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25일 화요일

리제로 번외장 S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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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편 上 『교착하는 숙원』


「그럼 폐하, 실례하겠습니다. 아무쪼록 자애[自愛]해 주시길」

 공손하게 머리를 숙여, 검고 윤나는 여자의 머리를 흔드는 여성은 그 방을 나왔다.
 수행원의 인물이 열어 준 문을 빠져나와, 천천히 닫히는 그것을 복도에서 뒤돌아 지켜본다. 소리를 내며 문을 닫히자, 저쪽 편에는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어도, 의식적으로 무음을 유의한 한숨이 흘러나왔다.

「폐하께서 불편하시지 않게, 잘 부탁한다」

 문의 옆에 선 시종에게 전하고, 여성은 안타까운 감정을 뿌리치듯이 등을 돌렸다. 붉은 융단이 깔린 복도를 횡단해, 그 다리는 계단을 내려가 홀을 향한다.

「――크루쉬님」

 조금 숨을 가쁘게 쉬며 여성을 부르는 것은, 홀에서 기다리고 있던 그녀의 동행자다.
 고양이를 닮은 귀와 목소리를 울리며, 아인의 특징을 가지는 그 소녀――로 밖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갖추어진 용모의 청년이, 노란 눈동자를 둥글게 하면서 마중나온다.
 그의 이름은 펠릭스 아가일. 애칭을 페리스라고 하는, 여성에게 있어서는 오랜 세월의 교제가 있는 신뢰를 둘 수 있는 수행원이자, 기사다.

「수고하셨습니다. 푸리에 폐하의 모습은 어땠습니까?」

「그다지 좋지는 않구나. 그토록 건강하시던 분이 몰라볼 정도로 초췌하시다. 오늘은 갑자기, 밖에 나와 하늘 아래를 걷고 싶다고 흘리고 계셨다. 애처로워서 견딜 수 없어」

 고개를 흔드는 여성――크루쉬 칼스텐의 대답에, 페리스는 낙담한다.
 황갈색의 머리카락과, 같은 색의 귀를 늘어뜨리는 모습에 크루쉬는 희미하게 입술을 느슨하게 했다.

「네가 낙담할 필요는 없다. 국중의 치유술사를 불러, 그런데도 성과가 나오고 있지 않는 문제다. 너 혼자만이 얼굴을 흐리게 할 필요는 없어」

「그치만 그치만, 힘이 부족해서 크루쉬님의 기대에 따를 수 없는 것은 페리쨩의 약함입니다. 그게 분해서…… 죄송해요, 크루쉬님」

 병상의 인간을 구할 수 없는 것보다, 그 상대를 생각하는 크루쉬의 마음을 우려한다.
 페리스의 본연의 자세는 크루쉬와 일치하는 것 같고, 크루쉬는 그의 태도에 명목하는 것으로 응할 수밖에 없다.

「폐하의…… 왕족 분들의 병의 경과는, 변함없는 채인가」

「진단 결과도, 입니다. 본심을 말하면 이런 결론, 억지로도 치유술사로서 절대로 입으로 내고 싶지 않습니다만」

 목소리의 어조를 떨어뜨려, 눈을 숙이는 페리스.
 그러나, 그런데도 말의 계속을 주저하는 것만은 하지 않고, 분명히.

「――흑뱀의 사설[邪舌]입니다. 원인 불명의 병마는, 그렇게밖에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어디에서 이환했다는 건가. ……아니지. 지금은 그것을 논하고 있어도 어쩔 수 없다. 이 뒤, 어떻게 되나」

「최악의 경우엔……왕가가 멸망합니다」

「――――」

 벌써 몇번이나 도달한 결론이었지만, 몇 번을 들어도 익숙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크루쉬는 코부터 긴장을 풀어, 자신의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필사적이 된다.
 일은 그 정도로 전대미문의 사태다. 냉정함을 잃어, 감정에 치우치면 만회할 수 없다. 벌써 제후가 크게 혼란하는 중에, 간신히 왕국의 기능이 유지되고 있는 것은, 크루쉬를 포함한 상급 귀족과 현인회가 키잡이를 해내고 있기 때문임이 틀림없는 것이니까.

 ――루그니카 왕국의 왕의 혈족은, 지금 이 순간에도 두절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최초로 발병이 확인된 것은, 제1왕자인 자비넬 루그니카였다. 당초엔 나날이 공무를 해내는 것의 과로라고 진단될 뻔한 것이지만, 며칠 사이에 자비넬의 용태가 급변해, 그리고 다른 왕족도 똑같이 쓰러지기 시작한 것으로 문제가 발각된다.
 차례차례로 왕의 혈족에 이어지는 중요 인물만이 병으로 쓰러져, 왕성은 한때, 아비규환의 대혼미를 다하고 있었다. 브레이크를 건 것은 왕성에 체재하고 있던 현인회의 수 명과, 등성[登城]하고 있던 크루쉬나 페리스의 행동이 있던 덕분이었다.

 특히 페리스는 이래뵈도, 루그니카 왕국에 있어서는 더 우수한 사람이 없다고 여겨질 정도의 수마법의 사용자――치유술사의 최고봉으로서 『파랑』의 칭호를 얻은 인물이다.

 즉석에서 쓰러진 왕족을 왕성의 일각에 옮겨들여, 긴급히 진단과 치료를 했다.
 하지만 거기서 새롭게 발각된 것은, 페리스의 손으로도 병마에 대항할 방법이 없다고 하는 절망적인 사실이었다.

 단 며칠로, 긴 역사를 가지는 루그니카 왕가는 멸망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지금은 국중의 유력한 치유술사를 모아, 시간이 허락하는 한 치유 마법을 계속 실행하는 것으로 연명을 베풀고 있지만, 이것도 해결책이 없는 위안에 지나지 않는다.
 왕족의 병상이나 왕성의 혼란에 대해서는 함구령이 깔리고 있지만, 이것도 어디까지 숨길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

 상황의 나쁨을 생각하면서, 크루쉬는 방금 전 문병한지 얼마 안된 인물――루그니카 왕국 제4왕자 푸리에 루그니카의 일을 생각한다.

 푸리에와 크루쉬는 동갑이며, 공작가의 따님이기도 한 크루쉬는 유소[幼少]의 때엔 푸리에와 접하는 일도 많았다. 왕족이라고 하는 입장상, 연대의 가까운 친구 따위 바랄 수 없었던 푸리에에게 있어, 크루쉬는 얼마 안되는 친구라고 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크루쉬도 또, 푸리에를 인간으로서 싫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다.

 칼스텐 가를 빈번하게 방문해서는, 생트집과 지리멸렬한 문제를 반입해 크루쉬를 곤란하게 해준 푸리에. 푸리에의 행동의 진심은, 좋아하던 소녀의 기분을 끌고 싶다고 하는 것이었지만, 크루쉬는 그것에는 깨닫지 못한다.
 다만, 크루쉬에게 있어 푸리에는 마음씨 상냥하고 선량한, 미워할 수 없는 인품의 인물이다.
 위정자로서의 재치는, 루그니카 왕가에 이어지는 자로서는 결코 풍족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열의와 인덕만은 확실히 있는 인물이다.

 왕위의 계승권은 멀고, 성인이 된 후에 주어지는 직위는 그다지 책임이 무거운 것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주어진 역할에는 전력을 다하려고 열의를 태우고 있었다.
 그런 그가 병상에 누워, 죽음의 후치에 있는 것이 크루쉬의 마음을 심하게 책망하고 있다.

「크루쉬님……」

 표정을 바꾸지 않는 채, 그러나 눈동자에 침통한 색을 띄우는 크루쉬에 페리스도 또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었다.

 크루쉬와의 교제의 길이로 말하면, 푸리에는 페리스보다 길다. 물론 밀도에서는 수행원으로서 따르는 페리스가 훨씬 진하지만, 푸리에가 가슴에 숨긴 크루쉬에게의 생각을 헤아릴 정도로는 두 명을 보고 있었다.
 까닭에 페리스에게 있어, 푸리에는 심하게 복잡한 감정을 안는 상대다.

 물론, 그 복잡한 감정을 이유로 치료나 진단에 적당히 조치를 취하거나 하고 있지는 않다. 그것은 페리스의 치유술사로서의 프라이드의 문제이며, 무엇보다 페리스를 신뢰하고 맡겨 준 크루쉬에게로의 배반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그 신뢰에 응할 수 없었던 것과, 푸리에를 구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 사실은 페리스의 마음에 무거운 것으로 남아 있었다.

 주종 나란히, 왕성을 나아가는 발걸음은 무겁다.
 크루쉬는 앞으로의 일의 사안, 그리고 페리스는 자신의 역부족과 주군을 배려하는 일이다.
 적어도, 오늘 왕성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두 명에게는 아무것도 없다. 미리 짜놓은 것도 아니지만, 두 명은 함께 성을 물러나, 왕도에 있는 별저로 돌아가려고 밖으로 발길을 향했다.

「――보르도 공! 그건 이야기가 다르지 않은가!」

 그 목소리가 들린 것은, 크루쉬들이 성문으로 향하는 도중의 일이다.
 왕성의 입구를 빠져나와, 정문까지의 사이의 얼마 안 되는 도정. 좌우에 정리된 잔디와 나무들이 나란히 서 있는 정원에서, 그 소란은 화창한 풍경을 깨어 가르듯이 일어나고 있었다.

 무심코 발을 멈춘 크루쉬가 되돌아 보자, 정원의 한쪽 구석――왕성의 외벽에 따라 돌아 들어간 끝에서, 말다투는 두 개의 인영이 눈에 들어온다.
 어느 쪽이나 장신의 인물로, 한 명이 크루쉬에게 등을 향하는 형태로 서로 마주 보고 있었다. 얼굴이 보이는 편의 인물은, 크루쉬도 본 기억이 있는 지기이기도 하다.

 독두[禿頭]로, 체격이 좋은 몸집이 큰 노인이다. 이름은 보르도 체르게프라고 하고, 루그니카 왕국의 요직인 현인회의 일원이기도 하다.
 현인회는, 루그니카 왕국에 있어서의 국정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상급 귀족의 일파다.

 지식, 집안, 왕국에의 공헌도 등, 태생부터 현재에 이를 때까지의 행동과 종합적인 능력을 평가해 선출되는 직위이며, 대표인 마이크로토프를 시작으로, 현재의 궁지에 있는 왕국을 지탱하는 기둥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해도 좋다.
 보르도는 일찍이 무인의 명성을 달린 역전의 남성이며, 현인회에서도 가열찬 의견과 강완으로 논의를 이끄는 중심 인물의 한 명이다.
 과격한 발언과 자세로 알려진 보르도는, 페리스에게는 『언제나 화내고 있다』라고 야유될 정도다. 상속자를 이은지 얼마 안 된 무렵에는, 크루쉬도 몇 번이나 그 엄격한 목소리를 내던져진 것이었다.

 그렇게 항상 강경한 태도를 나타내는 인물이기 때문일까.
 정원에서 누군가와 말을 주고 받는 그 표정에, 답지 않은 그늘이 보인 것이 최초로 크루쉬의 놀라움을 일으킨 것은.

「어라라. 보르도님치고는 드문 얼굴을 하고 있네요」

 크루쉬와 같은 것을 알아차린 것 같아, 옆의 페리스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 말에 동의 하듯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크루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판단을 망설인다.
 단순한 언쟁으로 수습된다면, 크루쉬가 비집고 들어가서 일을 크게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말다툼이 자그마한 것이라도 시기와 장소가 나쁘다.

 방금전의 노성을 우연히 들은 위병이 정원으로 오지만, 크루쉬와 같은 것을 보고 발을 멈추었다. 그리고 판단을 맡기듯이, 크루쉬에게 시선을 보내온다.
 크루쉬는 눈짓만으로 위병을 머물게 하고, 사람이 모이기 시작한 것을 깨달은 보르도에게도 눈짓.

 곧바로 장소를 거두는 의도를 담은 시선에, 보르도는 차분한 얼굴을 하며 끄덕였다. 노인은 정면의 인물에게 다시 향해, 말을 선택하듯이 입술을 가볍게 적신다.

 그 행동을 지켜보면서, 크루쉬는 간신히 보르도의 앞에 선 인물에게 의식을 향했다. 보르도의 태도의 의외임에의 놀라움이 앞섰다고는 해도, 스스로도 기가 막힐 정도로 너무 늦은 반응이다.
 자성할 생각을 남긴 채로, 앞의 인물에게 의식을 향한다. 그리고 크루쉬는, 자신이 어째서 그 사람의 그림자에의 의식이 뒷전으로 몰렸는지를 깨달았다.

「――――」

 넝마를 감은 인물이었다.
 넝마의 정체는 주름이 지고, 군데군데 더러워진 짙은 감색의 코트다. 그것을 장신의 어깨부터 걸쳐, 무릎 아래까지를 푹 덮어 가리고 있다. 희게 물든 두발은, 최초로 높아진 목소리와 함께 노령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했다. 다만, 연령에 비교해 발량[髪量]은 풍부함을 유지하고 있어 성장한 등과 씩씩한 어깨 폭으로부터는 늙음의 허약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만큼 눈에 띄는 인물이면서, 넝마의 남성은 직전까지 그 존재를 크루쉬의 의식에 자연히 끼어들게 하지 않았다.
 어째서인가――그 서있는 모습은, 너무나 세련되고 완벽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자연체면서, 일절의 헛됨을 없앤 선 모습.
 그것을 깨달은 순간, 크루쉬는 찰나이지만 넋을 잃을 만큼 멍하니 보았다.

 크루쉬도 검을 잡는 한 사람의 무인으로서 목표로 해야 할 이상의 경지라는 것이 있다.
 넝마의 남성의 자세는, 그 크루쉬가 목표로 하는 곳에 한없이 가깝다. 그것을 사람은 무의 극치라고 불러, 노인이 끊임없는 노력과 단련의 끝에 이상에 손가락을 걸쳤다는 증거다.

「크루쉬님?」

「――읏」

 자기도 모르게, 그 등에 정신을 빼앗기고 있던 크루쉬.
 페리스의 호소에 열중하고 있었던 것을 깨달아, 크루쉬는 표층을 손질하면서 조금 동요하고 있었다.
 도대체, 저 노인은 누구인 것인가.

「그대의 일은 안타깝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은 시기가 나빠. 약속을 깨버리는 것은 미안하다고 생각하지만, 이해해 주기를 바란다」

 의문으로 생각하는 크루쉬를 두고, 보르도와 남성의 회화가 재개된다.
 라고는 말해도, 장소를 거두기 위한 말을 보르도가 던지는 형태이지만.

「사람이 모여 온다. 일이 공공연하게 되어 곤란한 것은 그쪽도 같을 거야」

「기다리라고. 그러한 말로 납득할 수 있을까 보냐. 어째서, 돌연히 변심한 거지? 그토록 확실하다고, 말했으면서……큿」

「그대가 나쁜 것이 아니다. 시기의 문제다. 이번은 보류하면 좋겠다. 지금, 나의 입으로부터 말할 수 있는 것은 그것밖에 없어. 미안하다고는 생각하고 있다」

「바보같은……!」

 추궁하는 남성에게, 보르도의 말은 내용이 없고 불투명하다.
 보르도의 입이 무거운 것은, 왕가가 병상에 있는 것에의 함구령이 원인일 것이다. 남성과 보르도 사이에 있던 무언가 약속한 일의 형태가, 보르도가 다망[多忙]하게 된 것으로 완수해지지 않고서 무너지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을 이야기하고 설득하는 일도 할 수 없다. 보르도의 어려운 심정은 헤아릴 수 있지만, 그런 적당한 이유를 꾸며내는 것이 서투른 인물이다.
 혹은 보르도에게 거짓을 말하게 하는 것을 주저하게 하는 뭔가가, 그 약속에 있는 것인가.

 사실을 숨기고 고개를 숙이는 것과, 거짓을 말해 납득시키는 것 중, 어느 쪽이 성실하고 어느 쪽이 더 불성실한 것인가.
 적어도 보르도는, 사실을 속여 남성을 속일 생각은 없는 것 같다.
 잘못을 받아들이는 보르도의 자세는 맑지만, 넝마의 인물은 납득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제국과의 관계 악화의 이야기는 나도 들었어. 그걸 이유로 출국을 주저하게 된다고 한다면, 적어도 사자를 보내는 것만이라도……」

「달라, 다르다. 부탁이니까 이해해 줘. 침착하고, 다시 서로 이야기할 장소를 마련하기로 하자. 자세한 시기는, 아직 알 수 없지만」

「그걸론 늦어! 이야기했을 거야. 다음 달에는 결과가 나온다. 그러면 확증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 적어도, 이걸 보고 검토를」

 벌써 작정하고 있는 보르도의 태도에, 그런데도 넝마의 인물은 열심이다. 그는 옆을 빠져 나가려고 하는 보르도에게, 품으로부터 꺼낸 뭔가를 들이댄다.
 그것은 크루쉬의 눈에는, 대량의 종이를 정리한 다발로 보였다.
 주름투성이가 되어, 햇볕에 그을려 완전히 색이 바뀐 그것은, 어렴풋이 피와 손때로 더러워져 있다.

 그 종이조각이 얼마나, 넝마의 인물에게 있어 한가닥 실과 같이 소중한 것일까.
 떨리는 손끝이 확실히 종이의 다발을 잡고 있던 것을 보면, 한눈에 알 수 있다.
 그러나,

「――끈질기군!」

 가슴의 앞에 내며진 그것을, 보르도는 난잡하게 팔을 흔들어 뿌리쳤다.
 그 반응이 넝마의 인물에게 있어 상정외였는가, 혹은 보르도 자신도 의도하지 않을 만큼의 힘이 거기에 들어가 버렸는가.
 어쩌면 양자가 겹친 결과다. 하지만, 그래서 나오는 결과는 단 하나.

「――읏」

 종이의 다발이 노인의 손을 벗어나, 정원에 흩뿌려지듯이 떨어졌다.
 바람은 그다지 강하지는 않지만, 그런데도 한 장 한 장이 나뭇잎처럼 가벼운 종이. 간단하게 흩뜨려져 정원 위를 흰 꽃잎이 지듯이 난무한다.

 크루쉬가 무심코 손가락을 펼치려 하고, 보르도의 눈동자에 후회가 지나간다.
 그러나, 그것들의 반응을 봉할 정도의 격변은 직후에 일어났다.

「――보르도!」

 외치며, 넝마의 인물이 보르도의 가슴팍을 잡아, 그대로 벽에 꽉 누른 것이다.
 등을 맞은 보르도가 숨을 죽여, 괴로운 울음이 오르는 거구가 들어올려진다. 벽에 꽉 눌렸다고는 해도, 보르도의 체구를 들어올리는 것은 이만저만한 여력이 아니다.

「――――」

 그 현장을 직접 목격하고, 크루쉬는 즉석에서 제지해야 했다.
 그러나, 넝마의 인물이 내뿜는 압도적인 귀기[鬼気]――대기가 튀고, 피부에 소름이 끼칠 정도의 여파를 받아, 크루쉬의 움직임은 잠시 늦어졌다.
 그대로, 넝마의 남성은 보르도를 찌르는 시선의 날카로움으로――.

「위병! 멍하니 있지 마! 빨리, 이쪽!」

 높은 목소리가 올라, 경직을 피할 수 없게 되어 있던 몸에 시간이 돌아온다.
 보면 등 뒤, 상황이 나쁘다고 본 페리스가 손을 들어, 사태를 곤혹해하며 지켜보고 있던 위병들을 부르고 있었다.
 아무리 그들이라도, 현인회의 한 사람이 폭행을 받는 현장을 목격하고 간과할 수 없다.

 세 명의 위병이 검을 한 손에 들고 현장에 달려들어, 넝마의 인물과 보르도를 포위한다.
 위험하고 뒤숭숭한 기색이 퍼져, 그대로 일촉즉발의 현장이 될 뻔했다. 그러나,

「――미안하군」

 사죄를 말하고, 당돌하게 넝마의 남성이 보르도의 몸을 해방했다. 벽에 등을 맡긴 채로 무너지는 보르도는, 목구멍 안쪽에 손을 대어 괴로운 듯이 기침한다.
 그 모습을 내려다 보며, 넝마의 인물은 느슨느슨 고개를 흔들며 되돌아 본다. 그 거동에 위병들은 경계도 공공연하게 대비했지만, 노인은 무저항을 나타내듯이 양손을 벌렸다.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아. 얌전하게 따르지」

 둘러싸는 위병들은 당황스러움을 띄웠지만, 곧바로 직무를 생각해낸 것처럼 노인의 좌우를 둘러싼다. 관례에 따르면, 노인은 이대로 위병의 힐소에 데리고 가져 조사를 받는 일이 될 것이지만.

「……기다렷. 크, 큰일로 만들 필요는 없어. 해방시켜 주어라」

「보르도 공. 나에게 이걸 말할 자격은 없지만, 그러면 본보기가 되지 않아. 왕성을 지키는 위병들에게, 수상한 자를 봐 주라는 것이 용서되는 건가?」

「그렇다면, 힐소에서 하룻밤 구속해라. 그 뒤엔 해방해도 상관없어」

 노인 스스로의 언급에, 보르도가 분함을 배이게 하면서 지시한다. 그것을 듣고, 위병들은 솔직하게 따르는 모습이다.
 굴강한 위병에게 좌우를 굳혀져 동행되는 노인이 통과하는 일순간, 슬쩍 크루쉬에게 시선을 향해 왔다.

「감사를」

 한마디, 전해들은 말은 크루쉬 이외에는 닿지 않았을 것이다.
 그 말을 던진 순간의, 노인의 맑게 개인 푸른 눈동자――거기에 그늘이 떠올라 있었던 것이 신경쓰였다.

 그러나, 불러세워 이야기를 오래 끌게 할 만큼 크루쉬도 무례를 거듭하지는 않는다.
 노인이 그렇게 정원을 떠나자, 크루쉬는 일단 페리스를 뒤돌아 보고,

「신속한 대응, 수고했다. 바로 움직이지 않아서, 미안하군」

「아뇨아뇨, 별 것도 아니에요. 그것보다 큰일이 되지 않아 다행이었습니다. 그나저나…… 보르도님?」

 겸손하고, 입술에 손가락을 댄 페리스가 이야기의 비난의 화살을 보르도에게 향했다.
 정면, 방금의 충격으로부터 회복한 보르도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흩어진 종이를 주워 모으고 있는 중이었다.
 크루귀도, 자신의 발 밑에 떨어져 있던 종이조각을 몇 장인가 모아, 보르도에게 전한다.

「……감사를 말하지, 칼스텐 경. 그대에게는 흉한 모습을 보였군」

「무엇을. 가라앉은 보르도 공을 보는 일은 드물다. 구경료로서는 충분한 것을 지불해 받은 기분이지. 그런데, 들어도 상관없는가?」

「――――」

 모은 종이를 다시 정리히면서, 보르도는 무언의 자세. 그것이 거절이 아니고 긍정이라고 판단해, 크루쉬는 노인이 데려가진 측 모퉁이에 턱을 가리키며,

「방금 전의 인물, 평범한 자는 아니라고 보았지만…… 보르도 공의 지인인가?」

「――긴 교제의 친구다. 아니, 전우라고 해야 하겠군. 아니면 전우였다, 라고 하는 편이 그 녀석에게 있어서는 납득이 될지도 몰라」

「대화가 결렬되고 있었다고 보인다. 말참견할 생각은 없지만, 관계를 아낀다면 조속히 수복하는 것이 좋아. 다만, 다음부터는 장소를 선택하는 것이 좋겠군」

 소란을 일으킨 장소가 장소이며, 시기도 시기다.
 운이 나빴던 것은 넝마의 노인이지만, 요령이 나빴던 것은 보르도일 것이다. 내뿜는 회한의 바람을 느끼기 때문에야말로, 크루쉬는 눈앞의 남성을 싫어하게 될 수 없다.

「……볼 낯이 없다. 은의보다 충의를 선택한 자신을, 실수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가」

 까닭에, 보르도가 충고를 들어주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크루쉬는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낙담도 없다. 오히려, 서투른 그 본연의 자세가 훌륭하게도 생각된 정도다.
 그것을 입에 내어, 평소의 상태로 고함쳐지는 것은 사양이지만.

「폐하의 곳에 다녀오는 중인가?」

「푸리에 폐하를 뵙고 오는 귀로였다. 당가의 페리스의 진단도 밝지는 않아」

「그렇, 겠지. ……여기만의 이야기지만, 라이프 바리에르가 슬쩍슬쩍 돌아다니고 있어. 그 소악당의 일이다. 뭔가 꾸미고 있을 거야. 그대도 조심하게」

「바리에르 경, 인가. 명심해 두기로 하지」

 고개를 끄덕여, 보르도의 충고에 귀를 기울인다.
 노골적인 화제의 회피였지만, 추궁해도 더 이상은 말하지 않을 것이다.

 그 뒤에는 회화도 계속되지 않고, 보르도는 회수한 종이의 다발을 품에 간직한 채, 허둥지둥 정원을 떠나갔다.
 남겨지는 형태의 크루쉬와 페리스는, 나란히 한숨을 흘린다.

「아―, 따끔따끔해 버렸다. 그렇다 치더라도, 풀죽은 보르도님이라니 희귀한 걸 보았네요. 언제냐 저러면 조금은 귀여울텐데」

「그건 그거대로 어울리지 않겠지. 정[静]의 마이크로토프 경과, 동[動]의 보르도 경은 저래뵈도 꽤 현인회의 천칭을 잘 움직이고 있어. 하지만……」

 지금의 소란은 결국, 무슨 일이었을까.
 아니, 소란의 상세는 물론이지만, 크루쉬의 마음을 끈 것은 다른 것도 아니다. 그 사라진 노인 그 자체다.
 그 태생, 할 수 있다면 확인하고 싶은 참이지만――,

「그·런·데! 크루쉬님 크루쉬님. 페리쨩, 스스로 말하는 것도 뭐하지만, 크루쉬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최고의 수행원이라고 생각합니다」

「――? 당돌하구나. 물론, 누가 뭐라 말할 것도 없이, 너는 나에게 있어 더 이상 없을 정도로 중요한 수행원이다만, 갑자기 무슨 일이지?」

「후후―. 그 평가, 오늘로 또 한 걸음, 진행되어 버리는 것 아닐까냐――하고 생각해보거냐 기대해보거냐 하고」

 붉은 혀를 내밀며 익살맞은 짓을 해 보이는 페리스지만, 발언의 진심이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페리스에게서 부는 바람도, 그 감정이 안개에 휩싸인 것처럼 판연하지 않은 것이다.
 크루쉬 칼스텐이 가지는 『풍견의 가호』는, 부는 바람의 흐름을 볼 수가 있다. 그 바람은 『타인의 감정의 흐름』과 같은 것까지 파악해, 대략 상대가 안는 감정의 표층을 떠올리는 것에 일절의 장해를 가지지 않는다.

 다만 드물게, 페리스처럼 감정을 잘 숨기는 상대도 있다.
 페리스의 경우엔 교제의 길이로부터, 크루쉬가 읽어낼 수 있는 바람의 범위를 분명히 간파하고 있는 고의 행동. 현인회의 마이크로토프 등은, 오랜 세월의 경험과 화술로 자신의 감정을 간단하게 숨기기 때문에 놀라게 된다.
 숙달자에게는 통용되지 않는 교섭방법의 일종, 이라고 크루쉬는 결론짓고 있다.

 변함없이, 크루쉬에게 감정을 읽어내게 하지 않는 페리스. 그러니까 그가 이렇게 거드름을 피우는 태도를 취하면, 크루쉬는 팔짱을 낀 채 대답을 기다리는 것이 일상이다.
 다만, 그가 자신에게 가져오는 것은 신뢰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리고 그 인연이 만드는 신뢰는, 이번에도 그대로의 위력을 발휘했다.

「크루쉬님은 반드시, 조금 전의 할아버지가 신경쓰이시겠구냐―하고 생각했으므로」

「흠」

「이런 것을, 준비했습니다」

 의미심장한 웃음으로 말한 페리스의 손끝이 집고 있는 것을 보고, 크루쉬는 눈을 크게 연다. 그리고 갑작스레, 입술을 느슨하게 해 수행원을 바라보며,

「――너는 정말로, 나의 뜻을 최선으로 담을 수 있는 수행원이다」

 미소짓는 페리스의 손안에, 보르도에게 건네지지 않았던 종이조각의 한 장이, 바람에 흔들어지면서 건네지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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