 방법이 더럽혀지고, 영혼이 흐려진다…… 그것이 나에게는, 어떻게 해도 용서할 수 없다. 그러니까, 빌헬름. 나는 너의, 지금의 모습을 용서할 수 없다」

「……몹시, 패기 없는 모습이지요」

「아아, 패기 없다. 보는 것도 견딜 수 없다. 이 정도의 굴욕, 그렇게 자주 맛볼 수 있는 것은 아냐. 까닭에 그 원인인 악귀나찰도 역시, 용서하기 어렵다」

「――――」

 빌헬름이 얼굴을 들어, 크루쉬의 눈을 정면으로부터 보았다.
 그 시선의 날카로움에, 크루쉬도 결코 기가 죽지 않고 서로 마주 본다.
 교차하는 시선, 그리고 그것은 동시에 느슨해져, 두 명은 미리 짜놓은 것처럼 미소지었다.

「이 노목에게 무엇을 요구하십니까, 저의 주군이시여」

「정해져 있다. ――자신의 영혼에 부끄러워하지 않는, 나를 매료시키는 진정한 경의 모습이다. 검귀 빌헬름 반 아스트레아의 그 모습을, 나는 요구한다. 그 이외에, 내가 바라는 것은 없다」

「검귀의 이름도, 아스트레아의 이름도, 전부 벌써 버리고 간 몸. 백경을 베어 찢을 그 때까지, 당신을 장식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승리의 함성은 나에게 올려라. 그 때야말로, 빌헬름의 이름이 소생한다」

「――넵」

 크루쉬의 말에 엄숙하게 끄덕이고, 빌헬름은 깊숙히 신하의 예를 취했다.
 그것을 보고, 크루쉬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손에 들고 빌헬름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받아들여라」

 내며지는 검을 빌헬름이 자연스럽게 받아, 흐르듯이 뽑아냈다.
 그것은 다시 빌헬름의 손안에서 돌아, 크루쉬에게로 내며진다.

 받아, 크루쉬는 호리호리한 몸매의 칼의 몸체를 빌헬름의 왼쪽 어깨에. 가볍게 칼끝으로 접해, 그리고 반대의 어깨에 칼날을 맞히고,

「나에게서 경에게 바라는 것은 단 하나다. 그리고 그것을 지켜라, 빌헬름」

「당신에게로의 충의를 검에. 당신에게로의 은의를 이 몸에. 당신에게로의 맹세를 이 영혼에」

「――아아, 그것으로 좋아」

 맹세의 말을 받아, 크루쉬는 검을 당겨 정면으로 쥔다.
 그리고 다시 검을 빌헬름에게 내밀어, 받은 빌헬름이 칼의 몸체를 칼집으로 납입해, 공손하게 내건다.

「그것은 경이 가져라. 검사가 검 하나도 없으면 체면이 서지 않아」

「그렇지만」

「내가 보고 싶은 것이다. 경이 검을 가지고 서는, 그 모습을」

 크루쉬의 소망에, 빌헬름은 한 번만 깜박이고, 일어섰다.
 그리고 신장이 있는 노인은 크루쉬의 앞에서 일례하고, 그 받은 보검을 허리에 차, 그저 등줄기를 바로잡고 선다.
 그 뿐인 일로, 크루쉬는 자신의 미혹이 기분이 좋을 정도로 바람에 날아가는 것을 느꼈다.

 ――여기에, 주종의 맹세는 완성되었다.

 빌헬름의 소원을 완수하고, 푸리에의 소망을 계승하자.
 크루쉬 칼스텐을 하늘이 선택한 것이라면, 그것이야말로 하늘의 소망이기도 하다.

 영혼의 인도에 따라, 자신이기 때문에 해야 할것을 하자.
 그렇게 구할 수 있는 모든 사람을 구해, 그 도달하는 곳에 안녕이 있기를.


 ――이 날, 검귀는 백경을 토벌하는 최대의 조력을 얻게 되었다.

 그것은 왕선에 있어서의 크루쉬 진영의, 진정한 결속의 시작이었다.


※※ ※ ※ ※ ※ ※ ※ ※ ※ ※ ※ ※


「아―, 질투해버린다니까, 정말」

 대망을 완수하는 이치를 얻은 빌헬름과, 한 때의 동경에 접한 크루쉬.
 양자 모두 다른 생각을 하면서도 기쁨을 품은 모습에, 페리스는 입술을 뾰족하게 하고 있었다.

「크루쉬님, 표면 무시하고 주제에 들어가 버릴 정도로 열중하고 있었는걸」

 본래는 국왕 붕어의 이야기에 관련해, 크루쉬가 빌헬름을 받아들여 백경에 도전하는 것에의 정당성을 말해, 그리고 진영으로 권하는 순서였다.
 그런데 도중부터 크루쉬에게 열이 들어가, 갈팡질팡 이야기가 굴러 이 형태다.

 빌헬름이 맹목적으로 되어 있던 점이 유리하게 작용했지만, 줄타기였던 감을 부정할 수 없었기 때문에 페리스는 내심 마음이 놓이고 있었다.
 권유에 실패해, 낙담하는 크루쉬의 모습 따위 보고싶지 않다. 하물며 그것이 검귀에의 동경과 분리할 수 없다고 한다면 더욱더 그러하다.

「정말루, 크루쉬님은 정말 두근두근 시킨다니까……그게 멋진 거지만」

 왕선 후보자가 된 것을 전해, 백경 토벌에 의한 국민의 지지를 모은다.
 표면을 무시하고 주제에 들어가서는, 크루쉬의 본심이 빌헬름에게 숙원을 완수하게 해 복수에 흐려진 노인을 해방하고 싶다는 것임이 줄줄 새어나갔다.
 페리스는 그에 따라, 빌헬름과 같이 백경의 피해로 가족 따위를 잃고, 그 일을 잊지 않은 리스트업도 시작하고 있다.

 치유술사로서 국중을 돌아, 내외의 사정에 정통한 페리스에는 그것도 간단하다.
 페리스에게 멀쩡히 약점을 잡히지 않은 가문 따위, 왕도에서는 오히려 적을 정도다.

「정말로 멋지고, 무방비하고, 눈을 떼어 놓을 수 없는 크루쉬님이니까…… 페리쨩이 제대로, 고루 주시하지 않으면」

 조용하게, 황색의 눈동자를 가늘게 하며, 페리스는 걱정을 하나 잃은 노인을 바라본다.
 크루쉬의 동경을 짊어지고, 그리고 기대를 일신에 받는 인물.

 그 동경을, 기대를, 배반하면 어떻게 될까 보냐.

「그런 일, 생각하고 싶지 않으니까 말이지」

 입속만의 청년의 군소리는, 누구의 귀에도 닿지 않고 자그마하게 사라졌다.


 왕선이, 그리고 백경의 내습이 현실이 된 것은, 이 밤부터 정확히 반년의 시간을 거친 후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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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쉬님 절 가져요
번외장 끝입니다. 5장은 하시려는 분들이 좀 있는거같아서 상황 보고 할게요~

댓글 6개:

  1. 4.5장도 끝났네요~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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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http://blog.naver.com/yhddr/220844692216
    제가 아는한 5장 가장 빠른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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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다양한 시점을 볼 수 있어서 좋네요 ㅎㅎ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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